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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현대미술에 가해진 보이콧과 센서십 ①

2011-07-27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의 작품 ‘오줌 예수(Piss Christ)’.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오줌에 예수의 모형을 담아 촬영한 것이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예수가 실은 오줌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종교 단체들이 가만있을 리 없는 상황. 이 사태는 지난 5월까지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랑베르 컬렉션(Lambert Collection)을 소개한 전시 ‘기적을 믿습니다’에서 벌어졌다.

글 | 월간 퍼블릭아트 이혜린 기자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
신성모독적인 작품을 본 아비뇽 주교는 즉각 안드레스 세라노의 작품을 상대로 배척운동을 시작했다. 곧 종교인들의 반감을 선동한 종교 단체 및 보수 단체들이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에 동의하는 8만 명의 서명도 함께 제출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미상원 의원 알폰스 다마토(Alfonse D'Amato)는 “소위 예술작품이라는 이것은 혐오감과 저속함의 극치”라고 작가를 비난하며 전시에 지원된 기금을 철회하려고 했으며, 전시기획자와 소장자는 카톨릭 단체로부터 살해 협박과 항의편지를 받기도 했다.

결국 집단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시가 진행되자 대여섯명의 남성들이 전시장에 들어와 망치와 둔기로 작품을 훼손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이에 대해 작품을 소유한 랑베르 컬렉션은 이들을 상대로 이미 고소를 제기한 상태이다.


한스 하케(Hans Haacke)
1971년에 있었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있었던 주요 검열 사건 중 하나인 한스 하케(Hans Haacke)의 전시. 뉴욕의 할렘 지역을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 ‘샤폴스키 등등의 맨하탄 부동산 소유실태, 1971년 5월 1일 당시의 체제’는 샤폴스키 가족이 그 지역의 부동산을 독점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릴 그의 개인전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술관장은 미술관의 주요 후원자인 샤폴스키 그룹을 비판하는 내용을 전시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해당 작품을 전시에서 제외시키라고 통보했다. 전시를 준비 중이었던 한스 하케와 당시 큐레이터였던 에드워드 프리가 이를 거부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시는 취소되었고 큐레이터는 해고당했다.


질러스 트레퀴니(Gilles Traquini)
지난 2006년, 프랑스 니스(Nice)에 있는 엘렌벡 갤러리에서 개최된 질러스 트레퀴니(Gilles Traquini)에 대한 사건. 미술관 인근 주민이 그의 회화 작품 중 하나인 쿠르베(Courbet)의 ‘세계의 기원(L’Origine du monde)‘에 대한 오마주 작업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이런 해프닝으로 전시는 창문은 모두 가려진 채 ‘18세 미만 입장 불가’라는 안내 문구를 써 붙인 후에야 지속될 수 있었다.

사디 가디리안(Shadi Ghadirian)
이란 출신 작가인 사디 가디리안(Shadi Ghadirian)은 작품 전반에 걸쳐 정부와 종교 등에 의해 검열되는 이란 여성들의 정체성과 겉모습을 이야기한다. 특히 차도르에 가려진 여성을 담은 ‘Like Every Day’ 시리즈는 얼굴과 몸 전체를 차도르로 감싸고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얼굴 대신 주전자, 빗, 고무장갑, 다리미 등 다양한 집안 용품을 겹치게 찍은 것이다. 또한 ‘West by East‘ 연작은 노출된 여성의 신체를 검은 펜으로 지운 것으로, 정해진 규격의 의상이나 옷차림이 금기시되는 이란 사회를 꼬집는다. 작가는 작품 전반을 통해 모든 행동과 치장이 검열되는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평등과 권리, 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흥미로운 연출과 원색적 색감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 유명 모델과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작품은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매체의 표지나 화보를 장식하고 있다. 2004년 5월 프랑스 잡지「포토」역시 데이비드 라샤펠이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촬영한 사진을 표지로 발간했다. 하지만 프랑스를 포함한 70여 국에서 발매되는 잡지가 스위스에서만 발간되지 못했다. 말의 코가 안젤리나 졸리의 가슴을 쓰다듬는 장면이 자칫 동물과의 성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약이 심한 스위스의 법에 저촉되어 경제적 손해와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키느니, 「포토」측에서 솔선해서 미리 자기검열을 했던 것이다.


래리 클락(Larry Clark)
2010년 파리에서 열린 래리 클락(Larry Clark)의 전시는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미술 작품에 대해, 특히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프랑스가 이런 입장은 취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예술의 표현력에 관대한 프랑스 시민과 문화계 인사들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고, 더불어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도 다른 예술가들에게 유사한 결과를 낳을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결정을 내린 파리시 시장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래리 클락 역시 이 같은 판정에 대해 “충격적이고 놀랍다”라는 입장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신이 불우했던 청소년기를 지냈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성숙치 않은 청소년들의 아픔과 내면 공감하고자 한다는 그는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전시가 정작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시에 대한 검열 뿐 아니라 전시 관력 책자도 이와 같은 문제로 주최 측인 파리박물관이 아닌 런던에 위치한 시몬 리 갤러리에서 출판되었다. 이에 대해 전시 주체 측은 전시될 이미지 중 미성년 성도착자 또는 포르노그래피같다는 여론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구겐하임 아부다비 (Guggenheim Abu Dhabi)
프랭크 게리의 설계로 2015년 개관 예정인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상대로 전 세계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위치할 곳은 장 누벨이 설계하는 루브르박물관 분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하는 국립박물관을 비롯해 공연예술센터, 골프클럽, 럭셔리 개인빌라 등 아부다비의 문화지구인 사디야트 섬(Saddiyat Island). ‘행복의 섬’으로도 불리는 이 속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고 있는 노동자들 때문이었다. 터무니없는 임금을 받으며,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던 그들을 위해 왈리드 라드를 비롯해, 에밀리 야시르, 이토 바라다, 재닛 카디프, 윌리 도허티, 바바라 크루거 등의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보이콧했던 것이다. 여기에 중동 출신 작가 100여 명을 포함한 미술가와 큐레이터, 비평가들은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항의서를 구겐하임 재단의 디렉터 리처드 암스트롱 앞으로 발송했다. 항의서의 주요 내용은 “건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구겐하임 아부다비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하겠다”라는 선전포고였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무시한 채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하지 않는 미술관에는 작품을 전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주장한 예술가들의 양심 발언 덕분이다. 이 같은 분노가 구겐하임의 다른 분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구겐하임미술관 측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성명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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