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혜 菱蕙-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한 화해와 융화가 피어낸 꽃
-현재의 시간의 단면은 무수히 많은 생성과 소멸을 담은 생명의 결정체이다.-
어느 마을에 있는 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소나무, 동서남북 사계절의 변화무쌍함을 아우르는 산은 말이 없고 조용하다. 현재라는 장막에 덮혀진 모든 생명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묻는다면 그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 것이다.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성장하고 변화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고 결국에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을 존재하게 한 그 정신만은 영원하다.
작가 백미옥의 작품은 생명의 시초와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생명의 뿌리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탐구하고 있다. 현재를 사는 작가, 인간으로서 시각과 감성을 거쳐 생산되는 그만의 색과 드로잉으로 영원성을 표현한다. 백미옥의 제 10회 개인전인 ‘능혜菱蕙’는 그동안 베를린, 뉴욕 개인전 이후 한국에서는 5년 만에 선보이는 전시이다. 능화菱花라는 꽃이 있다. 이 꽃은 수련의 한 종류로 연못에 떠있는 잎의 형태로 줄기를 뻗어 물위로 떠올라 피는 넝쿨식물이 피우는 꽃이다. 불교에서는 영원함과 윤회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고 한다. ’능혜‘는 백미옥의 작품세계에서 고난과 침묵을 깨고 다시 피어난 정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백미옥은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하여 ‘염력念力’, ‘Life Series' , ' in 울림’을 테마로 선보였다. 그의 색은 동양의 오방색과 간색을 아우르며 일정한 형태의 세필의 드로잉으로 색을 입히고 또 입히면서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특징은 형상의 해체와 경계의 희미함 속에서 생성되는 색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에서 이루어진다. 작가가 토해내는 혼과 함께 노동집약적 세필드로잉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여기에 시간성을 더해 색으로 침잠되고 결국에는 커다란 현재의 단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치 아득한 과거의 여행을 마치고 온듯한 형언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 개인의 원숙미와 노련함을 보여주기 위한 색면 추상회화가 아니라 생명이 갖는 영원성의 시각화 작업이다.
백미옥의 작업은 자신이 가진 붓과 가슴으로 영원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은 자신 안에 충만하게 내재된 감성표현 언어로 택한 색과 사상이란 도구로 고통과 환희로 되풀이되는 절제된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한층, 한층 변화하는 신세계을 찾기 위한 구도의 길이다. 완성작에서 보여지는 균질된 화면을 들여다 보면 수없이 겹쳐져 교차하는 색채의 조화, 탄탄히 쌓아진 광폭의 노도같은 붓질들, 그것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깊이감은 그 정신이 영원할거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영원을 알기위해 끊임없이 고통받고 희열하면서 스스로 피운 꽃, ‘능혜’는 앞으로 피고 지면서 그 정신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 전 시 명 : 백미옥개인전 ‘ 능혜 菱蕙 ’
■ 전시일정 : 2010. 2. 23(화) - 3. 23(화) (총29일)
(Opening reception 2. 23(화) 5:00 pm)
■ 참여작가 : 백 미 옥
■ 전시장소 : 키미아트 1층, 2층
■ 전시내용 : 평면, 설치
■ 전시구성 : 1층-평면,설치/ 2층-평면
■ 전시문의 : 박정원 큐레이터 010-4162-0083/
curator@kimiar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