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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퀴담Quidam에 대해 들어 보셨습니까?

2007-07-10



글 │ 임병호
1992년부터 임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고 사진가.
삼성전자, SK텔레콤, 스카이, KTF, CJ 등 대기업들의 광고 사진을 촬영해 왔으며 홈페이지(www.limphoto.com)에서 그간 연재되었던 광고 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퀴담은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가 세 번째로 제작한 공연으로 1996년 몬트리올에서 초연한 이래 전 세계 공연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뮤지컬 공연을 보는 듯한 스토리가 있는 서커스로, 서커스 이상의 가치가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퀴담이 LG에서 공식 후원을 받고 우리나라 디지털 TV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Xcanvas의 파트너로 광고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퀴담의 출연자들은 그들의 무대와 의상, 분장과 조명의 상태까지 기획자의 의도대로 엄격한 조건하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퀴담 측이 보유하고 있는 이미지 데이터를 받아 컬러나 형태의 변형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물론 직접 (스튜디오나 공연장에서) 촬영이 불가능해 아쉽게도 Xcanvas의 제품 촬영만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광고의 콘셉트는 단순히 2차원의 평면 모니터에서 멋진 볼거리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화려한 공연 현장을 텔레비전 받침 위에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보다 극적인 상황을 시리즈로 보여 주는 것으로 이번이 그 첫 번째 작업입니다. Xcanvas는 블랙 하이글로시(고광택) 제품으로 광택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보통은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쓰이는데, 첫 번째 방법은 제품의 앞부분 광택 면에 블랙에서 회색의 그라데이션을 거쳐 하이라이트에 이르러 샤프한 경계선으로 끝나는 톤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라이트에 이르렀을 때 다시 회색의 그라데이션으로 넘어가 블랙으로 어두워지는 톤을 만들어 주는 방법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날카로운 경계선의 형태나 위치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다르고 광택의 표현이 효과적이지만 자칫 부자연스러운 껍데기나 허물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후자의 방법은 비교적 무난하지만 톤의 변화가 완만할 경우 무광택 제품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톤의 변화가 너무 밋밋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이글로시 제품을 촬영할 때마다 항상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고 광고주나 아트디렉터의 성향에 따라 원하는 바가 다르므로 반드시 두 가지 방법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랙 하이글로시 제품은 특히 정면 촬영이 어렵고 부담스럽습니다. 확산판(유백색 아크릴판)에 맺힌 하이라이트나 그라데이션의 톤들이 광택 면(주로 TV 전면 프레임)에 비치도록 해야 하는데 완전 정면에서는 확산판이 렌즈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의 왼쪽 위에 하이라이트나 그라데이션을 주고자 할 경우 돔 형태로 휘어진 확산판을 왼쪽 위에 설치하고, 확산판이 렌즈를 가리지 않도록 카메라를 아주 약간 오른쪽 아래로 이동시킵니다. 또한 왜곡이 덜한 망원 렌즈를 사용합니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대형 카메라로 시프트(좌우로 평행 이동) 무브먼트와 폴(상하로 평행 이동) 무브먼트 기능을 사용하면 효과적입니다. 허니컴을 장착한 스트로보 헤드를 확산판에 비추면서 제품 전면에 생기는 미세한 톤들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광택의 표현 방법들을 염두에 두고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명 방법입니다.

퀴담을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기획력이 뛰어나고 마케팅에 성공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상품 가치를 높일 것인가에 대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촬영하는 순간이나 사진 한 장을 펼쳐 보이는 순간에도 전략적인 측면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사진가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뛰어난 대가들의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을 때도 있지만 평범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웬만한 사진가들에게 같은 촬영 조건과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만큼, 혹은 더 잘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결국은 누가 기회를 잡느냐의 문제이고 그것 역시 사진가의 능력이라고 인정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사진가 개개인이 만능일 수는 없으므로 포토 에이전시에 속하거나, 그룹을 이루어 전문가를 고용하고 외형을 키우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독특한 캐릭터로 특화된 한 분야를 파고드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게 됩니다. 요즘은 개인전을 여는 분들도 무척 많아졌는데 가장 사진가다우면서도 적극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과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시대를 읽을 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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