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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꼴이 걸어나오다
영상/애니메이션 마감

2005-11-19 ~ 2005-12-04


'한글꼴’이 걸어 나오다.

활자공간-권정민. 김희준. 박지하. 이도경. 이용제.



천재가 죽고 예술이 없는 지금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촌스러워 보이고,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의 부작용을 극복하고자 생겨난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이 있는 이때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모습은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창작한 것이 예술이고 온당 저작권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외치는, 시대흐름을 몸으로 부딪치며 역행하는, 스스로를 촌스럽게 만들고 스스로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내모는 사람들이 있다. <‘한글꼴’이 걸어 나오다>는 스스로를 촌스럽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전시다.


<‘한글꼴’이 걸어 나오다>를 기획한 활자공간은 2004년 2월, 한글디자인연구소 실장으로 있는 이용제가 만든 곳으로써 한글 글자꼴을 디자인하고 그 글자꼴을 이용하여 또 다른 작업을 하는 공간이다. 활자공간은 한글 글자꼴을 디자인하면서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하여 한글 글자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한글 글자꼴은 대중을 위한 공공의 예술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제도권에 의해서 한글꼴은 단 한 번도 창작되었음을 인정받지 못했고 예술성의 여러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로서의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글자꼴은 실용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가 없으며,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 한글을 디자인한 글자꼴 또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이다. 곧 글자디자이너 자신의 생각이 부정되어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느껴야 했고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껴야만 했다. 곧 <‘한글꼴’이 걸어 나오다>는 열등한 자의 제도권에 대한 몸부림이다.



활자공간은 <‘한글꼴’이 걸어 나오다>를 통해서 몇 가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글 글자꼴에 대한 무조건 적인 우대를 거부한다. 사람들은 막연히 글자꼴을 디자인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꼴 디자인은 다른 디자인작업보다 관대하게 평가받는다. 그러나 잘된 글자꼴과 창의성이 있는 글자꼴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자꼴도 있다. 이제 사람들의 날카로운 판단을 글자디자이너가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일종의 경고다. ‘나를 베껴봐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제는 남의 글자를 베껴서 글자를 디자인할 수 없다. 아니 최소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또한 디자이너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더 좋은 글자를 만들겠다는 디자이너의 다짐이다. 마지막으로 늘 글자꼴은 타이포그라피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가공을 하여 사람들에게 보이곤 했다. 이 전시를 통해 한글 글자꼴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순수하게 글자꼴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없었기에 디자인한 글자꼴을 그것도 아직 상품으로 만들어지기 전 상태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전시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전시에 소개할 글자꼴은 사람들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고 부족한 부분은 더욱 채워서 더욱 완성된 공공을 위한 글자꼴로 태어날 수 있는 계시가 된다면 이 전시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성의 제도화된 작품을 전시하기보다 실험적인 성격과 마이너리티의 작업을 찾아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 팩토리에서 전시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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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 11월 15일 (화) -12월 4일 (일)

전시잔치: 11월 19일 토요일 저녁 6시

전시시간: 오전 11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갤러리팩토리

전시문의: 갤러리팩토리

02-733-4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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