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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Gate_김은영 개인전
미술

무료

마감

2011-10-05 ~ 2011-10-11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gallerylux.net/


Virtual Gate


김은영 개인전

□ 우리는 싫든 좋든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호들의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다. 삶 속으로 들어 온 기호들은 마치 하나의 생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탄생서부터 소멸까지 부침을 거듭한다. 어떤 기호들은 수천 년을 살기도 하며, 또 어떤 기호들은 탄생과 함께 하루살이처럼 소멸되기도 한다. 인간이 다른 종과 다른 점은 기호 생산이 가능하고 그것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호는 그 사회만의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낸다. 기호의 다양성과 쓰임새를 보면 그 사회의 문화수준이 감이 잡힌다.

□ 이번 작업은 여러 가지 기호 중 오늘 날의 우리 삶과 특별히 밀접하게 관련 된 코드에 집중적인 관심을 갖았다. 그 하나가 바코드이고 다른 하나가 QR 코드이다. 바코드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코드이다. 모든 물품에 어김없이 부착된 식별코드다. 검은 바들의 두께와 갯수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스캐너와 바코드로 해석되고 분석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바코드 역시 새로운 코드의 등장으로 이미 코드 세계에서 아날로그 느낌의 올드(old) 버전으로 격하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코드는 소위 QR 코드이다. 단순히 대상을 일대 일로 대응 시키는 인식용 코드가 아니다. 스마트하게 코드를 통해서 새로운 가상공간 속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마트 폰의 카메라와 QR 코드의 결합은 코드 세계로 개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코드 세계의 신천지가 아닐 수 없다. 그 어떤 세계가 내 손 안의 스마트 폰 속에서 현실화가 된다. 즉, QR 코드는 바코드와 달리 가상공간의 탐색이 가능한 일종의 문(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코드의 개념 변화이다.

□ 바코드의 그것처럼, 나는 이와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QR 코드가 새롭게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변화의 징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미 그것은 하나의 문화 지형이 된 것 같았다. 빠르게 그리고 넓게 침투되어 있었다. 예술이 사회와 문화의 변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면, 나는 이 현상을 나의 작품 속으로 견인하고 싶었다.

□ 예술에서 쓰는 코드는 은밀하고 개인적이다. 그러나 바코드나, QR 코드 같은 사회적 코드는
반대로 공개적이고, 모든 사람들과 하나의 약속 하에서 쓰여 지는 것이 원칙이다. 코드의 성격상 어울릴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어울릴 수 없는 상반되는 개념을 하나로 묶어 보려는 나의 욕심이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더 부풀어 올랐다. 가장 대중적인 것을 개인의 순수예술 영역으로 받아 드리려고 부끄럼 없이 욕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측면에서 나의 작품은 팝 아트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 이 작품들은 현대의 문화적 징후를 사진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한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는 그 길을 가보고 싶다. 내가 봄부터 걸어 온 길은 여기가지이다. 가지 못한 길,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기대가 있기에,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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