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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머리와 마음을 열어 보는 디자인. 라이프 디자이너 오 준식

2004-11-16


3개월 전 innodesign에 몸을 담게 된
라이프 디자이너로 알려진 오 준식은 말 그대로 생활 환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디자인 한다.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비가 내린 어느 날.
또 다른 변화 속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한 마음에
디자이너 오 준식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몸을 안는 가구부터 몸을 품는 공간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모두 편안해진다.
가슴과 머리가 함께 생각하는 디자인으로 보다 안락함을 주기 위해 생각.생각.생각. 그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 | 호재희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이 공간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말 그대로 디자인을 사랑하고 디자인으로부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1층은 사람들에게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는 innodesign의 제품들이 있고, 2층은 그야말로 design people을 위한 공간이다. 창가에 꽂혀있는 책들과 곳곳에 여유롭게 놓여진 소파·테이블들이 편안하다.

2층에 들어서자마자 이동 가능한 소파들을 한데 모아 나에게 그 위로 올라 가라고 말한다. 나는 마치 우리집 안방에 들어온 양, 신발을 벗고 평상 같은 소파위에 몸을 기댄다.
이렇게 편안 자세로 일 하기는 처음이다.

design people는 바로 그런 공간이었다. 계속되는 디자인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편안하게 디자인을 얘기할 수 있는, 스케치 노트와 연필이 무료로 제공되는 이곳에 혼자 와서 조용히 스케치를 할 수도 있고, innodesign이 가지고 있는 책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은 꿈 꿔 봤을 만한, 혹은 꿈을 꾸고 있을 만한 그런 공간이 압구정동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 오 준식은 디자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이 있는 디자이너에게서 힘이 있는 디자인이 나온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동의를 구하는 장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부터 일선에서 뛰고 있는 디자이너까지 모두에게 이곳은 열려있다. 혹시 또 아는가? 우연히 들른 유명 디자이너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지?!

디자이너 오 준식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아름다움’만 찾기에는 논리가 필요했다. 아름다움도 설명이 필요했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평생.

오 준식은 디자인을 문화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같은 나라를 결코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굳이 오색단청, 태극마크 그런 상징적인 것이 아니어도 자신이 자란 나라 속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자연스레 디자인에 녹여내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우리의 디자인이다. -ism이라든가 movement들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얽매여 따라 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 오 준식이 만들어내는 그것이 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형태적 문화의 배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 스스로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누구나 그래야 하겠지만, 그래서 디자이너 오 준식은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 준비된 모습이다.

순간 ‘반짝!’하는 것을 디자인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사람, 생각, 관심’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생각하다 보면 무엇이 아닌 ‘그것’이 나온다. 순간적인 무엇보다 시간이 묻어나는 그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 오 준식은 특이했다. 디자인을 하기 전 머리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글로 풀어낸다고 한다. 잘 정리된 글은 80%의 형태를 만들어주고 20%의 감각으로 디자인을 마무리한다. 그것으로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글을 시처럼 써서 그것을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아닌, 글로부터 탄생한 형태에서 시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
무엇을 더 원하며 무엇을 더 기다리는가?
디자인에는 정해진 룰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듯이 디자인을 한다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하는 무엇이 생기고,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무엇보다 디자인을 규정하지 않아야 디자인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innodesign 김 영세 사장님의 작품들이 사랑스럽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으며, 디자인에서 사랑에 대한 표현을 느낄 수 있다.


파리의 남쪽 중심가 생 제르만 데프레 에는 “라 윈” La Hune 이라는 서점이 있습니다.
2층 전체가 “예술과 디자인”관련 책으로 가득하고 밤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파리에 살던 시절 나 또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8시 또는 9시쯤 도착하면
12시가 다 되어서야 구입할 책을 들고 나오곤 했던 곳입니다.
몇 시간 동안 책을 보기 위하여는 꼿꼿이 서있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그곳은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그곳이 나에게 준 즐거움은 책을 통한 새로운 지식 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많은 디자이너들을 그곳에서 마주쳤습니다. ‘샤넬’ 의 아트디렉터 ‘칼 라거필드’ 도 나의 옆에서 책을 고르곤 했고, 어린 나는 그가 보는 책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가 유심히 읽고 있던 페이지를 옆 눈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곳에 디자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고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서로를 방해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각자의 상상을 머리 속에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디자인 피플 이었습니다.
“ Design People ” 이라는 호칭은 여러 뜻으로 이해가 되곤 합니다.
의미가 여러 가지인 것은 좋은 것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 특히 디자인된 고가품을 몸에 많이 지니고 있는 사람들만이 자주 “디자인 피플”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의 디자인 피플은 백화점에서 마주치는 것 같기도 한 인상을 받습니다.
작업실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들, 미술대학의 학생들, 예쁜 디자인을 보면 너무나 기뻐하는 사람들 모두는 디자인 피플 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늘에 가려져 있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노’ 의 ‘디자인 피플’ 에는 디자인에 관한 책이 있습니다.
다리를 뻗고 오래오래 머물러도 되는 소파를 준비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를 하고 마음껏 쓸 수 있는 종이들이 있습니다.
잘 깎여진 연필이 사방에 놓여 있습니다.
서점에 가도 비닐포장으로 꼭꼭 싸여서 볼 수 없는 디자인 전문지들의 표지만 바라보고 있는
젊은 이들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그것들을 이 곳에서 보시고, 그림을 그리시고, 글을 쓰시고, 토론을 하십시오.
그곳에서 이노 디자인의 김영세 사장님도 저 오준식 도 또한 디자인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고 디자인 피플의 존재를 느끼고 싶습니다.

2004 11 17. 오준식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이 싫다. 또,
새로운 것을 해내야 한다는 얽매임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 세상에는 이미 많은 새로운 것들이 넘쳐 나고 있고, 그것들로 충분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되, 굳이 새로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또 특별한 오 준식의 디자인 방법이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 속에서 의식적으로 숨겨져 있는 새로운 모양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일반적인 소파의 구석에서 하트모양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 익숙한 형태에서 숨겨진 형태 찾기를 한다. 디자인에 대한 접근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특별히 디자인 하고 싶은 공간이 있냐는 나의 질문에 되돌아온 그의 대답.
‘호텔을 디자인 할꺼에요. 모든 감정-애증, 선악, 그리고 기쁨과 슬픔, 감사와 축하…-을 담고 있잖아요. 호텔에는 인생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생각만해도 재밌군요.’
처음에 나는 예정된 프로젝트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 오 준식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하고싶다.’가 아닌 ‘할 것이다.’ 이것이 그를 보여주는 그리고 그의 성공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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