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개인전
미술
마감
2007-05-30 ~ 2007-06-13
이병호 개인전
Blow Up
2007. 5. 30 – 6. 13
우리의 삶 속에서 ‘공기’만큼 중요한 요소가 있을까? 무릇, 공기가 없다면 지구 표면은 격렬한 태양광과 태양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물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청각을 사로잡는 세계의 ‘소리’들 역시 공기의 순환이 없다면 공간 속에서 전파되지 않을 것이며, 물체의 연소 마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중요한 것이 공기라 하더라도, 어떤 물질들은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하여 산화와 부패, 발효의 과정을 겪게 된다. 공기라는 요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생명체로 하여금 호흡과 생명의 유지를 가능케 해줌과 동시에 변질과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양가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작가 이병호는 인간이 끊임 없이 사유하고 그 자신의 자유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눈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무수한 외부적 요인, 요소들에 의해 인간의 삶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크고 작은 영향권 안에 존재할 수 밖에 없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인간과 외부적 환경 간의 이미 정해진 운명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공기’라는 물질의 양가적 특성을 대입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연구,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작가에게 공기라는 물질은 불특정한 한 사회의 문화나 전통, 관습, 유행 등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수한 문화적 매개체에 비유된다.
이병호의 작업은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하여 물질의 변화를 구현하고 이를 지켜보는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공기의 주입량과 압력에 의해 작품의 모양이 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 공기를 인간의 삶에 미치는 외부적 환경 요소들로 비유, 상기하여 작품을 바라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공기는 대상의 안팎을 드나들며 대상의 형상을 일그러뜨리고 복구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병호의 작품 속에서 공기의 압력차와 주입량에 의해 변화 와 변질의 과정을 겪어나가는 대상을 지켜보며,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 없는 변질과 복구를 거듭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나가는 인간의 ‘본질’과 ‘순수성’에 대해 또 다른 관점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 유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