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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여행의 추억과 예술적 경험을 주는 공간

2013-07-16


도심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 중에 ‘숙박’이라는 기본 기능 외에 특색이 있는 곳을 찾기란 드문 일이다. 아무리 많이 찾아봐도 나의 취향까지 고려하여 맞춤 숙소를 찾고자 한다면 그 가짓수는 정말 적어진다. 더군다나 숙박 시설이 충분치 않은 서울에서 수토메(SUTOME)와의 만남은 신선했다.

글│홍다솜 객원기자 ( ongda_world@naver.com)
사진제공│수토메 (http://www.sutome.com/)

장마의 시작으로 비가 대차게 내리는 날, 신발은 다 젖고 옷도 젖어가고 있던 때 마포구청역에 도착했다. 수토메는 놀라운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홈페이지의 소개처럼 지하철역에서부터 걸어서 10초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 느껴질 뿐 아니라, 공항리무진과 도심 곳곳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 역시 1분 내외의 거리에 있다. 비를 뚫고 도착한 수토메에서는 주인인 홍윤경씨가 밝은 목소리와 미소로 반기고 있었다.

수토메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실제로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그 뜻을 궁금해한다고 한다. 한 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이름이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영화 '써니'의 주제곡 ‘time after time' 에 'suitcase of memories'라는 가사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고. 단어의 의미가 좋아 한 단어로 줄인 것이다.

수토메는 큐레이터로 살아온 딸과 호스트가 되고자 했던 엄마, 두 모녀의 합작품이다. 지은 지 40년이 된 오래된 집이었지만, 이 집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부터 반했다고 한다. 특히 거실 천장이 2층까지 높이 뚫려 있는 구조를 보고는 바로 갤러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특징을 살려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기존의 구조를 살리는 것에 중점을 뒀고, 갤러리가 될 거실은 전부 흰색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오래된 전원주택의 따뜻함과 하얗고 차가운 갤러리의 느낌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또한 로고부터 인테리어까지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홍빛을 사용해 색감의 통일감을 주었다.

또한 집 안 구석구석에는 여행객을 위한 배려한 두 모녀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소품도 허투루 있는 것이 없었다. 2층을 향하는 계단에 무심하게 툭툭 얹힌 책들은 방 안에 모든 책을 놓아둘 수 없어서, 쌓아둔 것이었지만 마치 연출을 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수토메에 있는 가구부터 커튼, 침대 베딩과 쿠션 등 사소한 부분 하나에 손이 안 간 곳이 없었다. 이처럼 아담한 공간이지만 정성으로 만들어진 스타일링으로 이곳을 찾은 여행자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해주었다.

전체적인 공간 이외에도 객실 내부 역시 각각의 개성을 만날 수 있었다. 1인실에는 서울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서울을 걸어 다니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벽면을 매우고 있으며, 홍윤경 씨의 아버지의 그림과 어효선 시인의 글이 있었다. 2인실은 음악을 컨셉으로 하여, 후카사와 나오토의 CD플레이어와 포스터, CD들로 공간을 장식했다.

6인실 도미토리의 경우, 칸마다 가림막이 있어 개인 생활에도 불편함이 없게 만들었다. 1층에는 꽃을 테마로 한 방을 포함해 총 3개의 방이 있었는데 현재는 작가들의 레지던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조명, 패키지, 의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기획 중이다.

갤러리로 이용 중인 거실에서는 문화라는 넓은 범주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전시들이 열리고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영화를 보거나, 작은 음악회를 하거나 이벤트나 회의 공간으로 변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는데 있어 정해야 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중에서 숙소를 정하는 일은 목적지를 정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단지 하룻밤을 묵고 가더라도 그저 그런 숙소보다는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안겨주는 특별한 곳.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객들은 인터넷으로, 책으로 찾고 또 찾는다. 수토메는 단순히 숙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예술, 문화,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될 것 같은 곳이다. 어떤 사람이 경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곳에서 어떤 기억을 갖고 떠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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