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의 그릇. 담다 - 홍시야 개인전
선(線)적인 수단을 통해 대상의 형태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작업한 홍시야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의 작지만 큰 일상을 '한 숨'으로 그려내고 있다. 본질을 끌어내 간소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홍시야의 작업은 에세이집 < artist 홍시야's 혼자 살기 에세이집/바이널출판사> 에서도 보여주었듯, 자신이 그려야 하는 목적을 드러내는 대신 철저히 연구하며 전시를 이끌어간다.
나는. 오늘 입니다
나는. 오늘도 한숨을 쉽니다.
나는. 어쩌면 내일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을 그리고.
오늘을 담고
오늘을 비워 냅니다.
왜냐하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내일을 채워야 하기 때문 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나에게
"넌 참 미련 없이 사는구나"
"어쩌면 너는 참 차가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말 합니다.
맞습니다.
전 어쩜 미련이 없고
차가운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도 뭐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오늘을 담아 놓았으니. 괜찮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아도 말입니다.
한숨을 쉬고 나니 평온합니다.
한숨을 자고 나니 개운합니다.
또 다시 걸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니 엄청나게 쾌청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숨을 쉬고, 한숨을 담고, 한숨을 버리고를 하며 삽니다.
매일매일 다른 색깔의 한숨을 말입니다.
내일도.
한숨을 담을 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도.
한숨을 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지금.
늘어지게 한숨 자고 말 입니다.
< 작가 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