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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2013-11-19


도시를 무대로 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조형 조각 작품, 디자인 재정비, 공간 구축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지난 11월 10일 개막한 ‘광주폴리 Ⅱ’는 이러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형태를 모두 수용하는 한편, 광주라는 지역이 가진 역사와 특성을 더한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는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당시에 난개발로 침해된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이후 비엔날레가 아닌 독립적인 프로젝트로서 격년제로 진행하는 동시에, 도시와 사회 문화 이슈를 담아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했다. 광주폴리 Ⅱ는 이러한 계획 하에 첫 번째로 진행되는 기획전인만큼 작품들이 갖는 각각의 의미 외에도 도시의 공간과 사람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등을 염두에 뒀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는 건축가뿐 아니라 저술가나 아티스트 등이 참여해,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뤘다.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의 ‘투표’는 일종의 퍼포먼스로써,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전광판 위로 질문이 떠오르면, 보행자는 ‘예, 중립, 아니오’ 중 하나의 답변을 하면서 이 길을 지나가게 된다. 결과는 실시간으로 집계되며, 이러한 기록들은 홈페이지(http://www.gwangjuvote.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직접 질문을 제안할 수도 있는데,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골목에 설치된 이 작품은 개인적인 생각을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직접 표현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자각하게 만든다.

광주천 독서실은 보훈회관 인근 광주천변 옆에 자리한 공간이다. 건축가인 데이비드 아자예와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가 공동으로 작업한 이곳은 인권을 주제로 한 200여권의 책을 모아 놓았다. 형태적으로 정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형상으로 특이성을 더하고, 사방이 열린 구조로 모든 사람이 와서 쉴 수 있는 한국의 전통적 정자를 그대로 연상시킨다. 강가의 징검다리, 인도, 공원 등으로 이동이 가능한 동선을 연결시킨 점은 공간적 맥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서로 소통하는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혁명의 교차로’는 ‘광장’이 가진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민주 혁명의 중심지였던 광장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이 공간에서 이끌어낸 변화의 바람이 도시 곳곳으로 퍼져 가는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다. 원형 공간 안에 들어서면, 공간을 가득 메우는 원탁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은 각자의 의견을 나누면서 토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탁자 위에는 각 지역에서 일어난 혁명의 모습들을 이미지로 만나볼 있게 했으며, 영상으로도 상영된다. 이처럼 이곳은 작은 토론장인 동시에 민주화 운동을 살펴볼 수 있는 기념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첫 선을 보인 후 관련 서비스 등을 새롭게 정비한 서도호의 ‘틈새호텔’, 유네스코 본부 상임위원 화장실을 그대로 복제한 ‘유네스코 화장실’, 전철 안을 새로운 비주얼로 변화시킨 ‘탐구자의 전철’. 광주 시민들의 기억을 담은 미니 전시공간이자 사물함인 ‘기억의 상자’, 아이 웨이웨이의 ‘포장마차’ 등 총 8개의 작품이 새롭게 선보였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특성상 작품은 미술관과 같이 ‘안전한 공간’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에게 직접 노출되는 공간에 설치되는 만큼, 모든 작품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광주폴리는 광주 시민과 건축관계자 등의 시민 협의회를 구축해 프로젝트의 중심 현황을 나누는 한편, NGO와 시민단체 등을 공동 운영자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광주폴리를 비롯한 모든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도시의 역사 속에서 10년, 혹은 20년 넘게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짧은 시간에 걸쳐 프로젝트의 성공을 점치기는 어렵다. 광주폴리를 기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 어떻게 만나게 될지 그 가능성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광주폴리:http://www.gwangjufoll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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