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정- 언제나 낯선 길
미술
무료
마감
2007-11-16 ~ 2007-11-28
낯선 길의 여정
류 철하(월전미술관 학예실장)
마술적 현실
양현정의 작업은 해독 불가능한 현실의 상황을 동양화 선묘의 구성방법으로 차용하면서 일상의 무의미를 관망한다. 삶은 낯설고 허접하며 반복적이지만 이 남루한 삶으로 가는 길은 명랑하고 유쾌하다. 정확히 말하면 명랑하고 유쾌하지 않지만 바이크를 타고 그냥 유유히 간다. 딱히 잡히는 일도 목적도 전망도 없이 현실에 부딪치면서 구르고 꺾이고 사방 길이 막혀가며 구불구불 간다. 그러다 바위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돌다리가 되고 고개가 되고 강이 되고 빛나는 무지개가 된다.
삶의 어느 순간이 마술적 현실이 된 것처럼 자아의 가면을 완벽히 감춘 채 빈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헬멧에 가린 채,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갈지도 모르는 길의 여정에는 자아의 다양한 포즈, 작가의 페르소나가 자리한다.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의 흔적은 작품
<두물머리 1+1="1">
에 가족을 등진 채 무릎을 안고 걱정스러운 듯 빈 강물을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난다. 고통스러운 듯 웅크리거나 산의 정상에 기대어 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포즈를 통해 현실을 더욱 경쾌하게 구성하고픈 욕망을 볼 수 있다. 때론 사방이 막혀있는 낯선 길을 바위구름을 타고 가볍게 상승한다. 그러므로 산과 길과 강과 무지개는 해독 불가능한 현실에서 만나는 마술이다.
동어반복
양현정의 선묘에서 나타나는 산과 물과 바위 구름 표현들은 표현의 동어반복적인 요소와 현실의 자아를 강조하는 부차적인 묘사라는 점에서 숭고미를 상실한 도상들이다. 이 도상이 묘사하고 있는 길들은 시작도 끝도 명확하지 않으며 구불구불 찾기가 힘들거나 막혀있지만 인간이 가지 못할 어떤 곳을 상정한 길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의 반복적인 삶을 산수에 차용하듯이 산과 물의 표현이 패턴화되어 있고 다양한 변형으로 전개됨으로써 현실 그 자체를 들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두물머리>
에서 패턴화된 강물은 낙하산 풍선조각과 같은 물결표현으로 이어지고
<나는 몰라요>
에서 돌인지 구름인지 모른 물체를 타고 가는 바이크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교차가 일순간인 진실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산너머산 고개너머고개 강건너강 무지개너머...>
에서는 구름, 돌다리, 고개, 강물, 무지개가 연관된 환상이 된다. 이 연관되지 않은 비유의 연쇄는 그러나 숭고하지 않으며 무의미한 반복이 나타내는 현실의 표정들을 무겁지 않게, 그리고 다른 매제를 가지고 표현함으로써 현실을 환기한다고 할 수 있다.
<정체모를 두 사람>
은 이러한 동어반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서 진실과 거짓,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자아의 퇴행과 불안을 암시한다.
생활의 신조
일상의 무의미와 동어반복의 고통은 강박적 좌우명으로 나타나는데 길을 가며 요구되는 세가지 필수 요소이다. 즉 이성은 편리의 뇌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감성은 영리의 심장을, 육체는 겸손한 노동이 돼야 한다는 것, 이러한 신조의 배경에는 상처입고 싶지 않은 자아의 욕망이 자리한다. 동양화로서 길 없는 길을 가며, 반복되는 현실이 때로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 작가는 불현듯 바이크를 타고 낯선 길을 유유히 횡단한다. 헬멧에 얼굴을 숨긴 채, 마치 삶이 명랑하고 유쾌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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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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