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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21세기형 귀신의 탄생

2010-08-27


이 시대의 귀신은 어떤 모습일까, 왜 귀신의 대부분은 여자일까? 귀신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귀신뎐’이 여성사전시관에서 열린다. 7명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표현한 귀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여성사박물관(eherstory.mogef.go.kr)

우리 역사 속의 귀신은 인간의 길흉화복에 깊이 관여하는 사령(死靈)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사실 귀신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무서운 모습보다는 삶의 발목을 잡는 다양한 상황들에 등장하여 인간을 옥죄고 두렵게 하는 모습으로 다가 올 때가 더 많다. 이 모든 것은 산 자들의 또 다른 관념일 것이다. 또 왜 귀신의 대부분이 여성일까? 역사 속에서,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고통과 억압의 주체로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 귀신뎐에서는 귀신을 보는 관점을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 메시지로 전달한다.

박문영의 ‘선명한 귀신’은 함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두텁고 미약한 익명 덩어리로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초상을 담아낸다. 우리들의 귀신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된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감당해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다’의 이윤희는 생활 곳곳에서 함께 하고 있는 ‘그들’을 보여주면서, 완전히 혼자인 인간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안윤민의 ‘동거동락’은 무관심과 침묵의 공간인 도시의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익명성을 통해 바라본 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 공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권석인의 ‘Kill Heel 2’, 강나무의 ‘앨범: 졸업하지 못한 소녀들’, 이유진의 ‘홍정희 할머니의 유품들’, 김유경의 ‘혼인(魂茵)’을 통해 이 시대 여성 귀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죽은 영’ 혹은 그렇게 여겨지는 존재들이 기괴하고 무서운 모습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작업을 진행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나만 아는 무서운 이야기’ 적어붙이기, ‘나만의 부적’ 만들기 등을 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다음달 9일(목)까지 계속된다. 자세한 문의는 여성사전시관으로 하면 된다. 한편, 여성사전시관은 여성부(현재의 여성가족부)가 여성의 역사를 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여성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설립한 전문전시관이다. 기억되지 않고 사라져가는 여성의 삶을 담은 자료를 적극 발굴하고 재해석하여 여성으로서 자긍심을 높이고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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