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생각과 상관없이展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 상관없이-1,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 중첩), 81x100cm, 2009
"예술이란 신이 숨겨놓은 보물이다" 화가란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이고 그의 진가는 진정한 보물을 발견하는 것이다. 화가의 삶은 여행 그 자체이며 그의 발걸음은 멈출 수 없는 심장이다. 허공에 삽질을 할지라도 보물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두근거림이다.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 상관 없이-2(우주선이 있는 별),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중첩),
100x100cm, 2009
“나의 풍경은 소통 불능의 풍경이다. 그곳은 4차원이고 또 2차원의 다른 행성이다. 가끔씩 나는 작업실 근처에 있는 축사로 산책을 간다. 그리고 지독하게 쇠똥 냄새를 풍기는 축사의 소들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다. 소들도 나를 본다. 가끔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축사의 일꾼들 빼고는 나와 소들 사이를 간섭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계속 본다. 소들도 가끔씩 나를 본다. 멍한 시선 이 마주칠 때도 있지만 소도 나도 낯설다. 소들이 있는 축사 안이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서있는 이곳이 현실인지, 기억나지 않는 어떤 꿈속에 스쳐 지나간 사람들보다 더 어색하고 낯선 교류뿐이다. 소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경망스럽게 똥오줌을 갈겨대며 가끔씩 등을 쇳솔에 비벼대는 소에게 나는 철저한 남이다“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 상관 없이-3(사냥꾼들이 미쳤다),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중첩),
60x80cm, 2009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5(코알라),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중첩), 89x130cm, 2009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번 전시는 상상화이다. 모델을 구하지 않고 열심히 주물락 그려 만든 작품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유롭다. 아무렇게나 떨어뜨린 안료 위에 의도하지 않은 흔적들을 이용해 금속성이나 아님 색이 들어간 물방울처럼 반짝이게 표현 하였다. 소들도 새들도 코알라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들의 외피가 털이 아닌 특별한 가죽으로 재생산 된 것이다. 아무런 계획없는 우연한 흔적들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 상관 없이-4(휴식),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중첩), 81x64cm, 2009
▲ 김명규, 그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9(새들), 광목위에 수묵채색(아크릴중첩), 89x130cm, 2009
그림의 기술은 전통채색에 기본을 두었다. 아교와 반수 처리된 화선지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중첩의 원리를 고집 하였다. 엷은 아크릴 희석 액을 수번을 쌓아 올린 것이 배경의 풀이며 치장된 동물들이다. 나의 그림 전반에 사용되는 기술을 전통채색에 기인하는 것은 은은한 느낌이 이미 나에게는 열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연 속에 은은함을 지향하는 것이 나의 작업의 기술적 방향이다.
그렇다고 이 기법들이 나의 복잡한 생각들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편의 주물럭임이다. 애쓰고 공을 들이는 일은 너무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그림이 딱딱해질까 염려되기도 했다. 다행히 해학적 요소가 그림의 경직된 요소를 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