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기 위해 하얀 두루마리 화장지를 풀어 양쪽에 걸쳐놓는다면, 어느 쪽으로 더 빠른 흡수의 진행이 될까라는 의문이다. 작품의 양쪽이 연결된 두루마리 휴지에 어떠한 흡수가 이루어질까?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가장 빠른 흡수, 또는 연약함으로 풀어헤쳐지는 형국의 운명.
과연, 수수께끼 같은 화면을 통해, 한 인간의 내면에서 응시한 여러 갈래의 서사를 들춰낸 화면의 상징을 넘어 상상의 세계를 따라 나설 채비를 할 것인지, 오로지 섬뜩한 이미지 앞에서 당혹스럽기만 할지가 궁금하다. 타자의 응시가 개입되면서 자신의 응시가 어떻게 변화되어 갈 것인가에 대한, 응시의 경험으로 엿본다. ■ 닥터박갤러리
나의 작업들은 나의 내부와 외부 속에 존재하는 각각의 “나”들이 서로를 만나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들이 다름의 모순을 의식하며, 그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고, 그에 있어 “깨어있음” 이라는 각성의 상황으로써 뒤숭숭한 불안과 불만의 삶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다.
거울 밖의 내가 거울속의 내가 들어 올리는 것과 다른 방향의 팔을 들어 올리듯이 모순을 지니고 있음을 인지해낸다. 또한 거울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내가 실제의 삶속에서 지니고 있는 또 다른 기준과 욕망을 알아채고 만다.
그들은 그러나 결국 서로로부터 달음질쳐 도망갈 수 없는 하나의 존재로 공존함을 피차간에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극단의 두려움을 자아낸다. 서로간의 모순을 지닌 그들이 만나 일그러지고, 흔들리며, 불안을 뚝뚝 떨구어 내는 불안정의 순간을 그려내고자 한다. 그것은 나의 “극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한 공존의 순간에 쏟아지는 두려움과 부정의 뒤숭숭함과 불안을 나는 “깨어있음”으로써 받아들이고자 한다. 나의 모순과 불완전, 그리고 불안전을 받아들임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 박승예
나의 작품은 감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감각이란 것은 현재와 과거, 미래 사이에서 태어난 잡히지 않는 본능적 메아리다.
이러한 메아리를 가시화 시키려는 노력은 명백한 서술 구조의 탈피를 통해 작품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작품에서 보이는 인물은 불확실성의 추구를 위해 왜곡된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각 작품의 이미지는 절단된 인체와 사물과의 혼용이나, 선이나 면으로 해체된 추상적 이미지의 조합으로 표출하였다. 이로써, 각각의 형상이 지닌 물질적 구조의 한계점을 이동 시키고자 하였으며, 상투적 의미에서 벗어난 이미지의 오류를 통하여, 비가시화 된 새로운 표현영역을 개척하고자 하였다.
이미지가 방향을 잃을수록 오히려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는 확장 되어간다.
이러한 표현 양상은 ‘삶과 사고의 유동성’을 추구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이 ‘유동성’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 모호한 결론' 이다. 삶이란 것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확정되는 것이 없다. 모든 존재의 경계는 불투명하다. 즉, 모든 존재는 과정이 과정을 낳는 행위 안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탄생하거나, 지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흔적의 얼룩을 본능적으로, 독창적으로 담아내는 것뿐이다. ■ 이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