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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aoze Xie 개인전-가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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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 2007-10-07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gaainart.com/exhibitions/2007/xie.html



◎ 전시제목 : xiaoze xie 개인전
◎ 전시일정 : 2007. 9. 4 ( 화 ) – 2007. 10. 7 ( 일 )
◎ 전시장소 : 가인갤러리
◎ 전시작품 : 평면작업 ( 회화 11 점 , 사진 11 점 , 판화 4 점 )
◎ 오프닝 리셉션 : 2007. 9. 4 ( 화 ) 오후 5 시 가인갤러리



축적된 것들이 드러내는 시간 , 기억 , 그리고 역사
축적 (accumulation) '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사물을 모아서 포개는 행위나 그렇게 된 상태를 뜻한다 . 그러나 축적은 단지 쌓는 행위나 쌓인 상태 자체뿐 아니라 쌓거나 쌓이는 데 필요한 시간의 소요를 전제로 한다 . 다시 말해 물질적 범주의 축적은 시간이라는 비물질적 범주의 축적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 샤오제 시에 (xiaoze xie, 1966- ) 는 ‘축적된' 책이나 신문을 그림의 주된 소재로 삼는다 . 그의 작품에 있어서 역시 축적은 물질적 의미와 비물질적 의미 둘 다를 가지고 있다 . 책이나 신문이 쌓여 있는 형태가 그의 그림에 있어서 형식적인 측면의 중심 요소라면 , 쌓인 혹은 쌓여 가는 책이나 신문이 담지하는 시간과 역사에 관한 의미가 그림의 주제적인 측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

도서관의 책장 선반 위에 책들이 횡으로 종으로 정렬된 모습을 그린 시에의 < 도서관 연작 (library series)> 회화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0 년대 초반 무렵이다 . 미국으로 이주한 지 얼마 안 된 어느날 학교 도서관 서고에 들어섰을 때 그는 책들이 여러 층으로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모습에 압도당했다고 한다 .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에게 그 모습은 일종의 건축적 형태이자 특정한 시각적 패턴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 사실상 초창기 그의 < 도서관 > 회화들은 책등이 만들어내는 직선들이 화면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하고 있는 회색톤의 단색회화에 가깝다 . 현재까지 세계 여러 도서관 서고에 쌓인 책들을 조금씩 다른 기법과 형태로 그리고 있는 시에의 대부분의 그림에는 외견상 공통된 특징이 있다 . 그것은 사실적으로 책을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책 자체가 지닌 직선의 형태와 그것들의 규칙적인 반복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화면에 일정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시에의 그림이 정밀한 사실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 미니멀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 이는 1990 년대 중반 시작된 그의 신문 연작에서 한층 부각된다 . 접힌 채 쌓여 있는 신문의 단면이 드러내는 패턴은 곡선을 내재한 부드러운 직선의 반복으로 인해 책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며 , 부분적으로 신문 기사의 글자나 사진이 드러남으로써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재미 또한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시에가 책과 신문의 축적에 집중하는 것은 단지 그 형태적 특징 때문만은 아니다 . 그림의 조형성을 이루고 있는 단위들이 비물질적 차원의 ‘시간의 축적'을 담고 있는 책과 신문이라는 점에서 역시 그것들은 매우 중요하다 . 책은 당대의 인류 지식이 담긴 저장소로서 그러한 개별 책들의 축적은 곧 지식의 역사가 된다 . 그가 책의 낱권을 그리지 않고 도서관에 정렬된 책들을 그리는 것은 지식을 담고 있는 책 자체의 특징보다 그것들이 오랜 시간동안 쌓여 이루어내는 지식의 역사라는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는 까닭일 것이다 . 그가 그리는 책들이 주로 손때 묻거나 벌레 먹은 , 닳고 낡은 오래된 책인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다 . 오래된 책들은 새로이 등장하는 책들의 토대가 됨에도 불구하고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오랜 시간 잠들어 있게 된다 . 따라서 이 부패해가는 책들은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 쇠퇴의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 매일매일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는 신문은 본디 그 날 하루에만 효용되는 것으로 일상에서 대부분 그대로 버려지거나 재활용되어 사라진다 . 그러나 그것들이 모이고 쌓이면 그것은 그야말로 날짜 단위의 세세한 역사적 흔적이 된다 . 날짜 순으로 정리해놓은 도서관의 신문들을 몇 개월 단위로 끊어 그 축적된 상태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에의 회화 연작 < 일상의 조용한 흐름 (the silent flow of daily life)> 은 그러한 신문의 일시적인 특성과 시간의 축적을 잘 보여준다 . 1995 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이 작업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일상의 날들이 역사의 미세한 단편들이며 시간은 지금도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 시에가 그리는 오래된 책과 신문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 그것은 지나간 것이 결코 과거로 끝나지 않으며 지금의 것이 영원할 수 없기에 시간 속에서 계속해서 축적되어 가는 ‘현재'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 일상의 조용한 흐름 > 의 최근작들과 함께 중국 고서를 소재로 한 < 중국 도서관 (chinese library)> 연작이 소개된다 . < 중국 도서관 > 은 오랜 시간 훼손되어 왔고 현재도 조금씩 부패해 가는 중국 도서관에 안치된 고서들을 그린 것으로 역시 1995 년부터 지속되어 온 작업이다 .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최근작들은 1930-40 년대 일본의 침략 기간 동안 도서관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베이징의 한 대학 도서관의 소장서로서 상당 부분 타거나 검게 그을리고 물에 젖어 찢어진 모습이다 . 이 책들은 시에가 그리는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의 증거가 된다 . 또한 외견상으로 다른 < 도서관 연작 > 과 비교할 때 책의 심하게 훼손된 낱장들이 쌓여 있는 책들의 규칙적인 직선을 가리는 다소 복잡한 형태와 풍부한 색채나 질감으로 인해 기존의 다른 도서관 연작들에 비해 기하학적 추상의 느낌보다는 사실주의 회화의 느낌이 훨씬 더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

한편 이번 전시에서 규모나 형태 면에서 다른 작품들과 구분될 만한 그림이 한 점 있으니 그것은 특정한 공간을 그린 대형 회화 < 유산 (legacy)> (2007) 이다 . 책이나 신문이 쌓여 있는 부분만을 그린 다른 회화들과 달리 공간 전체를 강한 구상성으로 담아낸 이 회화는 시에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 책들과 오래된 가구 , 잡동사니들이 담긴 짐 보따리와 종이 상자들로 어지러운 방 한 가운데 마오쩌둥의 흉상이 뒤돌아 놓여져 있다 . 이 그림은 2000 년도 중국 남부지방의 한 작은 도서관이 새로운 건물로 이사하기 전 임시로 물건들을 쌓아놓은 공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재현한 것이다 . 늦은 오후의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낡은 물건들과 마오의 흉상이 놓인 방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이 장면이 그에게는 중국 사회의 과도기를 상징하는 극적인 순간으로 보였다고 한다 . 시에는 자본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새로운 가치들로 전환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중국에 공산주의 이념과 같은 낡은 가치들이 표면상으로는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역사의 흔적들이 도처에 ‘유산'처럼 살아 숨쉬고 있음을 이 그림을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는지 모른다 . 사실상 시에의 많은 작품에 그의 정치적 관심이 잠재해 있다 .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관심이 아닌 인간과 역사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 시에가 태어난 1966 년부터 열 살이 되던 1976 년까지 십 년간은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지식인과 그 소산물을 탄압한 문화혁명이 지속된 시기다 . 또한 그는 대학생 시절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희생된 중국 최대의 민주화 운동인 텐안문 사태를 겪었다 . 이처럼 중국의 정치 사회적인 역동기를 경험한 시에의 작품에 정치적인 이슈가 배제되기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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