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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 머리와 마음은 쓰되 편견은 배제하라

노먼 포터 | 2015-04-14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디자이너의 역할을 정의함으로써 질문의 답에 한 단계 접근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세상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 간 관계를 고민한다. 그 고민의 흔적을 통해 세상은 이전과 다른 경험을 사유하게 된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저자 노먼 포터(Norman Potter)는 “디자인의 심층 구조에서 가장 먼저 배울 점은, 관계를 추구한다는 점”이라면서 “좋은 작업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이들에게 이 책이 힘을 보태 줄 것”이라고 전했다.

에디터 ㅣ 박수연 (sypark@jungle.co.kr)
자료제공 ㅣ 작업실유령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업에도 디자인을 해주어야 하는가?”
“디자인은 사회적 사실주의 예술인가?”
“나이프와 포크를 디자인할 때에도 도덕적 품위를 지키면 도움이 되는가?”
“디자인 작품은 사회적 효용성을 내세울 만한가, 아니면 디자이너의 자기표현 수단일 뿐인가?”
“디자이너는 체제에 순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가?”

저자는 서두에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건축이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디자이너로서의 소명 의식과 디자인에 대한 통찰을 요구한다. 더불어 디자인 사유와 사물에 숨은 사회적 의미를 추궁한다.  

디자이너는 타인과 함께, 타인을 위해 일한다. 실제 작업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누리는 재량은 각기 다르다. 순수 미술과의 차이는 작업에 대해 누리는 자유도의 크기. 디자이너의 자유도는 순수 미술가의 그것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디자이너는 순수 미술가보다 더 냉철해야 한다. 주어진 조건을 분석해 문제를 의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게는 결정된 사항을 조정하고 배치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노먼 포터는 “디자이너는 제약을 잘 해결하고, 모든 기회를 최선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해하며, 타인에 대해 폭넓은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디자이너도 사람이기에 완벽하진 않다. 다만, 타인에게 쓸모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담보로서, 최소한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좋은 디자인은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즉, 시대 조건을, 그에 대한 반응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디자이너 작업은 사회 조건에 따라 실현되고, 사회와 조직 내 문제의식에서 촉발한다.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통찰을 고안하고, 소통의 힘과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전력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파울 스하위테마는 “우리는 허식도, 겉치레도 뿌리쳤다. 가령 의자나 탁자를 만들 때는 나무와 금속, 가죽 등의 구조적 가능성부터 검토했다. 의자, 거실, 주택, 도시의 진정한 기능을 다루기 위해 사회 조직, 인간적 기능을 다루려 했다”고 고백했다.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은 열린 창의적 민감성, 자기 생각에서 서로 다른 수준을 혼합하는 능력, 생산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저자는 특히 질문하기와 좋은 질문 찾기야말로 디자이너가 획득할 수 있는 최고 존엄성과 타당성의 근본이라고 일갈한다. 질문의 목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는 데 있다. 저자는 “디자인 교육은 반드시 표면 아래를 파헤쳐야 하고 처음부터 성과 도출보다는 의도를 밝히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배움과 이해는 인생의 연속성에 뿌리를 두므로, 그 가치는 현재가 아닌 몇 년 후에 빛을 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을 번역한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민은 “이 책의 제목이야말로 저자가 의도한 바”라고 밝히면서 “디자이너는 사람인데 ‘누구’가 아닌 ‘무엇’이라고 질문한 것 그리고 제목에 물음표가 빠진 점은 사람의 세계와 사물의 세계를 기묘하게 결합하려 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본서는 질문의 물음표를 생략한 결과, 처세술 관련서의 자리를 면했다. 오히려 실용적인 디자인 참고서로서 구체적인 ‘기회들’을 대하는 디자이너의 태도와 요령을 소개하는 교과서, 살아 있는 디자인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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