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게이트 이스트 기획
[ 시 선 ]
신영미 , 김경윤, 박지혜 3인전
전시기간 : 2006. 10. 10 (화) - 10. 19 (목)
오프닝 : 2006. 10. 10 (화) pm 5
대학로 더 뉴게이트 이스트
서울시 종로구 명륜 4가 66-3 02-747-6603
홈페이지 : http://www.forumnewgate.co.kr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주차공간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혜화역 4번출구에서 전화 주시면 자세한 갤러리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녀들의 '시선'
윤상훈 (아트포럼 뉴게이트, 더 뉴게이트 이스트 학예실장)
인물이라는 소재는 대학시절부터 정식 커리큘럼에서 줄곧 다루어져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묘사의 난해함과 상황부여의 어려움으로 인해 젊은 층에게 기피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접하기 쉽고 가장 자주 마주치는 소재를 쉽게 작품의 소재로 차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잔혹한 아이러니 인가.
여기, 주변의 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꾸준히 인물을 탐구하는 젊은 작가들이 있다. 완전한 평면으로, 입체감이 부여된 반평면으로, 그리고 입체에 평면성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각자 독특한 시각과 다양한 기법으로 인물을 소재로 차용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물의 ‘시선’이라는 요소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신영미는 자화상을 그린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화상이 아닌 판타지적이고 몽환적이며 희화화된 비꼬인 자화상을 그린다. 신영미의 소녀들은 - 혹은 신영미는 - 우리들에게 보여짐과 동시에 우리를 보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몇 해 전 부터 국내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파스텔톤의 화사한 재패니메이션 스타일 팝아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유행처럼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재팬팝 아티스트들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가벼운 겉모습과는 달리 깊이 있고 짐짓 심각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겠다.
라캉의 거울단계에서 비롯된 나르시시즘적 자기 복제의 반복은 작품에 깔려있는 걸죽한 이론과는 달리 표면으로 부상하는 만화적 표현으로 인해 도리어 철학적 근거 자체를 비웃는 듯하다.
김경윤의 작품은 관객들의 감상행위가 곧 본인 작품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적극적으로 인터렉티브한 성격을 띤다. 밖에서 볼 땐 관객이다가도 작품 안에 들어서게 되면 그 관객이 어느새 작품이 되어버려 또 다른 관객에게 보여 지는, 그래서 마치 숲과 나무의 관계와도 같은 재미있는 상황이 부여된다. 실재로 작품의 리얼리티에 있어서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땐 무엇이 작품이고 누가 관람객인지 헷갈릴 정도의 사실성을 띠고 있다. 더불어 어딘가에 설치되어 있는 CCTV에 찍힌 작품과 관람객의 모습이 하나가 되어 영상화면으로 전송될 때는 또다시 새로운 제 삼의 작품이 탄생하며 비로서 김경윤이 추구하는 완성된 작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마치 카메라의 아웃포커스와 인포커스가 뒤 바뀐 듯한 착각이 드는 박지혜의 여인들은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다. 배경의 일부인 듯, 혹은 풍경을 찍으려다 어긋난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보고 있는 듯 고개를 돌린 그녀들에게서 우린 익명에 대한 거리감을 느낀다.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목구비가 생략된 박지혜의 작업들은 인물을 개성 있는 하나의 존재가 아닌 일상적인 사물로 구분한다. 특정 인물에 대해 느낀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며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가 느낀 감정을 강요받지 않도록 객관적 표현을 하려고 애쓴다. 작가가 작품에 등장하는 그녀들을 만났을 때의 상황과 감정과 느낌을 어차피 캔버스에 100% 완벽하게 재현시키는 것이 불가능 할 바에야 주관적 견해들을 배제시킨 상태가 어쩌면 더욱 작가가 만났던 그녀들과 흡사할지도 모를 일이겠다.
이번 ‘시선’전은 아방가르드를 표방한 전시 일색인 대학로 인근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편한 전시라는데 사실 그 의미가 무엇보다도 크다. 더불어 회화의 기본은 역시 ‘그리기’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 젊은 세 작가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