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NatURe+OrNAmEnt
조수정展
설문(說文)에서 갑甲은 초목이 발아할 때 껍질을 쓴 모양을 본떴다고 하였다. 씨앗이 발아할 때 가장먼저 뿌리가 내리고 나서 떡잎이 땅 위로 돋아나는 모양을 상형한 것이다.
병丙은 식물의 성장으로 말할 때 딱딱한 껍질을 깨고 비로소 땅위로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상이다.
이렇듯 자연에서 천간(天干) 즉 十干은 해의 영향을 받는 가장 기초생물의 일생을 나타내었다. 뿌리 내리고, 올라가고, 나오고, 부쩍 크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서 음에서 양으로 양에서 음으로의 순환은 자연의 커다란 조합과 조화, 흐름 안에 상象으로 말하였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문자 그것은 하나의 文樣이었고 사물이었으며 자연이었다.
이번 작업은 자연의 이미지화 작업을, 문자로 결정 되어진 틀 안에서 벗어나 그것이 가진 자연의 흐름으로 표현해본다. 어떤 것은 문자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림 같기도 하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자연의 상징이다.
손으로 빠르게 그려내는 드로잉의 연작인 인체의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공간을 배경으로 보고 그 안에 자유롭게 표현해 나가면서, 그 본연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그 근원에는 자연이 있음을 인식하며, 하늘과 땅과 사람의 표현에 이어 하늘을 구성하는 열가지 天干(十干)을 바라본다 상형에서 식물이 자라나가는 과정을 선線의 장식으로 이미지화 하여 자연을 시간 흐름으로 표현해 낸다. 처음 양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甲에서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와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끝 癸까지 하나의 씨가 앗아져 다시 땅으로 돌아오는 순환고리가 文과 樣이 된다. 그것을 이제는 인체라는 사물의 공간에 하나의 장식된 이미지로 존재시킨다. ■ 조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