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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인들의 삶과 조우하다, 아프리카 미술관

2008-07-29

8월의 뜨거운 태양과 닮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찾게 된 아프리카미술관에서 만난 건 다름아닌 가슴으로 살아온 아프리카인들의 삶이었다. 이곳에 전시된 조각, 생활소품, 회화작품을 보고, 만지고, 느끼다 보면 어느새 아프리카가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취재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 스튜디오 salt

많은 사람들이 신을 향하고 신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신을 인간에게로 끌어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희망을 가져보자고 섣불리 이야기하는 대신, 절망에 빠지지 말자고 다독인다. 윤택하지 않는 생활 환경은 삶의 고통이 그리 멀지 않음을 아프리카인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켰지만, 적어도 아프리카 미술관에서 조우했던 그들은 마음을 믿으면서 사람을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철학박사이기도 한 정해광 관장이 아프리카 조각에 한참을 빠져있다가 결국 미술관까지 열게 된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스페인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하면서 휴머니티, 유토피아라는 화두에 관심을 가져온 그에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아프리카 조각은 해학과 친근함까지 겸비한 매력적인 존재였다. 그렇게 모아 놓은 컬렉션이 조각 800여점과 회화 150여점. 올해 3월 개관한 아프리카미술관은 곧 1989년부터 시작된 그의 컬렉션의 역사이기도 하다.

소장품의 면면 역시 기대했던 대로다. 컵, 베게, 악기, 지팡이 등 일상과 관련된 작품을 소장범위로 지정해 놓고 있는데, 이는 정해광 관장이 ‘신성(神性)이 아닌’ 아프리카인의 ‘심성(心性)’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시기로만 보면 1920~50년대에 제작된 작품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15년을 한 세대로 놓고 4세대 이전 작품들을 골동품으로 인정한다고 하니, 작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 가능하다. 특히 카메룬 바문족의 잔 조각의 경우 세계대백과사전에 실릴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은 사간동에 위치한 아담한 건물 2,3층을 사용하는 데, 2층은 전시 공간 3층은 아프리카 차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테이블과 아프리카 미술작품들을 판매하는 숍이 위치해 있다. 2층의 전시공간은 아프리카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조각 및 소품들 위주로 꾸며놓은 상설공간과 기획전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분리된다. 기획전에서는 아프리카 미술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그때 그때 마련되는데, 수장고에 보관해 온 작품들도 기획에 맞춰 내놓게 된다고 한다.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설 전시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부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감상할 수 밖에 없지만, 또 일부는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끼면서 관람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조각품을 통해서 그들의 손길과 우리의 손길이 마주치는 사이, 이 짧은 시간을 타고 이어지는 마음과 마음은 우리들을 잠시 동안 아프리카로 데려다 준다. 아프리카미술관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아프리카와의 첫 추억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www.africar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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