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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아홉 난쟁이들’

2012-05-04


국제갤러리는 4월 5일부터 5월 12일까지 세계적으로 평단과 화단에서 주목 받는 작가 폴 맥카시(Paul McCarthy)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40여 년간 폭넓은 영역의 소재와 매체를 전 방위적으로 넘나들며 왕성한 작업활동을 벌여온 폴 맥카시는 그간의 실험적 행보로 인해 국제적으로 독특한 작업 세계를 인정받았다. 이번 개인전은 총 아홉 점의 실리콘 조각과 한 점의 알루미늄 조각으로 구성됐다. 그 중 전시장 내에 위치한 ‘아홉 난쟁이들’ 조각은 ‘백설공주(White Snow)’ 시리즈 작품으로 해외 주요 전시 및 아트페어에서 수많은 관심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시리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로부터 영향을 받아 작가만의 고유한 사회적 풍자와 해학을 담고 있다.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이번 폴 맥카시 개인전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조성한 3관의 전시공간에서 소개되고 있다. 3관은 천장고가 6.1m, 건물면적 381.15평 및 대지면적이 242평에 달하며, 건물 내부는 대규모 설치작업과 전문적인 미디어 상영이 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 입구로부터 2관 및 1관으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정원공간이 조성되어 폴 맥카시의 대형 야외조각 설치작품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 (Apple Tree Boy Apple Tree Girl) (2010)’를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폴 맥카시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조각들을 비롯하여 드로잉, 회화, 사진, 퍼포먼스, 비디오 등의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미디어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소재와 이에 반응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해 왔다. 그는 “회화와 행위, 퍼포먼스, 조각 등 각 장르는 영역의 경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소통되며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자유롭게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신선한 충격과 불편한 실체에 접근한다.

폴 맥카시는 1990년대 초부터 피노키오, 산타클로스, 서부, 그리고 해적과 같은 대중문화를 통해 신화화된 캐릭터들과 주제를 탐구해 왔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화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당시 회화와 퍼포먼스, 비디오 등의 작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작가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의 그룹전 ‘헬터 스켈터(Helter Skelter)’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전시작 ‘정원 (The Garden, 1991-1992)’은 작가가 처음 선보인 기계 조각으로 TV 서부극 보난자(Bonanza)에서 사용되었던 세트와 두 명의 하의를 탈의한 남성들을 결합하여 삐뚤어지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남성의 성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맥카시가 직접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으로 분한 1995년 작품 ‘화가(The Painter)’는 퍼포먼스와 비디오의 매체적인 확장을 시도한 작품으로서 작가, 딜러, 컬렉터들과의 상업적인 관계가 얽힌 미술계 현상을 조롱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맥카시는 현존하는 주요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대표적인 작가들은 데미안 허스트, 루시안 프로이드와 같은 신체 및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룬 작가들이다. 또한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탈관습적인 작업을 진행해온 제이슨 로즈, 신디 셔먼, 조나단 메세, 채프만 형제, 길버트 앤 조지 등도 이에 해당된다.

약 40여 년의 작품 생활에 걸친 맥카시의 주요 경력으로는 2004년 휘트니 비엔날레, 총 네 차례(1993, 1995, 1999, 2001년)에 걸친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 및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진 바 있다. 대표 전시로는 2000년 미국 뉴욕에 소재한 뉴 뮤지엄에서의 회고전,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 개인전, 2006년 스톡홀름 모데르나 뮤제트 개인전, 2010년 밀라노 폰다지오네 니콜라 트루사르디에서의 개인전 등이 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뉴욕 현대 미술관(MoMA), 휘트니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컬렉션, 그리고 개인 소장처로는 프랑수와 피노, 다키스 조아누, 루벨 컬렉션 등이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맥카시의 근작 ‘아홉 난쟁이들’은 널리 알려진 19세기 독일 동화 ‘백설공주’를 각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등장인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2008년에 시작되어 이 작품의 초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드로잉들은 그만의 반복적이고, 심지어 강박적이기까지 한 스케치 과정을 통해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복잡다단한 접점을 드러낸다.

‘백설공주’ 드로잉들은 2009년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대규모의 난쟁이 실리콘 조각들로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총 아홉 점의 난쟁이 조각들은 화려한 색채의 매력적인 조각들로 구성되며, 실제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멍청이(Dopey), 박사(Doc), 졸림이(Sleepy), 재채기(Sneezy), 행복이(Happy) 등의 이름으로 제목이 붙여졌다.

이 조각에서 맥카시가 차용한 백설공주 이미지들은 원작에 내재한 어두운 심리적·사회적 요소를 드러낼 뿐 아니라, 동화책이나 장난감을 통해 상업화된 20세기적 변형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듯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시리즈의 난쟁이들은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를 향해 야릇한 시선을 보내고 있으며, 그들의 코는 마치 욕망을 상징하는 듯 다양한 남근의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 동화 속 캐릭터들의 그로테스크한 변형은 사랑스럽지도, 외설스럽지도 않고, 다만 연민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는 마치 은유적으로 일격을 가하는 음흉하고 통렬한 서사, 곧 동화에 내포된 여러 겹의 어두운 이면들을 건드리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작가 개인에게 의미를 가질 법한 유년의 기억과 정서, 그리고 일종의 사랑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의 표현을 따르면 “백설공주는 역사이고, 이 역사의 일부는 자화상이다. 당신이 이 세상에 오래 머물수록, 현재와 과거는 더 많이 뒤바뀌게 된다. 과거는 때때로 당신이 여행하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창문이 된다. 그리고 나서는 한층 일이 복잡해지는데 당신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백설공주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것이며,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갖고 있기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예술이 어떤 정답을 제공하기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단지 무언가를 할 뿐이고, 그것이 나를 다음 단계로, 또 그 다음 단계로 이끌 뿐이다”라고 전한다.

전시장 야외 정원에 설치된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 (Apple Tree Boy Apple Tree Girl)’는 높이가 약 5미터에 달하는 알루미늄 조각으로 독일에서 유래된 허멜 도자기 조각상(Hummel Figurine)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허멜 도자기상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 사회 상징물 중 하나로써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주둔 미군들이 기념품으로 고향에 보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마치 아담과 이브 같은 소년과 소녀의 이미지는 추상적으로 변형되어, ‘아홉 난쟁이들’과 마찬가지로 작품제작과정에서 행위의 흔적이 과감 없이 드러나 있다. 이는 본래의 도자기상이 지닌 목가적인 분위기와 포동포동 살이 오른 어린 아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추상화 되어있다. 실로 5미터의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로봇과 같이 재탄생된 이들은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에덴동산과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 사이에서 망설이며 거대한 사과나무 그네 위에 앉아 있는 듯 하다.

문의: 국제갤러리http://www.kukjegallery.com



본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디비닷컴(www.designdb.com)에서 제공한 자료이며, 상기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배포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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