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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책으로 만나는 예술 풍경

2014-10-01


예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탄생시키는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 공간, 그리고 깊숙한 내면의 이야기까지 그들의 모든 것을 샅샅이 보여주는 책으로 또 다른 모습의 예술을 만나러 가보자.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뉴욕 미술 컬렉터들의 수집품을 엿보다 ‘더 컬렉터스’

사진가 시저 야쿠나의 수집품이 궁금하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지만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수집가(컬렉터)들이 모아놓은 감각적인 미술작품들을 공개한 책이다. 특히 그곳이 뉴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외부에 공개되길 꺼려하는 컬렉터들을 일일이 만날 만큼 파워를 지닌 이는 바로 15년 넘게 뉴욕 미술시장에서 아트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강희경 대표다. 10명의 컬렉터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더 컬렉터스> 는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컬렉션을 공개한다. 그 중 뉴욕에서 상업 사진가로 활동 중인 시저 야쿠나는 작은 브루클린 아파트를 빼곡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진가의 작품들로 꾸며 놓았다. <더 컬렉터스> 가 소개한 그의 컬렉션.

방대하게 수집된 리미티드 컬렉션 상품들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수집에 심취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시저 야쿠나는 사진, 그림, 리미티드 에디션 상품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위트있는 프린트 작품과 일본 팝아티스트 작품이 많이 눈에 띄었다. 작품들은 모두 콘셉트가 명확했으며, 이러한 점이 상업사진가로서 활동하는 그의 사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였다.

시저 야쿠나의 첫번째 컬렉션은 무엇이었을까?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그는 단숨에 마릴린 민터의 이름을 말했다. 시저 야쿠나는 “처음 그녀의 작품을 봤을 때 마릴린 민터의 명성은 첼시에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Shit-Kicker’라는 작품을 보고 전율했다. 역동적인 진흙탕 속에서 강렬하게 빛나는 청록색 파이톤 소재의 구두를 신고 있는 여성의 발을 보고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뉴욕, 그 자체를 보여 주는 듯했다. 마릴린 민터는 나에게 작품을 구입하고 그 작품과 함께한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시저 야쿠나는 인터뷰 요청에 대해 매우 고마워했다. 상업 사진가로서 수입에 대한 한계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그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파인아트 작가에 대한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매우 노력하는 콜렉터였다." - 강희경

"2000년도에 부모님과 매우 친분이 있는 분께서 헨리 무어(Henry Moore)의 석판화를 선물로 주셨는데, 그 작품이 나를 컬렉터의 길로 이끄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작품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 시저 야쿠나

예술계 거장 8인을 만나다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작가와 작품은 닮아있다. 작가는 자신의 또 다른 복제품으로 작품을 창조해낸다. 그래서 일까. 작품을 보면 작가가 새삼 궁금해진다. 저자 안희경은 세상의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는 거장 8인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팝아트로 유명한 무라카미 다카시를 비롯해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 모미치 등을 일일이 만나 그들과 솔직하고도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작품에 관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제프 월(Jeff Wall)과의 만남이다. 사진으로 현대미술의 장을 넓힌 시네마토그래퍼인 제프 월, 인터뷰는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안희경의 시선으로 본 제프 월의 일상과 작품들.

안전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벤쿠버지만 제프의 스튜디오는 그 도시의 가장 위험한 곳에 있었다. 사흘이면 이틀은 비가 오는 날 그곳에 잠복해 있는 듯, 보일 듯 말 듯하게 자리한 회색빛 건물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건물에는 초인종이 없었다. 두 개의 자물쇠만 철문에서 대롱거렸고, 창문에도 자물쇠가 풍경(風磬)처럼 매달려 있었다.

제프 월은 감동의 순간을 카메라로 찍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다시 재현하여 사진으로 만든다. 자신에게 채택된 장면을 곱씹어서 그 장면이 표출하는 세상의 구조를 탐구한 다음, 그것을 재연하고 카메라로 포착하여 세상에 내놓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오븐 속에서 한 겹 한 겹 살아나는 페이스트리처럼 이야기들이 층층이 일어난다.

"저는 사물을 아주 많이 바라봅니다. 사진에 담지는 않아요. 기억할 따름이죠. 그러면 점차 아이디어를 얻어요. 내가 본 것을 내가 만들고자 하는 사진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저의 창작이에요. 일상에서 경험하고, 그 경험이 사진이 되는 기회를 부여하는 작업이죠. 주제를 위해 두 번째 기회를 마련해주는 방식입니다. " - 제프 월

"뭔가를 써나갈 때, 저널리스트가 된 것처럼 아주 정확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마칠 때는 한 편의 시로 완성시킬 수 있어요. 저는 자주 이런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시인이 어떤 실제에 대하여 쓰고자 하는 방식을 내 사진에 담고자 노력한다.’라고 말입니다." - 제프 월

그들만의 사적인 공간 ‘예술가의 인테리어’
일본의 컬트 사진가 야수마사의 집으로 - 늘 궁금했다. 예술가들의 공간은 정말 ‘예술적일까’하고…. 그런데 마침 그런 호기심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인테리어 미학을 다룬 이 책을 보면,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 역시 또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는 걸 알게 된다. 토이 컬렉션, 빈티지 가구, 혹은 스스로 만든 물건들까지 독특한 소품으로 가득하다. 런던의 디자이너, 파리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바르셀로나 영화감독,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쉽게 만날 수 조차 없는 그들의 사적인 공간이 30곳이나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컬트 사진가 야수마사 요네하라의 집은 단연 눈길을 끈다.

야수마사 요네하라, 욘이라 불리는 그는 일본에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 그는 패션 잡지, 소녀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아마추어 사진에 대한 책을 편집했다. 그러다 섹시한 젊은 여성들을 폴라로이드 후지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야수마사 요네하라의 사진들은 물론 섹시하지만 자신의 생각보다는 사진을 찍히는 여성의 욕망을 더 반영한다. 도쿄에 있는 욘의 두 번째 집은 소년의 판타지 같은 곳이다. 책, 토이, 음반, 비디오, 반쯤 벗은 여자 사진이 돌아다니고 유명 그래피티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이곳은 욘의 예술적인 삶처럼 광기와 혼돈의 세계 같다.

"처음에는 사무실이자 스튜디오였다. 하지만 5년 전에 사진작업을 할 스튜디오를 얻고 나서는 이 집은 내 두 번째 집이자 나의 취미활동을 하는 곳, 내 놀이터가 되었다." - 야수마사 요네하라

"나는 극단적으로 괴상하거나 극단적으로 귀여운 토이를 수집한다. 아니면 아름다운 여인이나 소녀들." - 야수마사 요네하라

예술이 탄생하는 곳 ‘아틀리에, 풍경
배병우의 소나무가 만들어지기까지 - 예술계 거장들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작업실, 그 공간을 엿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기자들에게조차도. 그런 점에서 <아틀리에, 풍경> 은 평소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미술전문기자인 저자 함혜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4인의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찾았다. 독일 미헬슈타트에서 만난 노은님, 설치작가 서도호의 성북동 작업실, 황재형의 태백 작업실, 프랑스 아죽스에서 만난 방혜자, 그리고 우리의 소나무를 촬영하여 세계적인 사진가로 활약하고 있는 사진가 배병우의 파주 헤이리 작업실까지…. 예술작품에 대한 그들의 고뇌가 스며들어 있는 그들만의 작업실 풍경.

배병우의 작업실은 박스 형태의 3층 건물 두 채가 이어진 형태로, 기본 구상은 배병우 작가가 했고, 건축가 김종규가 설계를 맡았다. 뒷마당으로 연결되는 뒤편 건물은 작업동이다. 1층에 사무실과 작업실, 암실이 있다. 거실처럼 사용하는 서재 쪽에는 세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각종 책들이 빼곡하다. 서가의 책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어 마치 도서관 같다. …(중략) 뷰먼트 뉴홀(Beaumont Newhall)의 <사진의 역사> 부터 시작해 풍경 사진의 대가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스타일면에서 영향을 준 라즐로 모흘리 나기(Laszlo Moholy Nagy)의 사진집이 여러 권 눈에 띈다.

배병우의 감수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 것은 남쪽 바다다. 전남 여수에서 자란 그에게 바다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다. …(중략) 바다에서 시작한 그의 사진은 자연에서 자연으로 수 십 년간 이어졌다. 그의 작업실은 사실 자연이다. 그는 “자연을 찍기도 하지만 자연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다.

"난 본능적으로 바다를 좋아해요. 작품을 하면서 가장 먼저 찍은 것도 바다에요. 소나무가 아버지라면, 바다는 어머니 같죠. 나에게 바다는 고향이고, 영감의 원천이며,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곳이에요." - 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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