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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도시와 사람을 잇는 건축

2012-09-24


지난 9월 7일 2012 광주 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6인의 아시아 여성 감독이 ‘라운드 테이블(Round Table)’이라는 큰 틀 안에서 그들 각자가 내놓은 주제들의 공존과 이해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로 다른 주제, 여섯 개 국가의 여성 감독 등을 한데 모음과 동시에 비엔날레 전시장, 대인 시장, 무각사, 광주극장 등 광주 시내 전역을 무대로 하고 있다. 각기 다른 것들이 모여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토론의 장을 뜻하는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뜻을 아우르면서 건축과 디자인, 지역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것이 바로 서도호 작가의 틈새호텔이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하얀 봉고차 위에 있는 이 작은 호텔은 벽돌과 슬레이트 무늬로 위장하고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보다 틈새라는 공간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봉고차의 기동력과 어떤 공간에서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외부 모습을 갖췄을 뿐 아니라, 내부 시설은 최고급 호텔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광주 지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과도 소통할 수 있는 키오스크 기능도 구비했다.

틈새호텔은 도시의 틈새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틈새는 공간과 공간 사이 에때로는 시간과 시간, 사람과 사이처럼 추상적으로 존재한다. 존재 자체가 쉽게 잊혀지고 마는 이 곳에 호텔을 만듦으로써 사람들은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색다른 시간과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들은 틈새를 쓸모 없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을 잇는 하나의 매개체라는 점에 집중했다. 각각의 지점을 연결함과 동시에 무언가가 시작되는 곳이라 인식해 틈새의 공간화를 시도한 것이다.

서도호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틈새 호텔은 호텔의 몸과 발이 되어준 기아자동차의 봉고 Ⅲ 1.2톤 트럭, 호텔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은 서아키텍스 등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우선 광주의 역사적이고 물리적인 면을 리서치 해 이 도시에 위치한 틈새들을 찾아내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호텔에 적합한 3~5m의 폭을 가진 공간을 찾고, 주변의 환경과 편의 시설 등을 고려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 총 3개월 동안의 리서치 과정을 통해 추려진 후보지들은 최종적으로 틈새 호텔의 이웃이 될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과 이해 과정을 거쳐 호텔을 설치하게 되었다. 호텔에는 각 장소에 따라 방 번호를 부여하고, 투숙객은 인터넷을 통해 방 번호와 주소를 확인 후에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틈새호텔 안팎 500m 내에 위치한 편의시설은 ‘In Between Hotel Supporter’ 이름으로 투숙객을 맞고, 틈새호텔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협업자가 된다. 호텔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른 투숙객을 맞이할 때마다 광주 전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틈새호텔이 여러 가지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것은 물리적인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경험까지 담고 있다. 투숙객들은 광주라는 도시의 의미에 대해서, 지역 사람들과 공간과의 만남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거대한 틀 속에서 지나쳐버렸던 사람들의 삶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틈새호텔은 193 x 471 x 343cm에 이르는 작은 공간이지만, 고급 호텔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고급 마감 소재뿐 아니라, 가죽과 메탈 흰색 반광 페인팅, 태양열 집열판 등을 사용했다. 호텔 내부에는 미니바, 샤워시설과 화장실, 침대, 옷장, 냉장고, TV+키오스크 등 기존 호텔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공간을 연출했다.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서비스 역시 완벽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에 참여한 서도호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 런던 등에서 거주하며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설치 미술가이다. 2001년 49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였다. 공간과 관계 등의 테마를 장소 특정적인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광주 폴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장식적 건축물이 아니라, 각각의 공간에 서 이것을 즐기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의미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2 광주 비엔날레 기간 내에는 광주 비엔날레 홈페이지를 통해, 이후에는 틈새호텔 내에서 직접 참가 신청이 가능해 틈새호텔의 즐거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틈새 호텔: http://www.inbetween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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