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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도시 계단의 놀라운 상상

2012-12-18


도시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진화의 과정 속에서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변화한다. 변화는 새로움을 낳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사라짐의 과정이다. 새로움은 어느 순간 나타나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쉽지만, 사라짐은 천천히 무뎌지는 것이기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 우리네 도시, 빠르게 진행되는 변화 속에서 점차 사라지거나 버려지는 공간이나 시간은 무엇일까? 런던에서 시작된 게릴라 디자인 프로젝트 그룹 ‘썸띵 온 더 스테얼스(Something on the stairs)’는 ‘계단’을 지목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썸띵 온 더 스테얼스


계단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도시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등으로 계단은 자신의 원래 자리에서 꽤나 많은 부분을 내주어야 했다. 지하철역에선 사람들로 꽉 찬 에스컬레이터 옆에 빈 공간으로 방치되어야 했고, 도심의 빌딩에선 엘리베이터 뒤로 모습을 감춰야 하기도 했다. 계단은 그렇게 도시와 사람들로부터 점차 기능을 상실한 채 남겨져 가고 있었다.

더욱이 계단은 그 구조적 특성상 그 안에서의 공간적, 시간적 의미가 크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레벨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단순한 기능으로 계단에서의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한 사소한 움직임만을 보여줄 뿐이다. 도시의 발전에 밀려나기 이전에도 계단의 공간과 시간은 사실 묻혀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디자이너 송은정과 박혜원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 ‘쏠트앤페퍼’는 이처럼 묻혀져 가는 도시의 계단, 그 속에 남겨진 공간과 시간에 주목했다. 그들은 사라짐이 아닌 또 다른 사용법으로 계단을 재해석하려 했다. 그리고 2011년 런던, 두 디자이너의 뜻은 ‘썸띵 온 더 스테얼스(Something on the stairs)’라는 디자인 그룹을 꾸려내기에 이르렀고, 그들은 올해 두 번의 게릴라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썸띵 온 더 스테어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 주인공은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 근처의 계단으로, 2012년 3월 그들은 이곳에서 파티를 열었다. 프로젝트 네임, 파티 온 더 스테얼스(Party on the Stairs)’였다. 파티가 열린 이상 계단은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한 의미 없는 발걸음만 오고 가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도 하면서 마치 파티장에 온 것처럼 계단을 즐겼다. 계단의 시간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도 있는 것. 파티 프로젝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뚜렷했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8월에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를 주제로 ‘쏠트앤페퍼’외에 프리랜서 연구원 김경민, 건축디자이너 윤홍성, 제품디자이너 이정인, 공간디자이너 차상민, 미디어 프로덕션 SAVE THE NURSE가 멤버로 참여했다. ‘어반 판타지’가 펼쳐진 곳은 전세계 관광객들과 쇼핑객들로 런던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옥스포트 스트리트(Oxford Street) 한 켠에 고요하게 숨겨져 있던 공간이었다. 두 개의 높은 빌딩의 좁은 틈을 비집고 자리한 곳으로 공간이 시작하는 부분에는 12개의 좁은 계단이 놓여있었다. ‘썸띵 온 더 스테얼스’ 멤버들은 이 고립되어 있던 공간을 통해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선물하고자 했고, 좁은 계단은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입구로 사용했다.




‘썸딩 온 더 스테어스’는 계단을 주제로 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설치, 영상, 음악, 리서치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지속해서 게릴라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다방면의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사람들의 연락 또한 기다리고 있다.


관련링크
썸띵 온 더 스테얼스 http://somethingonthestairs.com
이정인 www.junginlee.com
SAVE THE NURSE www.savethenur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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