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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로 승부한 DECOYA

2004-09-02


얼마 전 논현동에 문을 연 데코야는 그 동안 주춤하던 멀티샵의 러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그 개념조차 모호했던 멀티샵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데코야를 찾아 앞으로의 향방을 들여다본다.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의 키워드는 중성(multi-physiognomy)’이라는 LG디자인 연구소의 발표는 수많은 얼굴을 지닌 트렌드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렇듯 모호한 트렌드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증거는 멀티샵의 확산이다.
물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콘란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이름의 멀티샵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하나의 쇼룸에서 수많은 트렌드와 디자인을 경험하는 일이 손쉬워졌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외적인 면에만 치중해 오픈했던 몇몇 멀티샵들이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 채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멀티샵이라는 개념 조차 모호해지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몇몇 사람들은 과도한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몇몇 사람들은 자기만의 색을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한번 시장에 뛰어들지도 못한 채 명맥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이럴 즈음 문을 연 DECOYA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 첫 번째 해답은 브랜드에서 찾은 듯하다.
DECOYA는 각 아이템별로 한가지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소파 브랜드인 BW, SCHRAMM 침대, 여기에 KENZO MASION 컬렉션을 더해 브랜드마다의 색을 강조하면서도 서로간의 완벽한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구성한 것이다.
즉, 한 아이템을 다양한 브랜드로 구비한 다른 멀티샵들과 달리 ‘침대의 대명사인 SCHRAMM, 최고의 소파인 BW’ 등으로 마케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곳만의 새로운 전략인 것이다. 게다가 그 동안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가구들을 선택하는 대신 오히려 조금 낯설고 호기심을 끌만한 제품들로 구비해 놓은 것도 DECOYA의 특징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독일 침대 회사인 SCHRAMM이다.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SCHRAMM은 소비자의 몸무게나 수면의 차이, 체형 등을 고려해 카운셀링 단계를 거쳐 판매가 된다.
뿐만 아니라 ‘BLIND TACKING’을 통해 접착제를 극소량만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바느질을 통해 침대 내장재 하나 하나를 제작하는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명성이 높다.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긍지나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증명하듯 쇼룸의 2층에는 소비자가 직접 시연할 수 있도록 5단계로 나뉘어진 매트리스를 전시해 두고 있다.
이것은 제품의 이미지에 기대어 홍보하는 대신 브랜드의 기술력과 차별화된 노하우를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결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멀티샵의 역할을 감성에 호소하는 공간이 아닌 직접 끌어들여 체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 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데는 KENZO MAISON의 역할도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비비드한 컬러의 쿠션에서 데케레이션용 커튼까지 다양한 소품을 선보이는 KENZO MAISON 덕분에 이곳의 분위기는 마치 파리에서 한 낮의 햇살을 받는 것처럼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KENZO MAISON의 기하학적인 패턴과 재미있는 컬러들은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이곳의 분위기를 편안하면서도 다가서기 쉽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할까?
물론 제품의 퀄리티를 인테리어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들의 노력은 그 빛을 발하기도 전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곳은 전시공간을 위한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멋진 해답을 주고 있다.
꽤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DECOYA는 기존의 건물을 리뉴얼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쇼룸의 구석구석은 기존의 쇼룸과 달리 전시를 위한 공간과 상담을 위한 공간들이 비교적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특히 외관의 사인보드에 특별한 조명을 달아 또 다른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점 등은 DECOYA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진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DECOYA의 쇼룸은 그 성공여부를 떠나 멀티샵의 새로운 전형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브랜드에 대한 치밀한 통제와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적극적인 체험 마케팅은 우리에게 멀티샵이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즐거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즐거운 실험이 오랫동안 꽤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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