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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여덟 개의 구두, 그리고 핸드백

2011-05-17


여자로 태어난 사람 중, 핸드백이나 구두 욕심이 없는 이가 어디 흔하겠는가. 신지 못하거나 들지 못하더라도 예쁜 물건 하나쯤 모셔두고 싶은 심리는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가모갤러리에서 5월 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The ARTIST BRAND –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차이’ 展은 이런 욕망의 대상인 핸드백과 하이힐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이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자료제공 | 가모갤러리

현대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이자 소비적 욕구의 대상, 때로는 삶 자체의 모습이기도 한 핸드백과 하이힐. 이런 두 개의 대상에 대한 뚜렷한 작가적 관점과 독특한 표현 기법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저마다의 확고한 작업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여덟 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다. 이들은 각자의 시각을 통해 현대 상업적 디자인의 정점에 있는 핸드백과 하이힐을 해체하여 새롭게 예술작품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인체의 발 부분과 하이힐, 레인부츠 등을 촬영한 필름을 선으로 잘라내고 이를 다시 작가의 의도대로 재구성하여 가상의 인위적 형상을 만들어내는 강주현의 SKIN-Suite조각과 드로잉, 여성들의 패션 아이콘이자 흔히 욕망의 정점으로 표현되는 대상인 ‘하이힐’에 동물의 다리 또는 동물 형상 자체를 도입시킨 조각으로 위트와 풍자를 함께 보여주는 김민형의 설치작품과 조각, ‘선으로 그리는 드로잉 조각’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김병진은 유명한 심볼 이미지를 연결하여 형체를 만들어내는 그만의 조형양식으로 부조작품인 하이힐과 신작 핸드백 시리즈 작품의 첫 선을 보여준다.

김선진은 대리석 및 다양한 돌들을 재료로 대표적인 명품브랜드의 핸드백을 조각으로 표현하는데, 실제와 비슷한 로고들을 오히려 자신의 이름으로 변환시켜 넣어 재미와 풍자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버려진 벽돌을 핸드백으로 재창조하여 국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 조각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숯의 조각가’ 박선기는 가모갤러리의 가장 특징적 공간인 ‘중정(中頂)’에 아크릴들을 매달아 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핸드백의 형상을 지닌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명품가방 석조조각’의 선구자인 양문기는 ‘쌍둥이 빌딩’을 모티브로 기존의 방식과 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해 온 작가 조경희는 ‘하이힐+핸드백’의 조합을 통해 현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또는 부의 표상에 대한 극대화를 꼬집고 있으며 ‘빨대’라는 흔한 기성품을 통해 작품의 감성과 조형성을 함께 표현해왔던 홍상식은 이번 전시에서도 빨대와 LED조명을 함께 조합하여 만든 하이힐 평면 작품과 핸드백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그간 상업성을 띤 디자인 제품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꽤 자주 진행되어 왔다. 이번 전시 역시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것은 부각되고 있는 두 개의 사물, ‘핸드백과 하이힐’을 단순히 이미지뿐만이 아닌 주제와 재료의 질감 등 다양한 표현양식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대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욕망과 소비문화에 대한 상징물을 색다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번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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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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