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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패션사진의 스토리텔링

2011-03-18


사람들은 나를 패션사진가라고 부른다. 아마도 찍는 사진의 절반 이상이 잡지에서 만들어 내는 패션화보(editorial)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카메라를 잡은 건 아마도 고등학생 때인 것 같다. 정확히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사진 찍기’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행히 사진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사람 찍기를 좋아했고, 유머가 있는 사진을 즐겨 촬영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영화 촬영현장의 스틸포스터 사진가로 시작해 연예인 인터뷰 사진을, 그러다 지금은 모델이나 연예인들과 함께 패션 화보사진을 주로 촬영한다. 패션 화보사진은 크게 스토리 텔링, 모티브, 커머셜, 캠페인 네 가지 방법으로 촬영된다. 앞으로 이 방법들에 관해 나의 사진들과 함께 소개하겠다.

글, 사진 | 이보경(boleesis@yahoo.com)

스토리 텔링(Story-telling)은 의미 그대로 사진으로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소설가가 글로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면 포토그래퍼는 사진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 중 스토리 텔링 패션화보는 몇 장의 사진 속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듯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스토리 텔링은 최근 몇 년 사이 패션잡지 화보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또 스토리 텔링은 모델들의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포토그래퍼의 감성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스토링 텔링을 작업할 때에는 사진촬영 전에 먼저 스토리를 만드는 콘티 작성이 필요하다. 원하는 이야기를 간단한 스케치로 섬네일 형식으로 만들거나, 메모를 하는데 나의 경우 가끔 조명에 대한 구상도 그 단계에서 함께 한다. 또한 촬영 당시 순간적인 앵글감이 사진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앵글로 촬영하겠다는 준비는 미리부터 하지 않는다. 콘티 작성이 끝나면 이야기를 더욱 힘 있고 짜임새 있게 만드는 소품과 세트를 준비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훔쳐보는 느낌을 강조하는 블라인드나 창문을 사용하거나, 욕조에 빨간 물감을 풀어 죽음을 암시하는 등 소품이나 세트, 적당한 촬영장소 섭외 등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나간다.

#1. Dressed to kill
이 작업은 2005년 잡지 싱글즈(Singles) 10월호에 소개된 패션화보다. 잡지 에디터와 나는 시안 미팅을 통해 우울하고 긴장감 있는 한 편의 추리소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모델은 신비로운 비주얼의 모델 이영진을 캐스팅했고, 섹시한 느낌의 속이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를 촬영용 의상으로 준비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을 위해 욕조, 창문, 새장, 까마귀, 붉은 피 등의 소품을 사용하였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세트를 스튜디오 안에 제작하였다. 조명은 사실적인 느낌이 나는 순간광 스트로보를 배제하고, 좁은 세트를 더욱 넓어 보이게 원근감을 주어 촬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듯한 거친 입자를 표현하기 위해 지속광 ARRI와 KINO 조명을 사용하였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조명 앞에 블루젤라틴 필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사진은 한 편의 추리소설이나 영화처럼 담담한 관조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와이드 앵글로 촬영되었다.

#2. Unforgiven
이 작업은 2009년 잡지 더블유(W) 5월호에 소개된 패션화보다. 촬영 전에 에디터와 세 번의 시안 미팅을 가질 정도로 철저히 사전 준비를 했고, 우리는 죽음과 삶, 흑과 백, 순결함과 불결함 등 대비되는 단어와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악(흑)이 선(백)을 유혹하여 악이 승리하는 설정으로 모델은 남녀 커플이 아닌 여자 커플들로 캐스팅하여 레즈비언의 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주제에 어울리는 블랙 앤 화이트 의상을 준비했고 헤어는 간결한 업스타일로 임펙트를 더욱 강조했다. 이 작업에서는 무엇보다 촬영장소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선이 우선시 되는 장소에서 악을 표현하는 역설을 보여주기 위해 교회라는 공간을 선택했고, 앤티크한 느낌의 빨간 벽돌건물인 고성 같은 교회를 찾았다. 조명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였고,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을 위해 역광을 이용하여 촬영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속삭이는 듯한 클로즈업과 넘어설 수 없는 규칙에 대한 동경과 반항을 담기 위한 로우 앵글 기법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후반 작업에선 레드 톤으로 컬러보정을 하여 더욱 상반되는 이미지를 주었다.

Bo Lee(이보경)는 현재 서울 신사동의 Studio Bolee를 운영 중이며 패션, 광고, 영화포스터, 앨범 자켓 등의 광고사진 일을 하고 있다. 1996년 상명대 사진학과와 1998년 The Museum Of The Fine Art in Boston을 졸업했다.

*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09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 본 정보는 월간사진(www.monthlyphoto.com)에서 제공한 자료이며, 상기 정보는 월간사진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배포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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