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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박형근 사진가의 카메라에 담긴 이야기

월간사진 | 2015-09-23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는 일상의 공간을 쫓는 시선이 있다. 박형근 사진가의 예리한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에 얽힌 추억.

기사제공 | 월간사진
 

첫 작업을 함께한 오래된 친구
캐논 EOS 1

그가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가졌을 때 사용했던 장비는 니콘 FM2 바디와 50mm 표준렌즈가 전부였다. 1980년 대 후반, 한창 다큐멘터리 사진에 빠져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자 했던 그 때. 반자동과 완전 수동 카메라를 사용하다 보니 셔터를 누를 때마다 들이는 노력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감각이 무르익을 때쯤 그의 작업에 전 방위적으로 도움을 주었던 것이 바로 캐논 EOS 1이었다. 당시로선 고가였고, 성능 좋은 장비답게 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 다른 장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늘 옆에 끼고 다녔다. 아직까지도 가장 애용하는 DSLR 카메라가 캐논 제품인 걸 보면 이 녀석의 영향이 제법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매일을 함께하며 만들어 낸 작업은, 1999년 첫 개인전 <태엽감은 새>로 완성되었다. 사진 고유의 사실성과 기록성을 약화시키는 대신, 무의식적이고 감각적인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어두운 톤과 거친 필름 입자로 담아냈다. 그러니 캐논 EOS 1은 그의 첫 작업부터 함께 해준 오래돼서 더욱 고마운 친구다.

효율적인 서브용 카메라
마미야 7 II

영국에서 공부할 때 우연한 기회에 그의 손에 들어온 카메라다. 빠듯한 유학경비와 생활비로 인해 새 카메라를 구입할 여유가 없었던 당시, 많은 촬영을 해결해줄 전천후 카메라를필요로 할 때, 친구의 권유로 구입하게 됐다. 각종 테스트는 물론 본 촬영에서 언제나 우수한 성능과 완성도로 큰 만족감을 준 녀석이다. 중형 카메라로는 드물게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인데다, 35mm 필름과 파노라마 키트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무척 좋다. 주로 소형 플래시를 장착하거나 작은 삼각대에 올려놓고 사용하곤 했다. 넓은 파인더가 제공하는 안정적인 프레이밍과 느린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텐슬리스 2003-2005> 작업 초반에 서브용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물론 최근에 출시되는 디지털 카메라들이 뛰어난 성능을 지닌 건 인정하지만, 사진가 박형근에게 마미야 7 II는 가방 안에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준다. 런던에서 지내던 시절, 집 근처 대문에 심어 놓은 가로수와 틈새 너머 집안 내부가 겹쳐지도록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한 ‘Tenseless-39, Two trees, 2005’는 일상의 공간이 기묘한 심리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영혼을 담는 눈
린호프 마스터 테크니카 클래식

유학 시절, 갑자기 고장 난 카메라 탓에 홍콩 친구로부터 대형 카메라를 빌려 썼던 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런던의 숲과 공원에서 촬영한 <무제, 텐슬리스, 2003-2015> 시리즈의 초기 작업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작업을 위한 대형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대학원 시절 주로 사용했던 일본제 대형 카메라와 장비 호환이 자유롭고, 장기간 사용해도 견고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카메라를 찾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린호프 마스터 테크니카 클래식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많은 사건, 사고를 겪었기에 더욱 정이 가는 카메라다. 최근 작업에서도 메인 카메라는 단연 이 녀석의 몫이었다. 대형 카메라임에도 불구하고 콤팩트하며 완벽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니, 시대를 넘어서는 명품 카메라답다. 제주도 곶자왈을 촬영한 <금단의 숲, 2009-2015> 작업을 비롯한 수많은 작업이 이 카메라를 통해 탄생하였다. 미세한 빛의 조율과 정교한 촬영 컨트롤을 통한 아날로그 사진의 톤은 여전히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 촬영이 이루어진 제주도 곶자왈과 숲에서 담고자 했던 우주와의 소통, 영적인 기운들은 아마 이 카메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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