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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색깔 있는 그림자 인형극

2013-06-20


광활한 대지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가진 중국은 그만큼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그 중 하나인 “피영”은 2,000년 전부터 전해지고 있는 민간예술로 가죽으로 만든 인형으로 하는 그림자 인형극이다.

에디터 | 김윤 객원기자 (cosmosstar00@naver.com)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면 책이 된다. 그 이야기들은 그림이 되기도 하고 선율로 변하면 음악이라는 장르가 되어 흐른다. 이 것들이 모여 연극이 되고 오페라가 되어 사람들을 웃고 울게 만든다. 기술이 발전으로 필름이란 것이 만들어지고 시간을 붙잡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표현방법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삼고초려, 청대 산시, 소가죽
-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삼국지의 대표적인 이야기로 유비, 제갈량, 관우, 장비 네 주인공의 상황과 표정 묘사가 우수하다.


여기 2,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미 익숙한 중국의 고전인 삼국지, 서상기 그리고 서유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의 전달 방식이 독특하다. 피영이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가죽으로 만든 인형으로 하는 그림자 인형극이다.
가죽은 다루기 쉽지 않은 소재이다. 그러나 내구성과 보존력이 뛰어나다. 또한 풍부한 색감을 오랫동안 간직하기에 적합하다. 피영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자 하면 떠오르는 색은 검정이다. 물론 빛의 정도에 따라 농도차이가 생기지만 그림자는 검정색 혹은 회색으로 대변된다.

매강설, 청대 산시, 소가죽
- 중국 산시 지역의 그림자극의 유명한 주제이다. 송대 서생 린효선과 사촌여동생 화염방과의 우여곡절 많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 신비로운 예술작품은 더 없이 세밀하고 화려한 색의 그림자이다. 동물 가죽의 흠집을 손질하여 복잡한 제작 단계를 거치고 적절한 색을 더하면 극에 알맞은 인형들로 거듭난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인생의 깊이와 지혜가 담긴 고전극으로 표현되면서 독특한 종합 예술이 되었다. 그 우수성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1767년 파리에서 첫 공연 이후 장기 상연되었고, 1774년에는 괴테가 독일에 직접 소개 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후왕출순(부분), 당대 베이징, 나귀가죽
- 고대 황제가 외지로 순시를 나가는 모습을 흉내 내는 손오공의 모습이다. 엄숙하고 위엄이 있는 의장에 장난끼 있는 원숭이의 본성이 드러나 친밀감이 느껴진다.


감각적인 표현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장예모 감독은 중국인의 현대사를 담은 영화 ‘인생’에서 피영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1994년 작인 이 영화는 4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외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화과산, 청대 산시, 소가죽
-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의 고향인 화과산은 아름다운 풀과 진귀한 꽃, 그리고 청송, 푸른 측백나무가 있어 인간 선경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손오공의 비범한 출신을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중국인이 바라는 이상적인 고향의 표현이다.


수만금산사1, 중국 산시, 소가죽
- 중국의 유명한 신화 전설 <백사전> 에 실린 이야기를 피영의 소재로 가져왔다. 금산사의 스님 법해가 계략을 써서 허선을 속이고 사찰로 출가하여 스님이 된다는 내용이다.


피영 예술인 판징러는 피영을 가리켜 하나의 광활한 세계이자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놀라운 제작공예와 복잡한 과정으로 대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정밀한 표현에서 조차 웅장함이 느껴지는 것은 중국이 가진 숨길 수 없는 역사와 대륙의 기질 때문으로 생각된다.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 아름답고 멀리서 보면 커다란 그림으로 조화를 이룬다. 회화, 음악, 전통극이 융합된 종합예술 피영은 오는 6월 30일 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참고자료
http://shadowplay.interest.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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