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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국립현대미술관이 쏘아 올린 첫 번째 신호탄

2009-11-30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민들에게 굳게 닫혀있던 옛 국군기무사령부터가 열린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남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기무사 터의 새 출발을 알리고, 향후 이 공간이 새로운 예술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신호탄이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전이 열리면서 기무사 터에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기가 스며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오랫동안 범접할 수 없었던 공간이 마침내 미술관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음을 에둘러 말하는 대신,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낡고 쇠락한 건물에서의 마지막이 될 이번 전시에는 박서보, 심문섭, 윤명로 등 유명 원로작가에서부터 1980년대에 태어난 재기 발랄한 신예작가까지 순수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공예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보여줄 미술문화가 기존방식과는 궤를 달리하여 세대 간 교류는 물론 장르를 뛰어넘어 즐거운 소통이 되길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호탄’전은 크게 세가지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 작가들로 하여금 국립현대미술관의 다양한 소장품을 자유롭게 재해석하게 한 ‘미술관 프로젝트’를 비롯해 기무사의 낡은 공간을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변형시키게 한 ‘공간변형 프로젝트’, 그리고 기무사라는 공간을 영상으로 풀어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등이다.

미술관 프로젝트
‘미술관 프로젝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인 작가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과 어떤 방식으로든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선택하였고, 그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의 작업방식은 자신이 선정한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거나, 기법이나 내용적으로 유사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조롱을 담은 것일 수도 있다. 미술관 소장품을 자신의 작업 속에서 재해석 해내는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기법과 제작방식이 동원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작품의 특징에 따라 한국 현대미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Museum & Art’와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 ‘Museum & Society’, 그리고 미술의 비전을 제시한 ‘Museum & Vision’으로 구분하였다. 이 섹션에서는 박서보(회화), 심문섭(조각), 전수천(설치), 강홍구(사진), 유근택(동양화/애니메이션), 김수정(디자인), 문훈(건축) 등의 작품이 선보였다.

공간 변형 프로젝트
‘공간변형 프로젝트’는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 내• 외부의 공간을 변형시킴으로써 기무사 부지가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남을 알린다. 이 낯설고도 의미 있는 기무사 터에 대면한 작가들은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이 공간의 장소성, 역사성, 사회성, 물질성 등을 부각시켰다. 건축가 서승모는 본관 구석진 공간의 마감재를 일부 뜯어내고 건축재료를 그대로 노출했다. 처음 지어진 부분, 후에 증축한 부분 등 건축물의 시간적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가운데, 새로운 기둥 3개를 더했다. 이는 기무사에 대한 역사를 돌아보게 함과 동시에 공간과 기둥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런가 하면 박용석은 기무사 건물에서 수거한 폐형광등 300개를 모아 바닥에 줄지어 세웠다. 관람객의 발밑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형광등들은 기무사 터의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고 있다. 2층 복도에 들어서면, 천장에서 차례대로 흔들리는 최우람의 기계생명체가 보인다. 이와 궤를 같이하는 기무사의 후미지고 버려진 공간에 유기견을 형상화한 나무 조각들을 무수히 풀어놓은 윤석남의 작품은 인간의 소외, 나아가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 밖에도 기무사 터의 특성을 살리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들이 공간 변형 프로젝트에 흥미를 더한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는 영상작가 문경원과 실험영화감독 박동현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기무사라는 공간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놓은 이미지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영상작품으로 풀어내었다. 소격동 165번지는 역사적으로 소통의 장이었지만 근• 현대기를 거치며 권력자를 위해 닫힌 공간으로 변화해 점차 시민들과는 단절된 곳이 되었다. 이러한 기무사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던 역사적 사실과 우리에게 각인된 이미지들 사이의 간극을 담담하게 드러냄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문경원의 상상 다큐 <박제> 와 근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본관 건물을 근대 건축물들과 함께 다룬 박동현의 <기이한 무용(奇舞)> 이 상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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