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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억지웃음 속에 숨겨진 진실

2011-01-21


말간 화폭, 커다란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한껏 입을 찢으며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은 진짜가 아니다. 표정 없는 눈빛과 어우러지는 화려한 색채. 김지희의 작품은 이렇듯 독특한 이질성을 지녔다. 1997년 시작된 이래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지원해온 청작미술상이 그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지목한 사람은 바로 이 김지희 작가이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사진제공 | 청작화랑

지난 여름, 청작화랑에서 기획한 ‘선정작가-새로운도약전’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 젊은 작가 김지희는 역대 수상자 중 최연소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양화를 기반으로 팝아트적인 요소를 가미, 그 독창성으로 주목 받고 있는 그녀는 작품 속에서 교정기, 오드아이, 커다란 선글라스 등 독특한 소재들을 주로 차용한다. 이는 김지희 작가의 주된 작품 제목인 ‘Sealed Smile’에서 드러나듯 작품 속 등장인물의 막혀있는 감정을 은유하는 장치이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장루이 프아트뱅(Jean-Louis Poitevin)은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론 ‘김지희, 웃음과 비극’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얼굴들은 자연스럽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과장된 큰 미소를 띠고 있다. 게다가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다. 생기 없이 윤기가 흐르는 얼굴표정이다. 눈을 뜨고 있지만, 어떤 것도 바라보거나 응시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녀는 눈동자의 색깔을 다르게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김지희는 점점 눈보다는 원형 혹은 하트모양의 커다란 안경을 그린다. 각각의 안경알에는 다양한 아이콘들이 있다. 여기엔 달러, 저기에는 원, 색색의 점들, 다색의 줄무늬 혹은 티셔츠의 슬로건들이 안경알을 채우고 있다.
각각의 안경들은 스크린 같은 영사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의 썸네일이나 얼굴을 동요시키는 분별없는 욕망의 상영들이 진짜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인가는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스크린'에 상영되는 모든 것들은 인물들의 시선을 파괴하고 우리에게 고독과 유기의 끔찍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김지희는 사회적 성공의 상징들을 통해 맹목적인 시선을 직시하게 하면서, 현대사회의 대다수 사람들과 관련된 신체적, 사회적 쇠약의 실상을 보여준다.’

장지에 채색 등 전통적인 동양화의 방법론을 고수하고 있는 김지희는 소재와 어울리지 않는 주제를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질적인 개인을 형상화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는 청작미술상의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더불어 개인전의 기회 또한 부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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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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