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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신전으로 초대 받는 일

2011-09-27


번잡한 거리를 지나 천호동 3층짜리 낡은 교회 건물에 자리한 인기작가, 그의 작업실은 너무나 소박하고 음악적이었다. 크리스티가 낳은 인기 작가? 그래서 홍경택에 대해서 사람들은 할 말이 많고 그도 할 말이 많다.

글 | 김종근 미술평론가, 숙명여대 겸임교수

그의 약력은 단순하다. 1968년 서울 출생. 경원대학교 회화과 졸업. 2000년 문예진흥원 인사 미술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5회의 개인전 및 국내외 주요 단체전 참여. 현재 전업 작가로 작품에 전념. 이 약력 하나만으로도 그는 충분한 작가가 되었다.

홍경택은 여섯 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소질이 있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만화 영화를 좋아해서 애니메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고, 중고교 시절에는 디자인 쪽에 더 소질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회화를 택했다고 한다. 평범했던 그에게 춥고 불운한 기억은 첫 개인전에서 고대하던 전시회를 열었지만 작품은 단 한 점도 팔리지 않아 좌절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7년 후 2007년 어느 날, 그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작 ‘연필Ⅰ(Pencil Ⅰ, 581×259cm)’이 구매자 수수료를 포함해 추정가(55만~85만 홍콩달러)의 10배를 상회하는 648만 홍콩달러를 넘어 한화 7억7,000만원에 낙찰돼 지난 2006년 5월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마오주석’이 기록한 낙찰가 3억2,000만원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30대 작가 작품으로서 7억 원 대에 거래된 것은 국내 경매에서도 유례가 없던 일이었고, 이후 2008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서재Ⅱ’가 6억여 원에 낙찰 되며 그에 대한 컬렉터들의 인기를 다시 확인해 주었다.

그는 여전히 우리 화단의 문제 작가로 불린다. 그래서 그의 할 말은 다른 작가들의 할 말과 다르다. 그는 아주 분명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하나는 여전히 회화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 “많은 사람이 회화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회화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발달한대도 물감의 뒤엉킴, 미묘한 두께와 색감의 차이를 재현해내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 계속 진정성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작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홍경택의 이러한 자전적인 발언은 그가 회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얼마나 보수적이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치열하게 작업 했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작업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사실 홍콩의 옥션으로 부터 시작 되었다. 한국 작가 중 최고라는 이러한 기록은 작가에게 사실 기쁨 보다 행복한 주홍글씨처럼 부담으로 돌아갔다.

사실 홍경택의 작업을 가만히 보면 몇 개의 시리즈로 나누어진다. 화사한 색연필로 제작된 ‘연필 시리즈’, 그리고 민화의 책가도를 변용시킨 ‘서재 시리즈’ 무수한 책들이 둘러싸인 모습에 ‘도서관 시리즈’, 그리고 ‘스타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그는 나름대로의 정체의 시선에서 벗어나려 치열한 변신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그 변신은 사실 급 부담이 낳은 듯 너무 빠른 변신으로 일관성과 메시지에서 간격이 큰 것으로 느껴진다고 나는 해석한다.

2005년 이후 그는 ‘펑케스트라’를 발표했다. ‘펑케스트라’는 그가 음악 메니아로서 대중음악의 선율과 리듬에서 받은 개인적인 영감과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화면 중앙에 반 고흐, 배우 마릴린 먼로 등을 비롯하여, 캐서린 제타존스, 영화감독 박찬욱 등 유명 인사의 실제 이미지를 독특한 배경과 문양 속에 배치하는 시각적 형식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그는 펑크 음악을 틀어놓고 음악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 색과 문양을 구상하는 제작 형식을 보이고 있을 만큼 음악적인 가수들의 이미지를 화면 속에 차용했다.

그의 작업은 정직하고 화려하고 팝적이다. 그의 그림은 왜 우리화단에서 주목을 받는 것일까? 홍콩 크리스티 옥션에서 비싸게 거래되었기 때문일까? 그 이유는 누가 뭐래도 그의 작품에 보이는 진지함과 진정성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성실함이 돋보이는 정교함, 그리고 ‘연필 1’, ‘도서관 Ⅱ’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채의 대비와 대칭, 그 위에 다양한 칼라로 덮여진 형광의 현란한 발광 색채의 힘이다. 그의 화면 구성은 어느 작품을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허술하지 않고, 충실하게 완벽한 시메트리를 통하여 컴포지션을 보여준다. 그 자신이 지적한대로 “수만 개의 물방울, 동그라미 같은 무늬가 상하 좌우로 완벽한 대칭”의 테크닉과 기법들이 대부분의 작품에서 일관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그가 평소 선호하는 교황이나 마돈나 등 톱스타들의 이미지를 끌어들인다. 마릴린 먼로, 반 고흐, 예수, 존 레논 그리고 이영애, 전지현, 장동건 등 최고의 톱스타 들이 등장한다.

그의 구성법은 LOVE, HOPE, 혹은 Gogh 2005 등 화면의 네 구석 모서리를 장식하는 문자의 회화로 완결하고 있는데 이러한 패턴 회화는 그가 가장 친근하게 대하는 단어들로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아이콘화 되어 있다.

어쩌면 그가 선택해서 가져오는 오브제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그는 그러한 사물들에 화려한 옷을 입혀 우리를 스펙터클한 미술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특히 그것은 일종의 콘서트를 연상케 한다.2000년 이후 그의 작업들이 작가 자신이 명명한 펑키스트라(funkchestra)에서처럼 펑크음악과 오케스트라를 합성한 말이다.

그는 여기서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주제인 음악적인 감수성을 보여준다. 한국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로 떠오른 그에게 비틀즈, 마릴린 먼로, 이상은, 캐서린 제타존스 등 의 이미지는 그의 표현 방식의 중요한 형식일 뿐이다.


그래서 홍경택 작품의 매력과 단점은 너무나 질서정연한 패턴과 현란한 색채의 화려한 조합, 때로는 성스러운 이미지의 도발적인 구성, 그리고 정형적인 패턴 페인팅이 가져다주는 틀에 박힌 답답함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답답함은 그의 회화에 원천인 음악이 그 비법을 제시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페인팅은 근본적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고 끊임없이 ‘나’로 집착하게 만든다. 예술이라는 것은 나와 타자의 차별성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이러한 차이를 남에게 이해시키기는 일이 나의 작은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의 신전을 짓는 일이고 그림을 감상하는 행위는 작가의 신전에 초대받는 일이다.” 이 말만큼 그의 그림 그리는 행위가 얼마나 명확한 것인지 지시해주는 글도 드물다.

한국미술에서 그의 성공은 어쨌든 홍경택에게 행복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미술시장에서만 성공한 작가라는 사실은 그에게서나 한국미술을 위해서도 여전히 유쾌한 평가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예술가로서 가장 이상적인 스텝과 평가는 전문가들이 그의 작품에 예술적 평가를 해주고, 그리하여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이나 중요한 전시에 초대 받는 일이다. 적어도 쟝샤오강이나 위에 민준 혹은 쩡판츠처럼, 아님 이불이나 서도호처럼 말이다.

과연 그의 이력서에 미술관 전시의 어떤 이력이 얼마나 있는가? 세계의 전문가들은 그것을 주목할 것이다. 우리가 그에게서 한국미술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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