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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에 빠지다

2007-12-25

화요는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 사업을 진행하는 도자기회사 광주요에서 개발한 고급 증류식 소주이다. 화요 다이닝앤바는 화요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인 낙낙에 이은 두 번째 모델로써, 낙낙이 현대화된 포장마차로서의 비스트로를 표방한다면, 이 곳은 위스키로 즐기던 싸롱의 한국적 문화로의 탈바꿈을 의미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던진 글귀는 달빛 드리운 소나무 숲에서 술독에 빠지다였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달빛 비추이는 소나무가 있는 산기슭 계곡의 바위 위에 앉아 자연을 벗삼아 술 한잔 기울이는 우리네 선조의 풍류는 이 곳의 배경이 되는 풍경이다.
이러한 장면은 공간 안에서 달빛, 소나무, 술독이라는 세가지 모티브를 통해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된다. 움직이는 조명으로 비추어지는 달빛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현란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술 한잔 기울이다 보면 달빛은 어느덧 공간 저편으로 건너가 있고, 때로는 사라져버리기도 하며, 흥이 나서 노래를 할 때면 달빛은 다시 다가와 스포트라이트가 된다. 공간은 소나무의 반복적 패턴을 통해 깊이감을 가지며 확장된다.

소나무 숲의 풍경은, 은은하게 펼쳐지는 흑경 속 반사된 공간에 묻히는 단순화된 패턴으로 기억 속에서 아련하게 펼쳐지는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간 전체의 중심에는 두 개의 술독이 있다. 실제로 화요를 숙성시키는 항아리를 가공하여 만든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술독은 공간내의 시각적 오브제로서의 역할과 기능적 가구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
실제 화요병으로 가득찬 거대한 술독은 문양이 찍힌 원형의 스테인레스 표피로 덮여진 반짝이는 반복된 개체 사이의 간극을 통하여 공간을 적절한 투과성으로 분할하여 준다. 구백육십 개의 밝게 빛나는 화요로 가득 찬 거대한 술독에 푹 빠져서 테이블에 비친 달빛을 바라보며 도자기 방울잔에 담긴 술과 함께 노래 한가락 즐기며 느끼는 흥겨움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자 새로운 문화일 것이다.(글/고흥권) M

진행 김민혜 기자 arcmoon@maruid.co.k
사진 최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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