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개요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가 만나는 다리”, “그림의 시인”
작가 노은님의 그림은 우선 화선지 위에 생명체로 보이는 형태를 두터운 묵선으로 간단하게 마무리 짓는 일이 전부일 때가 많다. 그는 이 작업을 십 수년간 계속 해왔다. 묵선은 경우에 따라 유희적으로 유연하게 노닐고 또 경우에 따라 과장된 노출로서 자의적인 형태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또 때에 따라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되고 혹은 꽃이 되기도 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단순한 형체들이 대범하게 배치되어 심상치 않는 힘으로 화면을 제압한다. 동화처럼 쉽게 보고 넘길 수 있는 형태들이 매우 강렬하게 응축된 내면 세계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 노은님의 그림이 보는 이를 이끄는 매력이다.
노은님의 그림은 시각적인 현실세계를 그대로 전달하는 구상적 회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야깃거리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려는 설명 그림은 더욱 아니다. 그의 강렬한 표현은 근본적으로 매우 내면적이고 정신적이다. 그런 뜻에서 그의 그림에서 단순화 된 추상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하늘의 새, 바다 속 물고기, 나무와 꽃 등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과감한 생략과 명징한 색채, 동화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생명체로서의 동식물을 직관에 따라 그린 이 그림들에는 유머와 따뜻함과 낙천성이 배어 있다. 그의 작품은 늘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작품 활동 초기시기의 충실한 사실적 경향을 지나 점차 직관을 반영하는 표현방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본질적인 것들을 표현하기 위한 그림들은 매우 응축적이고 축약된 선으로 그려졌다. 작가는 “모든 생명체는 그 본질이 하나”라는 철학 바탕 위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검은 먹을 써서 화선지위에 그렸지만, 1990년 초반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이후부터는 보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그 색채의 사용도 자연을 변형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연의 본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데 충실하다. 유럽에서는 그를 일컬어 “동양의 명상과 독일의 표현주의가 만나는 다리”, “그림의 시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가는 과감한 선과 색으로 추상화된 형태를 캔버스의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그려나간다. 붓으로 크고 힘차게 한 획을 그어내려 그리기도 하지만, 꼼꼼히 분석한 듯 밑그림에서 차례차례 층을 입혀가며 작업한다. 그래서 노은님의 작품은 전위적인 사고와 한국의 전통문화가 결합되었으며, 서구적인 동시에 동양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까지 베를린, 오스트리아, 함부르크, 로스엔젤레스 등 독일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노은님은 이번 7월 갤러리현대에서 여름을 맞아 시원한 물소리와 새소리를 담아내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2 작가 소개 및 작가 노트
작가 노은님은 1946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아들 둘, 딸이 일곱 명인 대가족에서 태어나 성장했고, 14살에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였다. 1967년 어머니의 갑작스러움 죽음과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9개월 과정의 간호보조교육을 받고 포천군 면사무소에서 결핵관리 요원으로 지냈다. 25세가 되던 1970년, 우연히 신문에서 독일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