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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시민과 호흡하다

2012-02-10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지역사회에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의 건축 콘셉트가 실현되는 곳이다. 일본의 전통적 도시의 중심이며 금박제조 등 전통공업이 가장 발달한 가나자와는 2009년 유네스코에 창설된 ‘창의 도시 네트워크’에 등록되었으며 우리나라 전주와는 자매도시이기도 하다.

글 | 정영숙 갤러리세인 대표

둥근 디스크 모양의 건물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원형과 벽면이 모두 통유리로, 도심의 공원 안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축 설계는 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SANAA)로 2010년 프리츠커 상을 받은바 있다. 누구나 언제나 쉽게 들를 수 있으며 다양한 만남과 체험의 ‘장’이 될 수 있는 공원 같은 미술관을 지향한 것이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직적 건물이 아닌, 대지 같은 수평적 건물이 열린 마음을 유도한다. 미술관은 전세계 작품들을 수집하고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1980년대 이후 작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관람용 리플렛에는 ‘상설 전시작품’이 별도 표기되어 있다. A~J까지 총 10점 중 첫 번째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2010) 이다. 감상을 위해 50미터 거리에서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잔디밭 길을 서서히 걸어가게 되어 있다. 청록색, 심홍색, 노란색의 3색 대형 라운드 유리의 조합과 주변 환경, 그리고 보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색의 풍경이 창조된다. 작품 안에 깊이 들어가면 태양처럼 둥근 하얀 배열 등이 우뚝 세워져 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되는 3가지 색상, 그리고 단순한 형태와 재료만으로 엘리아슨은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 설치되었던 작품은 강렬한 붉은 태양이었다면 이곳의 빛은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태양이다.

건물 중앙 안쪽 ‘빛의 뜰’ 중앙에 설치된 패트릭 블랑(Patrick Blanc)의 (2004)은 길이 13미터, 높이 5미터의 벽면이 가나자와의 기후에 적합한 약 100종류의 식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거대한 식물 벽면은 관람 중의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청량제이다. 지역적 특성과 공공의 성격이 잘 어우러진 미술관 내 공공미술이랄 수 있다. 다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하얀 벽면에 그려진 마이클 린(Michael Lin)의 (2004)이다. 일본의 전통염색인 가가유젠의 수법과 도안을 조사해 대만의 전통적인 도안과 접목시킨 작품이다. 해외 작품을 소장하지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표현하여 타 지역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작품이 설치된 곳에서 특별행사로 패션쇼가 개최되어 공간을 역동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전시공간은 전람회와 교류 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남과 교류의 장을 창출하는 교류 존에 설치된 제임스 튜렐(James Turrell)의 (2004)은 사각 벽면 아래쪽에 둘러싸인 조명과 공간, 그리고 뚫린 정방향 천장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늘의 빛을 포착하고 지각능력을 자극하게 한다.


전람회 구역에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2004)가 있다. 전시장 공간 내에 거대한 콘크리트 벽면이 수직으로 기울여져 있고, 벽면 중앙에는 검은 타원형의 색면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같은 부분의 두 번째 작품은 레안드로 에를리히(Leandro Erlich)의 (2004)로, 이다. 지상에서 바라본 관람객, 그리고 지하(수영장 내부)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유도한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수영장 내부라는 공간에 대한 제시, 그리고 물속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 밖에서 바라본 물의 풍경을 자유롭게 오가며 체험하게 하는 참여형 작품이다.

이처럼 인구 26만의 중소도시, 그것도 전통공예가 중심이 되는 지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연간 150만 명이 관람하는 미술관은 시청의 예산으로 운영되는데, 1년 작품구매과 예산은 선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가나자와는 전통문화에 현대미술을 접목하여 혁신을 이루어 지속 가능한 창조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내는 21세기 미술관은 가나자와의 22세기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 정영숙은 서울산업대학교 도예과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행정경영과 박사과정 중이다. 현재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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