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상에 있는 형태
'도상에 있는 형태"는 나의 조형사고와 '도(陶)'의 표현이 결부되어져 나타나게 되는 조형이다. 나의 제작에 있어서의 형태는 도상에 있다. 그러나 그 목적지는 불확정하다. 뚜렷한 목적지를 향하기보다 형태를 도상에 있도록 추구해 나가는 제작과정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도상에 있는 형태'란 작품이 단독체로서 완결하지 않고 새로운 전체로 향하는 도상에 있다는 것, 그 열려진 양상을 의미한다.
나는 우리들이 이해하고 있는 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서 생기는 상위(相違)에 대해 고찰하고 그 표상의 이미지를 프랙탈과 결부시텨 조형화하고 있다. 일견 덩어리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은 표상일 뿐 실제는 무수한 공동의 집합체일 수 있다. 나는 '덩어리' 그 자체가 아닌 내부에 '공동(空洞)'이 있으며 그것이 외부를 향해서도 열려져 있는 조형을 지향하고 있다. 그 표현의 기조가 되는 원통과 곡면을 통하여 부분과 전체, 안과 밖, 유기와 무기와의 관계성을 표현하고, 이러한 형태 내부의 관계성을 조형과의 '사이(間)'에서도 형성되도록 의도하고 있다. 하나의 형태 만들기에 있어서도 그리고 공간 만들기에 있어서도 서서히 명확해지도록 하는 것, 이것은 조형의도를 '도(陶)'의 제작과정을 통해 표현해 나가고자 하는 도자조형의 필연성과도 결부된다. '하나의 형태가 나타나 지는 것'과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서로 비추어져 자연히 연결되어졌다. 공간에 점차적으로 성격을 주게 하는 도자조형, 이것을 진행시켜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작가 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