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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야나기 무네요시, 아름다움의 길

2013-05-30


음식을 먹을 때 썼던 소반, 음식물을 저장할 때 쓰던 백자 도자기 등 무명의 사람이 제작한 평범한 물건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 ‘민예’라는 개념을 만든 야나기 무네요시. 그는 일본의 근대 공예운동가이자 이론가, 수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는 7월 2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수집한 작품 139점을 소개한다. 우리에게는 일제 시대 광화문 철거 반대와 조선미술관 설립 등으로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인 동시에, 제국주의적 인식에 입각해 조선의 미학을 ‘비애의 미’라고 주장했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보다 공예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지속시켜 나가려고 했던 그의 노력을 수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야나기 무네요시는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두지 않고, 아름다움을 찾고, 수집하려 했다. 이러한 그의 미학은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서구 유럽 근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담았다. 그가 평생의 우정을 나눴던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와의 교류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이어갔던 시라카바 등이 그것이다. 특히 버나드 리치를 통해 알게 된 판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판하거나 전시를 진행하면서 서양미술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시라카바 동인은 서양 철학, 서양 미술 등을 담은 잡지 발간 이외에도 강연회, 전시회 등을 활발하게 펼치는 단체로 그가 편집 디자인 전반에도 참여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조선의 공예품들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한 2부에서는 도자기, 가구, 그림, 자수 등을 통해 우리를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1916년 여행차 한국을 찾았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우연히 발견한 조선 도자기에 매력을 느낀 후 전통적인 제품들을 하나, 둘 사들였다. 전통문화의 보존을 위한 일환으로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때 그가 선보인 조선의 미학 ‘무심’, ‘무작위’, ‘무의미’와 ‘비애의 미’와 같은 개념들은 오늘날에도 그에 대한 평가를 양분해왔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의 관심이 만주, 중국, 다시 자국인 일본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탁본, 불상 등 공예 제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그가 발견한 모쿠지키 불상은 소박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미’를 발견함과 함께 ‘민예’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이 닿지 않는 지점에 다가가면서, 공예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류지연 학예 연구사는 “그는 아름다움을 찾고 수집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만들거나 전시를 기획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했다.”고 하면서, “그가 발견한 아름다움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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