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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커다란 물고기가 들려주는 인간과 문명 이야기

이기훈 | 2014-03-04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은 끝내 재앙을 불러온다. 모든 것이 황폐해진 땅의 인간들이 물을 뿜어내는 신비한 물고기를 잡아 가둠으로써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빅 피쉬> 는 이러한 인간의 단면을 그려낸 작품이다. ‘문명의 이기’라는 담대하고, 명확한 서사가 갖고 있는 힘과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뤄진 극적인 구성 등은 마치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어쩌면 애니메이션 극 영화의 한 장면이나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 이야기는 그림책이라는 장르 안에서 전 연령대의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빅 피쉬> 는 ‘2010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013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기훈 작가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이다. 이야기에 대한 뚝심, 섬세한 디테일의 그림이 어우러져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이기훈 작가를 통해 <빅 피쉬> 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보자.

에디터 | 정은주( ejjung@jungle.co.kr)
자료제공│비룡소

Jungle : 정글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할 줄 아는 거라곤 그림 그리기 뿐이라 지금도 같은 것을 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이기훈입니다. 현재 3, 5, 7살 아이들의 아빠로서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데, 육아에 비해 그림책 작업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임을 하루 하루 깨달으며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Jungle : ‘빅 피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5, 6년 전에 연습 삼아 거대한 물고기를 들고 사막을 뛰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질적인 느낌이 좋아서 벽에 걸어두었거든요. 이 그림으로 어떤 재미있는 것이 나오지 않을까 계속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그 후로 여러 다른 작업들이 겹쳐 진행을 못 하다가,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해 완성했습니다.

Jungle : ’빅 피쉬’는 글이 없는 그림책이며, 특정 인물 중심의 서사 구성도 아닙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 특별히 의도한 것이 있나요?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는 분명 많은 한계들이 있어요. 그래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큰 산을 하나 넘는 것 같죠.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글 없는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진 않았고, 여러 가지 구조를 모색하는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인물이 중심의 서사보다는 사건 중심적인 이야기로 이끌어나는 형식을 선택하게 됐어요.

Jungle : 일반적인 그림책의 판형과 다른 이유도 이러한 구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죠?

우리가 영화를 볼 때 화면이 세로로 길다고 생각하면 같은 영화라도 느끼는 지점이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그중에 어떤 영화는 아이맥스 영화로 봐야 감독의 표현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어요. 제가 지금의 형태로 책을 만든 것에는 이와 비슷한 의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잘 이해해주고 지원해 주신 출판사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Jungle : 전작 ‘양철곰’과, ‘빅 피쉬’ 모두 문명과 인간의 이기적인 단면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 역시 제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데요. (웃음) 무엇 하나로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요인들 때문인 것 같아요. 산책을 하며 느끼는 것들이나 자연에서 뛰놀며 자란 어린 시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등 모든 요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죠. 또 하나는 주제를 미리 정해두지 않고 작업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주제를 먼저 정하고 시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 경우 뜬금없이 이야기가 떠오를 때도 있고 한 장의 이미지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비슷한 주제로 작품들이 연결되기도 해요.

Jungle : 최근 ‘2013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비롯해, ‘2010 볼로냐 일러스트레이터상’도 수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대회 수상이 작가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작가로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대회 수상으로 인해 제가 하고 싶은 표현이나 형식적인 것들을 더 자유롭게 구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기존 작품 홍보나 이어지는 작품을 잘 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준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작가에게는 누구나 어느 한 시기에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술적인 것이나 표현적인 면에 있어서 더 능숙해질 수 있겠지만, 그 작품이 더 좋은 작품 이라고는 말하기 힘들 거예요. 그처럼 저 역시 작가로서 매 시기마다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부지런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을 올해 안에 발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올해 안에 다시 찾아 뵐게요.” 라는 인사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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