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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광고회사의 회의실 훔쳐보기

김민철 | 2011-12-20


아무리 머리 속을 쥐어 짜내도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 TV를 틀면 수도꼭지를 연 듯 콸콸 나오는 광고들을 보며 질투를 느낀다. ‘이 사람들, 얼마나 창의적이길래 이런 광고들을 뚝딱! 하고 만들어 내는 걸까?’ 진심이 짓고, 엑스캔버스를 하며, See the Unseen 한다는 광고를 만들어 낸 국내 최고의 독립 광고 대행사 TBWA\KOREA의 카피라이터 김민철이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회의실 문을 활짝 열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아이디어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실낱 같은 아이디어 하나를 함께 다듬고 또 다듬어 가는 회의실에서의 모습이 사이언스북스의 신간 『우리 회의나 할까?』에 담겨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사이언스북스



『우리 회의나 할까?』는 광고 대행사를 움직이는 수많은 조직들 가운데서도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제작팀 내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통상 광고를 만드는 일은 광고 회사의 AE가 광고주를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팀을 꾸리면서 시작되는데, 이 팀 안에서 인터랙티브팀, 매체팀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팀장인 CD로 구성된 제작팀이다. 하나의 광고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몇 낯 며칠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니, 광고 회사에서 네 아이디어 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 수 밖에.


2005년부터 TBW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해온 저자 김민철은 ‘SK텔레콤: 생활의 중심’, ‘LG엑스캔버스: 엑스캔버스하다’’, ‘SK브로드밴드: See the Unseen’, ‘대림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 주옥 같은 광고 캠페인을 거쳐오며 적었던 회의록과 하루 하루의 기억들을 책 속에 생생하게 살려냈다.

“아이디어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무죄, 맑은 머리 없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것은 유죄”라는 TBWA의 회의 원칙이 보여주는 것처럼 책에서는 자유롭지만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광고 대행사의 회의실 분위기를 전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기까지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발전시키고,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하는 카피 전쟁과 피 말리는 시간 싸움을 거쳐 완성본이 광고주 앞에 서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프로페셔널하게 직무에 임하는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감독, AE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냐’고 묻는 이들에게 작가는 전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발견이, 아침에 읽은 책 한 구절이, 언젠가 미술관에서 본 그림 하나가 모두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처음 그 아이디어는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중략) 불완전하다는 태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불완전함 속에 숨어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찾으려 눈에 불을 켜야 한다.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가능성이 엿보이는 자그마한 씨앗이 보인다.” - P.16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바래서 좌절하고 또 좌절했던 이들, 매번 하는 회의에서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회의나 할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자 실전 교과서다. 현직 카피라이터의 맛깔나는 글솜씨와 광고계에서 가장 능력있는 ECD 중 한 명인 박웅현 TBWA KOREA ECD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 책의 쏠쏠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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