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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What is the Design?

2010-12-17


시대는 변하였고 디자인의 위상은 높아져만 간다. 높아진 위상만큼이나 다양한 이론들이 난립하고 디자이너들은 새롭게 부여 받은 역할을 학습해야만 한다. 하지만 정말 이게 전부일까?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작업인 듯 하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12월 17일부터 진행되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전시회는 더욱 의미가 깊다. 간결하고 절제된, 그러나 대중적인 디자인을 통해 독일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한 디터 람스. 그의 디자인은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 그리고 후카사와 나오토 등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며 현대 디자인의 한 조류를 형성했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디터 람스의 전시 Less and More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응용미술관과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산토리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순회전시이다. 현재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거쳐 올해 영국 런던 디자인 미술관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시되었으며, 대림미술관 전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도 이어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디터 람스가 지난 40여 년간 독일의 브라운 사와 비초에 사를 위해 디자인한 400여 점의 제품을 선보이게 될 이번 전시에서는 디터 람스와 그의 디자인팀이 확립한 ‘독일 디자인’의 핵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미 일본과 영국, 독일에서 총 1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다. 브라운 사의 제품 디자이너로만 알려져 있는 그의 전시에 이렇듯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찍이 그에 의해 제창되었던 ‘디자인 10계명’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거다. 혁신적이고 유용하며 아름답고 이해가 쉬운, 정직하고 지속가능하며 최소한적인 디자인은 디터 람스에 의해 오랫동안 이야기되었던 디자인의 중심 사상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사상을 기본으로 브라운과 비초에 사의 수많은 제품들을 디자인해왔던 것. 이번 전시에는 디터 람스의 이러한 사상을 담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디자인 제품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의 연대기적인 디스플레이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모형과 스케치를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그의 디자인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왔으며 이것이 현재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브라운과 디터 람스의 오랜 관계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전시는 디터 람스가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브라운 사와 함께 일하면서 단순히 제품 개발을 넘어선 기업의 진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보다 미래를 내다 본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원하여 기업의 이익과 디자인 역사에 남을만한 성취를 동시에 이루었다는 사실은 디자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 ‘Less and More’ 展은 내년 3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순회 전시를 총괄기획한 나오키 케이코씨를 만나 전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Jungle : 이번 전시는 오사카와 도쿄,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서울과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에서 진행되는 순회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있을 산토리미술관의 15주년 전시를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2004년도는 프랑스 건축가 존 누벨의 전시를 마친 후였었고 레이몬 사비냑 같은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와 같이 작업하면서 프랑스 특유의 혁신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형태를 많이 다룰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항상 마음 속에선 ‘무엇이 디자인의 핵심인가’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1945년 전쟁에 패한 이후,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겪어 왔습니다. 경제성장도 있었지만 거품들도 많았지요. 80~90년대에는 여러 가지 컬러와 형태를 가진 실험적인 디자인 제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디자인 작품들을 보면서 저는 늘 ‘왜 디자인을 하고 그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전시를 준비하기 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디터 람스의 설치작품 ‘하우스’를 보았습니다. 일본의 디자인전문가가 이 전시를 보고 훌륭하다고 칭찬했는데 미술관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가전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전시가 가능할까라는 의문 때문에 보류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바로 이것이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을 줄 수 있을 거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디터 람스는 스타 디자이너이기 전에 한 회사의 고용인이었습니다. 일본의 90퍼센트 이상의 디자이너들은 회사를 위해서 일하고 있지요. 디자인 업계에서는 디터 람스가 스타이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를 잘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산업의 형태를 잘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Jungle :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시간상 상당히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모던 디자인과 현대적인 디자인에 대한 전문가로서 디터람스의 디자인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전시품 중에 레코더, 면도기, 하이파이 등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모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제품들의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고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제품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SK-4 같은 제품은 앞면과 뒷면이 모두 오픈 되어 통째로 디자인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들어간 디자인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어떤 방향에서 봐도 전부 예쁜 디자인입니다. 디터 람스는 제품에 대한 센스 보다 공간에 대한 센스가 더 뛰어난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제품에서는 사용자들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Jungle : 이번 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디자인 10계명’ 이외의 전시의 키워드를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사용자들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많은 스타 디자이너들이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입니다. 하지만 디터 람스의 디자인은 사용자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배려는 미적 가치의 극대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요즘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은 단지 재생용품의 사용 유무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 편입니다. 디터 람스는 디자인을 할 때 미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사용자가 오래 쓸 수 있게 만든다면 그 것도 역시 친환경적인 제품이라고 이야기합니다.


Jungle : 지금까지 3개국 4개 도시를 거쳐 전시가 진행되었는데 각 도시 별로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모든 전시의 공통적인 특징이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라는 점입니다. 어린 학생들이라 5, 60년대 제품들을 써본 적이 없을 텐데도 이 전시를 보러 온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어요. 디터 람스의 전시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조나단 아이브가 그의 팬이라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겠지만 결국엔 얻는 것이 있어서라고 봅니다. 전시할 때마다 비평가나 전문가, 관람객들의 호불호를 통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얻어갈 수 있었지요. 저는 그 어떤 저널리스트 보다 관람객의 눈이 더 정직하고 중요하다고 봅니다.


Jungle : 한국에서 하는 전시의 경우 다른 곳과는 달리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다른 곳의 전시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 미술관마다 공간의 특징을 살렸을 뿐이지요. 특별히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한국의 디자인 자체입니다. 한국은 현재 디자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디자이너나 관계자들이 디터 람스에게 무엇을 배우고 이를 통해 어떤 융합의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을 지가 기대됩니다.

Jungle : 우에키 케이코씨의 개인적인 전시 계획들을 듣고 싶습니다.

일본 디자인에 대한 전시를 하려고 합니다. 역사나 전통, 현대적인 디자인을 나열하기 보다는 일본 만화와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의 디자인이라든지 다양한 디자인에 대한 연결성을 찾아보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부의 깊은 연결점을 찾아보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아시아 안에서 디자인관련 기획자들과의 연결망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그런 연합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시아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5~10년 안에는 이런 모임이 토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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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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