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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Anadigi(族) Retro Trend

2004-10-05


최근 전세계에 ‘Retro(복고)’경향이 강하게 불고 있다. 작은 액세서리부터 ‘Retro’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첨단제품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전 영화에 나오는 상품들이 다시 상륙하는가 하면 음반, 식품, 의류, 게임, 캐릭터 산업 등 문화 시장 전반에 걸쳐 아날로그적 정서를 동경하는 현상이 일고 있다. ‘레트로’ 현상이 사회를 지배하는 새로운 코드로 떠오르고 있으며, 아날로그적인 여유와 디지털의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아나디지족(族)'의 출현과 함께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지털이 정보화의 궁극적 목적인 것처럼, 이미 SF영화에선 미래상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Anadigi 방식으로 ‘스타워즈’, ‘브래이드 러너’, ‘제5원소’,’매트릭스’ 등에서 광택 섬유의 기술적 느낌과 천연 섬유의 인간적 질감의 대비에서 잘 보여주고 있으며 미래의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적인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극단적인 ethnic 스타일이 필수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먼 미래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디지털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이미 현실화 되고 있고 기계가 유기체에 가하는 스트레스는 과거에 대한 애정을 낳게 하였다.

우선 캐릭터 산업이 대표적이다. 월마트나 K마트 등 미국 대형 할인점에서는 바비인형, 헬로키티, 세서미스트리트, 스누피 등 몇 십 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인기를 끄는 캐릭터 관련 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뉴욕에서 열린 ' 장난감 박람회 2004'에서도 곰 인형이나 양배추 인형 등이 다시 등장해 큰 인기를 모았다.

게임 업체인 닌텐도 사는 6월7일 북미시장에 20여년 전 출시됐던 8개 게임을 한데 모은 ‘닌텐도 오락 시스템(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NES)’을 단돈 20달러에 출시했다. 여기에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팩맨(Pac-Man), 제비우스(Xevious) 등이 포함돼 있다. 순전히 80년대 10대 초반이었던 고객군이 현재 게임 시장에서 이들이 거대한 구매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즈니까지 이 전쟁에 가세했다. 자회사인 부에나비스타를 통해 82년 영화가 나온 직후 게임으로 만들어졌던 ‘트론(Tron)’을 살려낸 것은 물론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스타스키와 허치’를 영화에 이어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IT 산업을 대표하는 단말기 시장에도 복고의 영향은 거세다. 외국의 신상품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복고 디자인을 선보였고 한국에서도 이달 말 휴대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중견업체 터보테크가 야심 차게 준비 한 신제품은 요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10여 년 전 이동통신시장 초창기 유행하던 막대 모양의 바(bar)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50여 년 전으로 회귀한 상품도 선보였다. 이미 고인이 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출연한 53년 영화 <로마의 휴일> 에서 두 사람은 앙증맞게 생긴 스쿠터를 타고 로마의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돈다.

이 영화로 유명해져 40~50여 년 전에 북미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스쿠터 ‘라 베스파’(La Vespas)가 최근 북미에 다시 상륙,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베스파’라는 브랜드가 하나의 프리미엄급 지위를 갖게 되면서 심지어는 의류나 액세서리에 ‘베스파’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Adidas는 게임기 업체나 스쿠터 회사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복고 마케팅’을 꺼내 들었다. 아디다스 미국법인은 올해 5,0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다. 삼색선을 다시 강조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한편 84년 공식 스폰서를 맡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출시했던 러닝화 ‘샷(Shot)’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패션은 이미 레트로 상품이 진열대를 점령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레트로를 분위기로 테마를 전개하였고 패션 광고 역시 레트로 영화와 예술을 배경으로 하여 분위기를 설정하고 있어 극화된 레트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Dsquared는 말론 브랜도의 ‘디와일드원’을 주제로 하였고 Morgan은 제임스 딘의 ‘자이언트’를 테마로 하였다. Burberry는 ‘디아워스’의 버지니아 울프를 소재로 하였으며 Yves Saint Laurent은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가’에서 영감을 얻어 카탈로그에 연출하였다.
Paul & joe는 ‘러브 스토리’를 재현하여 순수와 감동의 시대를 회상하게 한다.
Anachronic 풍의 alexander mcqueen은 이번 컬렉션에서 ‘왕의 춤’과 흡사한 메이크업을 보여준다. 아르데코 미술과 팝 아트도 등장하며 Dolce & gabbana 처럼 사진작가 Helmut Newton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단순한 공허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porno chic는 일시적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코카콜라 향수를 달래 주었지만 21세기에 특별히 이렇다 할 예술적 이슈나 모델을 만들지 못함에서 생긴 문화적 공백을 채우려는 ‘Originality’에 대한 재해석이며 적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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