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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OFF展
기타 마감

2006-09-07 ~ 2006-10-18




FACE OFF展

참여작가 : 박현두, 죠니 H.-C. 백, 마리 테라우치, 이정민, 요시히로 야마세,정경희

전시기간 : 2006_0907 ▶ 2006_1018
초대일시_2006_0907_목요일_06:00pm



FACE-OFF
● 아이스 하키 경기가 막 시작되려고 한다. 양팀 선수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빙판의 경기장 중앙선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퍽(puck)을 쥔 심판을 노려보고 있다. 심판의 손을 떠난 퍽이 공중에 머물렀다가 얼음판으로 떨어지는 순간 신경전과 긴장감으로 터질 듯 했던 균형은 깨지고 face-off!! 경기가 시작된다.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 서로의 얼굴이 완전히 뒤 바뀐 두 주인공이 양면 거울 앞에서 총을 겨눈다. 화면을 둘로 나누는 거울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선과 그 양쪽에 팽팽히 맞선 두 인물들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느끼는 긴장감은 주인공들이 버티고 있는 긴장감과 견줄 만 하다. 페이스오프라는 말의 구어적 의미는 ‘대결’이다. 전시장이 대결의 무대가 된다면, 전시장에서 연출되는 긴장감은 어떠한 모습일까? 과연 기대하는 긴장감은 만들어 질 수 있을까? 본 전시는 장르간의 대결 그리고 같은 장르 안에서 작가간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끌어들여 작가와 작품을 대치시키고 이를 통해 전시 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와 긴장감을 조장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대결
● 두 점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다. 프레임 속 푸른 하늘은 구름까지도 나란히 드리우며 평화로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풍경사진처럼 보이는 두 작품이 철저히 연출된 자화상임이 드러나는 순간은 풍경 속에서 빨간 한복을 입은 인물을 발견한 때이다. 유유히 흐르는 세느강과 그 위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주변의 풍광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 속에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곤룡포를 입은 남자의 아주 작은 이미지가 관람객의 시선을 고정시켜 버린다. 또한 너른 들판을 몸에 맞지 않는 여자 한복을 입고 거니는 인물의 모습은 시선의 고정은 물론이거니와 관람객의 웃음까지 이끌어 낸다. 곤룡포를 입은 작가 박현두와 몸에 맞지 않는 삼회장 저고리를 입은 죠니 H.-C.백이 작품 안에서 나란히 마주 섰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풍경 속의 자화상으로 연출한 표현 방식, 특히나 외국의 풍경 속에서 한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은 단박에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로 한데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마주 세운 데는 시각적으로 표현된 방식은 비슷하지만 각각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의 차이에 있다. 죠니 H.-C.백의 작품은 한국계 독일인으로서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욕망과 본인이 경험하는 현실과의 괴리가 몸에 맞지 않는 치마 저고리로 표현되며 이는 곧 한국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욕망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박현두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관심 보다는 외국에서 이방인으로서의 경험, 즉 동일성(identity)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국에서 어쩔 수 없이 이방인인 작가가 세느강을 따라 관광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이방인들에게 손을 흔들며 본인을 주변의 세계 속에 편입시켜 보려는 노력이 화면 위에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로 나타난다.

작가 vs 작가를 너머 장르 vs 장르 그리고 전시와의 페이스 오프
● 전시 안에서의 대결구도는 작가간의 대결을 너머 장르간의 대결구도로 이어진다. 각 층에서 만나게 되는 마리 테라우치와 이정민의 영상 및 설치 작품들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사건들 그리고 일상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과 그들만의 인식 방식을 경험하게 한다. 사진 속 작가들의 손짓과 몸짓에 미소를 지었던 관람객이라면 마리 테라우치가 들려주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의 중얼거림이나 늙은 개의 푸념에 웃을 수 있고 이정민이 만들어 내는 공간 속에 천정에서부터 와르르 쏟아지며 깜짝 등장하는 사물들의 출현에 박수를 칠 것이다. 인식의 시간차로 떨어지며 흰색의 벽면에 투사되는 이정민의 검은 선들은 새롭게 정렬된 공간을 만들어내고, 영상 작품 속에서 튀어나와 벽면에 설치된 마리 테라우치의 작은 소품 하나가 관람객에게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들며 작품을 감상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두 개의 기둥이 버티고 있는 흰 벽면의 공간에 두 작가 요시히로 야마세와 정경희가 마주선다. 흑백의 서정적이며 신비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정경희와 기하학적 이미지에 강렬한 색으로 시각적 환영을 내용으로 하는 요시히로 야마세의 회화 작품들이 벽면에 늘어섰다. 그리고 작품의 이미지들이 캔버스의 틀을 너머 벽면으로 기둥으로 확장되어 퍼져나간다. 전시장에 완성될 벽화를 위한 두 작가의 대결이 시작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서로간의 견제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그들 사이의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그들은 어느 지점에서는 만날 것이며 서로 의논하게 되고 함께 작업하면서 공동의 영역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맞대결로 시작한 작업이 조화로 이루어지는 순간, 이는 페이스오프에 대한 협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대결의 무대를 위해 텅 빈 백색의 전시 공간에 6명의 작가가 모였다. 대결을 위한 편가르기는 피할 수 없는 절차다. 페이스오프라는 타이틀 아래 6명의 작가는 3명의 해외작가와 이에 맞서는 3명의 한국작가로, 사진, 조각설치 & 영상, 회화 & 벽화라는 장르 대 장르로, 같은 장르 안에서 또 다시 해외작가 대 국내작가로 그리고 그 각각은 서로 다른 이야기로 편을 나누어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며 대결의 무대 위에 오르고 또 오른다. 전시장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대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것은 작가들 간의 대결일 수도, 작품들 사이의 대결일 수도, 이도저도 아니라면 관람객과의 맞장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긴장감이 감도는 대결의 무대에 6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풍경이 던져졌다. <페이스오프> !! ■ 송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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