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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男心 잡는 캐릭터 代母 5인방

2006-06-30

국내 남성복 캐릭터 시장이 변하고 있다. 최근 남성 소비자의 급격한 변화로 디자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 과거의 남성복 시장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왕성하고도 속도감있게 움직이고 있는 남심(男心)을 잡는 일, 여성복의 전유물이었던 여러 현상이 지금 남성복 시장의 현주소다. 그들 자신의 영역에서 진가를 여실히 드러내는 디자이너 가운데서 두각을 보이는 5인의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취재 | 배병관 기자 bkpae@fashionbiz.co.kr

국내 남성복 패션사의 한 페이지에 자기 이름을 당당하게 새긴 이들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를 거쳐 이제는 각 사업부를 총괄하기에 이르렀다. 남자도 버티기 힘들다는 패션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점령하며 파워를 누리고 있는 경력 15년차 이상의 베테랑 캐릭터 디렉터들. 한 영역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넘고 이제는 저마다 가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앞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초창기 남성 캐릭터 시장에 등장해 이제는 ‘스타’가 된 5인은 지금도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걸어 다니면서도 일을 생각할 정도로 항상 도전하고 성취하는 자세로 임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남성복은 여성복보다 화려하지 않고 소재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일조한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또한 그들이 가진 남다른 힘과 패션에 대한 시각은 무엇일까?

‘에너지’. 이 단어는 최아미 크레송(대표 신용관) 「워모」 사업부 이사를 대변하는 데 충분하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일에 대한 열정’으로 브랜드를 지휘하는 최 이사는 요즘 「워모」의 F/W 시즌 준비로 한창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회사를 찾는 손님이 오면 친근한 말과 함께 미소를 잃지 않는다. 크레송으로 새 둥지를 튼지도 벌써 3년째. 기존 캐릭터 정장을 젊은 감각의 캐릭터 캐주얼로 바꿔나가고 있다.
그가 투입되면서 「워모」는 정장 비중이 축소되고 캐주얼 비중이 확대되면서 컬러나 디자인 면에서 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워모」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60억원 늘어나 최 이사의 노력을 대변한다. 최 이사는 “무리를 두지 않고 서서히 진행했던 리뉴얼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맡은 일에 충실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F/W 시즌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힌 그의 장기는 ‘성실함’이다.

대학교를 졸업해 제일모직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14년 동안 한번도 쉼 없이 일에 매진했다. 「갤럭시」를 시작으로 입사 3년만에 「지방시」 「빨질레리」 등 라이선스 브랜드 디자인실장 타이틀을 달았다. 회사의 ‘배려’로 2년간 이탈리아 연수를 하며 실력을 배가시켰고 「빈폴옴므」를 런칭했다. “이탈리아 연수에서 일본인과 이탈리아인 등 컨설턴트들과 일하면서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그때 익혔던 ‘브랜드 리플래시’가 새로워진 「워모」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는 설명.

최 이사는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면서도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1백% 이상의 그 어떤 것’을 향해 항상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그의 삶의 철학은 ‘Crazy for something’. “사람과 옷을 포함해 그 어떤 것이라도 자기의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여자라는 것, 디자인실장이라는 어쩌면 국한된 영역을 뛰어넘고 싶다. 여자와 디자이너들은 숫자와 컨트롤에 약하다는 편견과 자신의 분야라는 한계를 깨는 것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올해는 브랜드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워모」라는 브랜드의 몸집보다는 내용을 튼튼히 다져 캐릭터 시장에서 자리를 굳힐 계획이다. “내가 이곳에 온 3년동안 「워모」는 매년 30% 이상 신장해 왔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익히며 일을 계속 배워나갈 것이다.”

신원(대표 박성철) 「지이크」의 구희경 실장 또한 파워우먼으로 통한다. 항상 감이 무뎌지지 않았나 수시로 체크한다. 올해로 경력 18년차인 구 실장은 남다른 감도를 넘어 철학을 갖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남들보다 앞선 추측과 시야가 있어야 한다. 물론 그 후에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해 매출 3백70억원을 달성한 이 브랜드는 올해 40% 이상 신장한 5백20억원에 영업이익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느 볼륨 브랜드와 달리 외형 성장보다 실효를 거두기 위해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목표를 뒷받침할 여건을 갖춰 나가고 있다. 지난해 13개였던 대리점 매장을 현재 29개 확보한 상태이고 F/W 시즌까지 40개를 목표로 한다. 높아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측은 누구보다 구 실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커진 그릇에 보다 많은 물건을 담는 시점에서 그의 감도와 역할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들어 눈부신 성장을 해온 「지이크」이지만 이번엔 시장 상황이 다르다.

그는 “물량만 확보하면 소비자들이 ‘입어주던’ 그런 시대는 갔다. 디자이너의 감도 이상으로 그들의 감성은 발달해 있으며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유통망 확대에 따른 자연 신장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기획 적중률을 높여 점당 효율을 높이고 영업이익을 거둘 생각이다. 구 실장은 “디자인 크리에이터란 브랜드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아닌 회사와 고객간의 이해관계를 절충시키는 조율자다. 유통 구조 변화와 함께 자신이 가져야 할 두 가지 감도를 유지하는데 주력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여성보다 더 여성화된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철저한 자기관리를 강조한다. 패션에 첫 걸음을 내디뎠던 90년대 초, 그는 유로물산의 「마치오」와 「레노마」를 런칭했다. 남성복에 눈뜨고 이를 이해하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열정에 이끌려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다. 그 시절이 자신이 가장 성장한 시기라면서 “그런 때가 있었기에 아직까지 두려운 것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1년 내내 쉬어본 적이 없다. 긴 휴식은 감을 떨어뜨리지만 무리한 업무 또한 자신의 목을 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스타는 제일모직(대표 제진훈) 「엠비오」의 장형태 실장. 올해 고유의 컬렉션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엠비오」를 구상하고 있는 장 실장은 지난해 ‘세븐센스’로 고급스런 남성복 캐릭터를 지향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올해는 ‘1825’와 ‘액세서리’라인을 시도해 영 마켓부터 폭넓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새롭게 전개할 이 라인들은 18세부터 겨냥해 「엠비오」를 더욱 영하게 가져오고 젊은 색깔의 진팬츠를 중심으로 구성해 트렌디 세대를 아우를 계획이다.

의상학과 졸업 후 여성복 프로모션 업체에서 3년간 근무한 장 실장은 그때 익힌 감각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게 된다. 타지에서의 고생(?)을 마치고 93년 「인터메조」에 입사해 1 년 만에 디자인 실장에 선임될 만큼 빠르게 성장한 그는 「지이크」 「타임」을 거치며 자신의 경력에 무게를 더했다. 또한 제일모직의 끈질긴 구애 끝에 「엠비오」로 새 둥지를 틀어 발빠르게 라인을 정비해 현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자인 실장으로서 실력을 입증해 보였다. 장 실장은 “디자인 크리에이터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다. 최고의 지휘자란 최고의 연주가들을 컨트롤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각자 연주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지휘자가 전체적인 곡을 해석하지 못하면 최상의 하모니는 나올 수 없다” 고 말한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컨셉으로 옷으로서의 기능과 특징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며 부분이나 파트보다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인간관계를 최우선시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디자인에 임해야만 사람에게 맞는 옷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원활한 인간관계를 통해 옷의 선율이 나올 수 있고 상품과 고객이 융화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장 실장은 “디테일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시야로 사람과 옷에 대한 접근 방법을 동일하게 가져간다면 그 곳에 전문 디자이너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유로물산(대표 이재성) 「레노마」 상품기획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희 이사는 브랜드 방향을 전면 수정하며 서서히 정상 궤도를 찾아 나가고 있다. 이번 S/S 시즌 단품 재킷 4차 리오더로 총 1천8백장을 판매하고 수트를 3차까지 리오더하는 모습은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2003년 친정이라 할 수 있는 유로물산에서 다시 일하며 「레노마」와 「넥스팀」을 동시에 관장했던 김 이사는 현재 단일 브랜드 체제로 돌입한 회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초 유로는 「넥스팀」을 정리하고 「레노마」의 브랜드 리플래시 작업에 착수했다.

브랜드 정리가 결정된 직후 김 이사는 마켓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격과 상품의 퀄리티, 고객 연령층을 파악하고 원점에서부터 「레노마」를 육성시킬 계획을 세웠다. 또한 상품력이 현재 시장의 흐름을 판가름하는 척도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폿 리오더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스폿 시스템이 성공할 확률은 90% 이상이다. 현재는 기대치의 70% 정도라고 본다” 김 이사는 「레노마」 본래의 색깔을 되찾고 더욱 강조하기 위해 블랙과 화이트를 강화한다.

소비자의 심리변화를 읽고 현재 시장상황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자기 표현이 필요했다. 올해는 대리점 3개를 추가해 유통망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넥스팀」의 정리는 백화점과 가두점의 브랜드 차이를 인지하고 「레노마」에 더욱 집중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한다. 올해로 경력 21년차인 그는 대학 4학년 때 남들보다 일찍 디자인에 뛰어들었다. 당시 숙녀복업체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나 졸업과 함께 남성복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86년 캠브리지에 입사해 90년 에스콰이어 「소르젠떼」를 런칭하고 이후 세계물산을 거쳐 96년 유로물산에서 둥지를 틀었다.

「마치오」 디자인 실장으로 근무하다 브랜드 중단 후 「레노마」를 맡은 김 이사는 이 브랜드를 새롭게 구성해 다시 한번 톱 브랜드에 도전한다. 현재 「레노마」는 전년대비 30%의 지속적인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매주 단위로 브랜드 상황과 상품을 체크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결과다. 그가 옷을 만들 때 남들과 차별되는 철학과 내공도 브랜드 성장의 원동력이다. 김 이사는 “옷을 만들면 내가 입고 싶은 옷인지 누군가를 사주고 싶은 옷인지를 생각한다. 매출은 하나하나의 상품 판매가 모아져 이뤄지는 것인 만큼 항상 아이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획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톰보이(대표 정운석)의 「코모도」를 맡고 있는 김수진 실장도 남성복 캐릭터 시장의 대모 중 한 사람. 요즘 그는 「코모도스퀘어」라는 프로젝트 진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브랜드들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김 실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존의 「코모도」를 가두점 중심의 별로 라인으로 구성한 「코모도스퀘어」는 브랜드 이원화라는 점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주력 브랜드의 세컨드 라인 개념이지만 차별화를 위해 각 브랜드의 별도 팀을 구성해 담당제로 운영하고 그 중심에는 김 실장이 있다.

각 브랜드를 핸들링하는 김 실장은 이곳에서 10년을 몸담아 왔다. 지난 90년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성도에 입사해 93년까지 「코모도」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제일모직 「카디날」에서 경력을 더했다. 96년부터 99년까지 「인터메조」 디자인팀장을 거쳐 친정으로 돌아와 현재까지 「코모도」의 든든한 디자인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지 오랫동안 브랜드에 몸 담아 있었다는 것과는 달리 「코모도」에서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고 만족한다”고 말한다. 또한 “여성복과는 구별된 확실한 매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김 실장은 “남성복은 여성복과 달리 저력이 느껴지는 조닝이라 생각한다. 그 중 「코모도」는 남성복 캐릭터 캐주얼의 1세대로서 기복없이 달려왔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 브랜드의 장수 비결은 돈독한 팀워크. 김 실장이 가장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던 지난 2004년 브랜드 리뉴얼 당시 밀려들어오는 업무에 비해 MD를 포함해 총 5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인원이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동 명제를 갖고 출발한 이 팀은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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