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수묵 회화와 미디어의 만남

2012-05-09


그의 그림을 보면 동양화의 정신으로 대변되는 수묵 회화 작품인데도 왠지 모를 현대적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특히 문자추상, 군상, 콜라주 등 실험적인 연작들은 더욱이 그렇다. 시대 비판적 시선이 다양한 미술적 실험을 통해 우회적이고 경쾌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풍자적 현실 비판이 쉽고 재미있지만 촌스럽지 않게 작품에 숨어 들게 하는 그는 고암 이응노 화백이다.

에디터 | 구선아 객원기자
자료제공 | 이응노미술관

고암 이응노 화백은 1904년 충청남도에서 태어나 충남과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무대를 세계로 넓혀갔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다. 일본 강점기 대나무 그림 등으로 전통회화에서 주목받다가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 콜라주, 문자추상, 군상 등 실험적인 연작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이후 파리를 중심으로 독일,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그리스, 영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고암 이응노 화백의 정신을 확장하고 계승하고자 2007년 대전에 이응노 미술관이 개관, 고암의 예술 연구와 전시를 맡아 하고 있다. 이응노 미술관 역시 고암의 실험정신을 이어받아 수묵 회화 대가의 개인 화백 미술관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부터는 신진작가 발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미디어, 설치미술 작가 강현욱展을 오는 8월 26일까지 개최한다. 강현욱展에서는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본사회의 거대 권력과 폭력성에 대한 비판정신을 바탕으로 실험적 창작에 두려움이 없었던 이응노와 강현욱의 작품세계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이응노 미술관의 1,2전시실에는 고암의 작품이 그리고 3,4전시실에는 강현욱의 작품이 전시되어 대비되면서도 상응하는 면을 찾아볼 수 있다.

본래 고암의 작품을 보면 그 내면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오지만, 그의 그림들에는 사회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유머러스하고 여유로운 시선이 풍자와 해학적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양색시’(1946)는 주변강대국의 교체기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근대화 초기, 가족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개의치 않았던 여성들,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힘든 현실을 경쾌하고 재미있는 시선으로 풀어낸다. 사회에 대한 그의 이러한 시선은 그의 그림에 고안된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파랑색, 노랑색, 빨강색 등과 같은 명도가 높은 색과 인물, 소품을 적절히 배치하는 기법은 마치 해학적인 민화처럼 우리에게 쉽게 읽혀진다.

오브제, 동서양이라는 지역적 한계 등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고암이 실험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작품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아마도 자유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인간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강현욱의 작품은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가장 먼 곳에서 관조적인 입장으로 세상을 직시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작가가 프랑스 유학 당시 이방인으로써 느꼈던 인간으로서의 외로움과 나약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거대한 사회구조의 실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정체불명의 억압과 거대 세력으로부터 받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는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는데, 분명히 그에게 있어서 고통스러웠을 그 순간을 오히려 아름답고 서정적인 영상이나 재미있는 장치로 전환하여 표현한다. 그의 작품들은 자신의 정신적 외상으로써 느끼는 단면적 공포와 트라우마를 치유함과 동시에 보는 이들에게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거대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강현욱의 다양하고 재기발랄한 예술 실험인 듯도 하다.

공통적으로 그들의 작품은 현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의 시선으로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나 무겁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고암과 강현욱 모두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였지만 동양적 정서인 해학적 미학과 풍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이를 실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개인 화백 미술관으로서 시도치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 때문이기도 하다. 미디어와 설치미술뿐만이 아니라 총 2분 30초간의 3D 영상으로 구성된 사운드 아트 공연과 작가 퍼포먼스도 전시 기간 중 개최된다. 이는 수묵 회화 작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 여기고 있을 관람객들에게 시원한 반전을 가져다 준 실험적인 시도가 아닐까.


전시 제목 Hello! Media _ Kang Hyunwook
전시 기간 2012.04.27.~2012.08.26
전시 장소 대전 이응노 미술관
관람 시간 10:00 a.m~7:00 p.m, 매주 월요일 휴무
부대 행사
작가 퍼포먼스 – 2012.05.26. 03:00 p.m / 2012.06.23. 03:00 p.m
Artist Talk - 2012.05.26. 03:30 p.m / 2012.06.23. 03:30 p.m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