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간: 2006년 2월8일 ~ 2월27일
전시장소: 인사동 쌈지길 갤러리 쌈지
문 의: 02-736-0088, www.ssamziegil.com
손봉채 작가는 광주비엔날레와 도시와 영상전 등의 전시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기계문명에 의해 인간이 지배당하는 아이러니를 풍자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왔다.
쌈지 스페이스 입주작가 프로그램과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기 작가로 서울과 광주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손봉채 작가는 그의 근작을 통해 기존의 기계적 설치 작업과는 또 다른 흑백 풍경사진을 입체적으로 재이미지화 한 설치작품 시리즈를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남도의 근 현대의 역사적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사건,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의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간극을 흐린, 마치 시간이 멈추어 선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입체풍경을 담아냈다.
손봉채가 흑백사진으로 담은 한국의 근 현대사를 관통하며 남도가 겪은 그 지난한 역사 속 장소의 현재 모습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생경하다. 평범한 시골 마을길이 된 6.25당시 주민 학살이 자행되던 교회가 있었던 영광 어느 마을의 오솔길, 지금은 고즈넉한 바람만 머물다가는 6.25때 죽창으로 주민들이 학살당했던 담양의 대나무 숲, 등산코스가 된 빨치산의 근거지였던 지리산, 그리고 잘 가꾸어진 가로수 길이 된 광주시내 기독교 병원으로 가는 길은 5.18 민주항쟁 당시 무고한 시민, 학생들이 생의 기로에서 달려갔던 길이었다. 또한 무심한 일상의 풍경으로 보이는 지하철에서의 광경은 멀지 않은 과거에 일어났던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의 오늘의 모습이다.
스냅사진과도 같은 평범한 풍경사진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fabricated) 손봉채의 풍경들은 안개에 쌓인 듯, 흐릿한 시간의 경계에서 현존하는 장소와 그 장소에 얽힌 기억 사이를 흐리며 풍경 밖의 감상자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는 제3의 풍경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