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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짜릿한 맛에 중독되다. 플랜잇 윤석민 소장

2007-01-23


그에게 공간이 주어지는 순간, 그의 머리 속에는 뚜렷한 컬러를 가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 공간을 고스란히 스케치북에 옮기고 그것은 다시 실제 공간에서 구현된다. 자신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 짜릿한 맛에 중독된 사람, 바로 윤석민 소장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일전에 소개되었던 월간bob 제휴기사 중에 핑크 옐로우 아파트를 기억하는가? 집이라는 공간을 가지고 너무나도 자유로운 분할, 배치 그리고 색과 패턴으로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서로 자유롭게 엉키면서 화사한 그림을 만들어 냈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오브제적인 그의 작업들은 회화적이란 느낌을 준다.
그의 애초의 전공이 회화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감각적인 컬러와 매스의 조합은 3차원의 공간을 2차원 감성으로 채워낸다.

그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 공간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다. 공간이란 것이 사람이 들어가 있으므로 시작되고 또 끝을 맺는다. 윤석민 소장의 공간에는 분명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껏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을 쭈욱 놓고 보았을 때 각각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전혀 연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대번에 ‘이건 윤석민 스타일이네~’라고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싫다. 공간마다 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으며 어느 것 하나 그의 냄새가 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또 숨겨진 이면에는 그만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철학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는 것 보다는 ‘장난질’쳤다는 말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무게를 덜어낸다. 일을 즐기고 거침없이 해내는 그의 스타일은 그 장난질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 장난질 속에는 소재에 대한 제한을 없애고 오브제적인 작업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스타일이 담겨있다. 최근 작업 중인 방배동의 개인 빌라에서는 흉물스러운 것이라고만 여겼던 철근을 쉬크한 공간장식물로 만들어 버렸고 그냥 단순하게 지나쳤을 거울에는 조명으로 시침질을 했다. 그에게는 사용 못할 소재는 없고 상상 못할 공간은 없어 보인다.

공간에 대한 그 모든 상상은 그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진다. 공간, 사람 그리고 그 외적인 컨셉들은 컬러풀한 3D입체 영상으로 그의 머리 속에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바로 스케치북에 쏟아낸다. 쏟아내진 그림은 눈 앞에 실제로 구현되며 완성되는 것이다.
그는 한번 구상을 끝낸 공간에 대해서는 작업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수정이나 번복을 절대 하지 않는다. 작지 않은 또한 고가의 작업이다 보니 그러한 과정을 할수록 비용적인 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간 디자이너라면 그의 머리 속 작업은, 그 상상도는 스케치북에 쏟아내면서 100%완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까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물론이며, 그도 또한 그러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상상한 공간이 눈 앞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것에서 가장 큰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맛에 공간 디자이너를 한다며 눈을 반짝이는 그는 천상 공간쟁이다.


Jungle : 서양화를 전공하고 실내디자인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 터닝포인트
윤석민 소장 : 업계에 회화 전공하신 분은 종종 있다. 그때 당시 실내 디자인과가 없었고 작업자체가 색하고 메스를 접목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서양화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적합한 전공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학시절 설치미술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히 환경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졌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Jungle : 기본적인 접근이 회화와 건축, 설계 쪽 다를 것 같은데
윤석민 소장 : 모듈화 되어 있지 않고 오브제 적이다. 기성제품보다는 모든 것들 새로 만들어서 사용하려고 한다. 가구나 조명 등 모든 부분에 크리에이티브하고 오브제적인 작업을 주로 한다. 하다 보면 회화적인 느낌이 난다. 붓을 잡고 그리진 않지만 그런 부분이 나타난다.

Jungle : 그렇게 독특한 소재나 오브제를 만들기 위한 것들은 어떻게 구하나
윤석민 소장 : 많이 돌아다닌다. 발품을 팔아서 옷감이나 소재 등을 발견해서 여러 가지로 접목을 시도한다.


Jungle : 이런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 만들어서 조명, 가구 사용하는 것에 대해)
윤석민 소장 : 일단은 차별화다. 다른 작가들이 쓰지 않은 것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좋고, 외장재던 내장재던 소재의 경계나 제한 없이 끌어들여 사용한다. 소재에 대한 제한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솔직히 핸디캡은 존재한다. 소방법. 하지만 계속해서 재료에 대한 한계를 넘어서고 표현의 폭을 넓히고 그렇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Jungle : (작업을 하기 전)공간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
윤석민 소장 : 대체적으로 공간에 사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한다. 내가 거기 산다 생각해야 한다.

Jungle : 완성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윤석민 소장 : 디자인 보고, 공간 동선을 보고.. 뭐 다 본다. 영화를 보면서도 뒤에 배경 보고 마감 다 보고…. 영화 중에서 영향을 받은 영화는 ‘이어 오브 드래곤(Year of Dragon)’. 미키루크가 나온 영화다. 거기에 나온 어떤 한 방이 나를 매료시켰다.

Jungle : 아이디어의 원천
윤석민 소장 : 스케치북에 매일 그린다. 음악에서 영감을 얻고 미술 전시회도 간다. 주로 백화점 많이 간다. 그 부스마다 색다른 디스플레이를 표현해 놓은 것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 사람들도 감각적이고 현재의 트렌드 경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Jungle : 싫어하는 공간
윤석민 소장 : 대한민국의 아파트 다 싫다. 차별화된 아파트가 나올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규제도 많고 심의도 문제다. 도시 환경을 망치는 제일 안 좋은 공간이다.

Jungle : 지금 당신의 공간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었나
윤석민 소장 : 표현되지 않은 표현, 이것도 매스 이야긴데 ..절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독특한 표현, 소리나지 않게 튀려고 노력한다. 옷에 비유를 하면 안감에 더 신경을 쓴다던 지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섬세하고 장난을 친다.

Jungle : 디자인 원칙, 자신만의 아이덴티티,
윤석민 소장 : 한번 생각해서 디자인 하면 끝까지 그대로 진행한다. 중간에 고치고 바꾸고 하는 일은 없다. 중간에 수정하는 것들은 다 돈을 직결된다.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3D화되고 입체화되어서 딱 나와야 되는데 그것이 안되니까 자꾸 수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상상력이 현장에서 딱 맞아 떨어질 때 최상의 작업이다.

Jungle : 공간 디자인을 한다는 건..
윤석민 소장 : 좋아서 하는 일이다. 손으로 그린 것이 입체화되고 매스화 되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내가 상상한 것들을 가지고 현장에서 실제로 만들어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좋다.

영화 시월애가 특별한 느낌을 가진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에는 바닷가에 위태로운 듯 초연하게 서있던 ‘일마레’가 한 몫 했다. 일반적인 공간과는 다른 특별한 장소에 독특한 구조를 지닌 그 곳은 남녀주인공을 이어주는 시간을 초월하는 공간으로 나온다. 그곳과 대조되는 곳은 ‘일마레’를 나온 여자주인공이 지내는 공간은 건조하고 불투명한 색을 지닌 그저 그런 아파트였다. 그 아파트로 인해 ‘일마레’란 공간은 더욱 애틋한 느낌이다.
이렇듯 공간이란 것은 그저 몸을 넣는 곳, 물건을 넣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감성이 들어가있는 복합적인 그 곳은 좀 더 특별할 필요가 있다. 그런 특별한 기운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사람, 윤석민 소장의 앞으로의 공간인생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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