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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생긴 게 매력이다

2010-03-09


빨간 머리에 수더분한 생김생김, 얼핏 보면 시골 아낙과 영락없이 닮은 디자이너 도나 윌슨(Donna Wilson). 그녀가 한땀 한땀 손으로 지은 구닥다리 인형들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이미지 출처 | 도나윌슨 공식 홈페이지 www.donnawilson.com


도나 윌슨의 인형들은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된다. 톡톡한 질감의 양모를 사용해 한땀 한땀 손수 바느질로 제작되는 지난한 공정 때문에 인형 한 개의 가격만 한화로 20만원을 육박하는 고가가 대부분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영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신세계몰 등 유명 홈 인테리어 쇼핑몰에 입점, 벌써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것 같은 천 인형의 친숙한 정서, 100% 양모를 사용하는 고품질, 알록달록 유치하지 않은 뛰어난 색감, 비뚤배뚤 투박하지만 정감 어린 디자인 등 이 구닥다리 인형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도나 윌슨의 디자인이 가진 특별함, 여느 봉제 인형들과는 뭔가 다른 특별함의 근원은 바로 ‘스토리’가 아닐까.


도나 윌슨은 마치 동화 속 캐릭터를 만들듯 인형 하나 하나를 짓는다. 직접 이름까지 붙여주는 것은 물론 각자의 출생과 특징, 비밀 따위도 마치 허구의 동화책을 쓰듯 지어낸다. Bunny Blue의 귀가 네 개인 이유, Junior Hare가 훌쩍 키가 큰 까닭, Rosie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 등 인형들의 이 시시콜콜한 사연은 분명 캐릭터의 생명력과 친화력을 상승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주위에서 흔히 보는 ‘팬시’한 봉제 인형들과는 사뭇 다르게 도나 윌슨의 구닥다리 인형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말로 설명하자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외형-예를 들면 머리가 두 개, 귀가 네 개라거나, 팔 다리가 지나치게 길다거나-마저도 이 이야기의 힘 때문에 오히려 재미있게, 못 생겼지만 친근하고 귀엽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마냥 예쁘장하고 아기자기한 인형이 장식품으로써 우리 주변에 위치한다면 얼핏 엉성해보여도 손맛이 살아있는, 무엇보다 스토리가 녹아든 도나 윌슨의 그것들은 마치 친구처럼 품 안에서 함께 노닌다. 도나 윌슨의 이러한 특출 난 장기는 인형 뿐 아니라 담요나 쿠션, 양말, 세라믹 용기, 나아가 가구 디자인의 영역까지 넓혀 가고 있다. 홈 인테리어 제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그녀의 홈페이지(www.donnawilson.com)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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