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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꿈꿨던 사진가에 한발 다가서기- 셀렘과 두려움 교차

2012-06-07


검은 긴 생머리에 블랙 스키니진, 한 손에 들고 있는 가죽 포트폴리오북까지 검은색으로 매치한 보은씨가 먼저 도착했다. 잠시후 껑충한 키에 폭탄머리와 커다란 뿔테안경, 멀리서도 눈에 띄는 재호씨가 커다란 야상점퍼를 입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초행이라 길을 헤맨 사랑씨는 머리를 뒤로 묶고 발그레한 얼굴로 수줍게 마지막에 나타났다. 모두 2012년 대학 사진학과의 예비 새내기들인 세 사람은 맹추위가 기습한 겨울날에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눴다.

글│박지수,현정아 기자
기사제공│월간사진

홍보은(21)씨는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사진학과 입시를 위해 서울의 홍대 앞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삼수 끝에 서울예술대 사진과의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전재호(23)씨는 극단에서 연극 활동을 해오다가 작년에 군제대 후 일산에서 사진학과 입시를 준비해 경일대 사진영상학과의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마지막으로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사랑(19)씨는 성악공부를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사진을 시작해 중앙대 사진학과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들은 모두 ‘사진’이라는 공통관심사 앞에서 스스럼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수험생으로 입시과정에서 겪었던 고충부터 예비 새내기로서의 고민과 설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진학과 예비 새내기들의 속마음을 엿본다.

왜 하필 사진? 사진에 꽂힌 이유

전재호(아래 재호) :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께서 유품으로 롤라이코드 카메라를 물려주셔서 자연스럽게 사진과 가까워졌어요. 사진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예요. 어느 사진집에서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 사진을 보고 소름이 끼쳤거든요.

홍보은(아래 보은) : 중학생 때 케이블 TV에서 ‘아이엠어모델’이라 프로그램을 봤어요. 패션 사진가 보리가 나왔는데, 체구는 작지만 커다란 장비를 들고 사람들을 지휘하는 모습이 무척 멋졌어요. 나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진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사랑(아래 사랑) :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그냥 취미였죠.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언니가 영화 ‘연애사진’을 보여줬고 영화 속의 사진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원래 창조과학(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과학적 견해)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분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진으로 마음을 바꿨어요. 처음에는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어요. 사진으로 창조과학의 내용을 표현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씀드렸더니 조금씩 인정해주셨어요.

보은 : 저도 가족이나 친척들이 반기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처음 반응은 ‘그래 네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였어요.(웃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봐라’면서 지원해주셔서 입시준비를 할 수 있었죠.

재호 : 처음에는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사진학원을 다니고, 쉬는 날엔 포트폴리오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돈이 모자라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며 말씀드렸죠.(웃음) 부모님은 괜찮았는데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는 외삼촌이 극구 말렸어요. 사진하면 많이 힘들다면서 응시하기 직전까지도 말렸어요.

어디서 뭐하고 놀아? 그들의 사진 놀이터

재호 : 인터넷 시작페이지가 아이포스웹진이에요. 전시회 업데이트가 빠르고 전시회의 작품도 많이 볼 수 있어요. 기술적인 궁금증은 SLR클럽에 가서 해결하고, 롤라이코드 유저들의 모임에서 카메라 매뉴얼 정보를 얻어요.

보은 : 사진가의 개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진 보는 걸 즐겨요. 잡지에 나온 사진가의 기사를 보면 홈페이지 정보가 나오니깐 메모하고 즐겨찾기를 해놔요. 작업할 때는 구글이나 네오룩 등에서 연관검색어를 이용해 이미지 리서치하고 작업 시안을 만들어요.

사랑 : 영화 ‘연애사진’에 나오는 사진을 찍은 일본 사진가의 블로그에 자주 가요. 사진정보는 온라인보다 학원이나 교회의 사진동아리 세미나에서 얻는 편이에요.

보은 : 얼마 전에는 유튜브에서 칼 라거펠트의 동영상을 봤는데 말하는 모습도 멋있고,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대림미술관의 전시도 보게 됐는데, 세계적인 유명한 디자이너의 사진작품이라 흥미로웠어요.

재호 : 저는 최근에 본 서울사진축제가 재밌었어요. 특히 천장을 낯선 느낌으로 포착한 장수선 사진가의 작업이 인상적이었죠.

사랑 : 전시를 자주 보러 가고 싶은데 수원에 살고 있어 쉽지 않아요. 주로 사진학원에서 단체 관람할 때 봐요. 최근에는 중앙대 사진학과의 졸업전시를 봤어요.

재호 : 혹시 블로그 해요? 블로그를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오고 나만 보는 꼴이 됐어요. 다들 자기 블로그 관리하기에 바쁜 것 같고, 블로그가 생각보다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더 나은 것 같아요.

사랑 : 저도 블로그를 해봤는데 원하는 만큼의 소통은 힘든 것 같아요. 대부분 자기만족이거나 자랑하려고 블로그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예전부터 했던 싸이월드만 하고 있어요.

보은 : 일일이 사진 올리는 거 귀찮아서 못해요. 차라리 사진을 출력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줘요. 그런데 ‘예쁘다’거나 ‘멋있다’는 단순한 반응만 나와서 아쉬울 때도 있어요.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말이에요.

재호 : 맞아요. 사진 이야기를 할 친구가 많으면 좋겠어요. 사진학원의 친구들은 각자 좋아하는 사진이 다르니까 서로 싸우게 돼서 오히려 조심스러워요. 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사진이 좋아요. 최근에는 디오라마를 만들어 사진을 찍는 파올라 벤추라의 사진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듀안 마이클스는 사진집을 구하러 다닐 정도로 좋아해요.

보은 : 라이언 맥기니를 제일 좋아해요. 에덴동산에 살고 있는 아담과 이브처럼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요. 학원에서 자신의 포트폴리오 작업과 유사한 국내 사진가를 알려주거나 조사하는 숙제를 내줘요. 그래서 박지혁과 홍장현 사진가를 알게 됐는데 무척 멋있어요.

사랑 : 저도 학원에서 많이 배우긴 했는데 딱히 좋아하는 국내 사진가는 없어요. 제일 좋아하는 사진가는 제프 월이에요. 대규모로 연출하는 것이 멋져요.

재호 : 국내 사진가는 몽환적이면서도 절제된 느낌의 이갑철 사진가를 좋아해요.

학교+사진학원×공부+사진실기

사랑 :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진학원을 다녔어요. 사진은 재밌지만 입시로 하려니 어떻게 할지 몰라 힘들었죠. 학원을 1년 정도 다니니까 어떤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감이 생겼어요. 학원을 다니기 전까지는 한쪽 발만 담근 상태였던 것 같아요.

보은 : 창원에 있을 때는 부산의 사진학원을 다녔는데 나와 맞지 않았어요. 재수하면서 서울에 올라와 학원을 다녔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사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재호 : 저도 학원이 도움이 됐지만 학원에서 구술면접을 위해 사진이론이나 역사를 달달 외우게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보은 : 저도 처음엔 싫었지만 재수하면서 학원을 오래 다니다 보니 암기한 지식이 실제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무조건 외우지 말고 자기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요.

재호 : 그래도 학원에서 인사하는 법부터 옷차림까지 훈련하듯이 하는 것은 좀 이상했어요. 인사를 크게 해라, 모르는 질문 나오면 그냥 외운 것 말해라, 단정하게 옷을 입어라 등 이런 것이 정말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사랑 : 맞아요. 면접 때 단정하고 예쁘게 옷을 입으라고 무척 강조하죠. 하지만 이런 것은 기본예의기도 하고 입시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팔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요. 학원의 친구들을 보면 제가 수시합격한 것이 미안한 기분이 들 정도로 열심히 하거든요. 포트폴리오를 그냥 돈 주고 사는 일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재호 : 같은 생각이에요. 포트폴리오라는 게 자신의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고 실패를 거듭해서 완성되잖아요. 노력 없이 얻는다면 스스로도 배우는 것이 없을 거예요.

보은 : 그런 방법으로 합격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과제도 스스로 잘 못할 것 같고 졸업해도 제대로 일을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실기는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사진학과에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암실실기 때 불을 켜는 학생도 있다고 했어요.

재호 :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실기를 배우고 싶어도 비용문제나 지방에 살기 때문에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 지금처럼 실기와 비실기 전형이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3명이 꿈꾸는 사진가, 과제와 학비는 걱정

재호 : 대학생이 됐으니 마음껏 여행을 하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알래스카에 가고 싶었는데, 가게 되면 사진도 많이 찍을 거예요.

보은 : 며칠 전에 서울예대의 수시합격생 예비모임에 갔는데 커리큘럼을 보여줬어요. 사진뿐만 아니라 드로잉, 영화 등 다양했어요. 사진을 더 잘할 수 있다면 이것저것 다 배워보고 싶어요. 진짜 패션 사진가처럼 작업 때문에 밤을 새가며 막 바쁘게 지내보고도 싶어요.

사랑 : 하고 싶은 것보다 과제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학원의 선배들에게 과제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지금도 열심히 더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방학 때 따로 공부를 해야 되나 싶기도 해요.

보은 : 저도 과제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실기과목이 무척 많은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말이에요.

재호 : 저는 나이 때문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그저 나이많다고 선배들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변 친구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부러워하지만 그만큼 제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부담감이 커져요. 또 학교가 대구에 있어서 자취하려면 방도 구해야 돼요.

사랑 : 자취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죠? 하긴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는 지겹게 들었어요. 어떤 장비는 자동차 한대 값 이상이 든다고.(웃음) 저는 수원에서 안성까지 통학할 생각인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보은 : 사진하는 친구라면 돈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재호 : 돈 아낀다고 인화지를 조그맣게 잘라서 썼어요. 아무리 그래도 돈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알바를 해서라도 해야죠. 요즘은 사진 찍는 일 뿐만 아니라 사진 큐레이터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보은 : 저는 패션 사진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보리 사진가를 보고 사진학과에 진학한 것처럼 나중에 다른 누구도 저를 보며 사진가의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계를 돌아다니면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사랑 : 창조과학을 사진작업으로 표현하는 사진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꾸준히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해 사진을 찍고 싶어요.

재호 : 당장 하고 싶은 작업이 무척 많아요. 하지만 어떻게 작업을 해나갈지 아직 갈피를 못 잡겠어요. 사진학과에서 작업을 해나가는 방향이나 과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돼요.

사랑 : 이제 사진의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으니 갓 태어난 아기와 다름없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 사진가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하기 싫은 과목도 무조건 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사진을 공부하니깐 무척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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