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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토토 사옥

2007-10-09

일상의 행복은 아름다운 집에서 완성된다. 사람들의 이러한 믿음은 인테리어와 잘 디자인된 소비재에 대한 관심으로 구체화된다. 물과 관련된 생활문화제품-수전제품, 화장실 관련 전자제품 및 비데-을 생산해온 로얄토토가 서울 논현동에 사옥을 세웠다. 일상의 디자인과 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반영한 이 사옥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화적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글 | 김정은 월간공간 기자
사진 | 스튜디오 salt


로얄토토 사옥이 들어선 거리는 건축자재와 가구를 파는 상점이 몰려 있는 곳이다. 집에 대한 취향을 반영하듯 이곳은 고딕에서부터 네오클래식까지 갖가지 건축양식을 본뜬 건물과 쇼룸으로 다소 조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얄토토 사옥은 이러한 주변과의 차별을 외치듯 차갑고 정돈된 패턴으로 내향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건물의 외부 모습은 내부 쓰임새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투명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아래층부분은 제품의 쇼룸이자 문화공간으로 거리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블랙박스와 같은 중간의 몸통부분은 업무공간이며, 불투명한 유리로 싸인 상층부는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과 옥상정원이 자리하고 있어 하늘과 만나는 새로운 땅이다.


사옥은 경사진 땅에 세워져 층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건물 앞뒤의 출입구에서 지하 갤러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흥미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대로변에서 마치 암실과 같은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3개 층이 한눈에 보이는 극적인 공간을 마주한다.
1층과 지하층 사이에 걸쳐진 입구 홀에서 보면, 와이어에 매달린 계단이 사선으로 벌어진 1, 2층 바닥을 역동적으로 연결하고 연달아 넓은 폭의 계단이 지하로 이어진다. 건물 반대편 1층의 유리문들을 열어젖히면 담쟁이와 잔디로 둘러싸인 마당과 건물 안쪽이 하나의 공간이 된다. 그 땅의 흐름은 계단을 타고 자연스럽게 2층과 지하로 연결된다. 그 결과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계단은 오르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객석이 되기도 하고, 행사가 열리면 연단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의 중심이 된다.


지하층에 마련된 갤러리 목간(沐間)은 욕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꿈틀거리는 용을 형상화한 나무 구조물을 따라 다양한 형태의 거실이나 부부욕실, 어린이 화장실, 최신 비데나 도기제품, 공중용 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위생도기의 질감과 형태를 연상시키는 안내데스크나 연못 위에 떠 있는 화장실 등 욕실제품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는 체험에 흥미를 더한다.
전시공간은 로얄토토의 제품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국내외 욕실문화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해외제품도 소개하고 있다. 변기와 비데를 분리하여 사용하는 유럽, 스프레이 건과 같은 기계식 비데를 사용하는 중동, 전자식 비데를 발전시킨 일본과 한국 등 안내자의 설명을 듣다보면 유행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실감하게 된다.

욕실제품은 아직 디자인 개념이 많이 가미되지 않았다. 디자인에 앞서 기능을 위한 기술 축적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데는 도기 안에 전자부품을 내장하는 까다로운 기술을 요하고, 세면기의 형태는 도기를 굽는 과정에서 날렵한 선을 만들어낼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로얄토토는 전문 디자이너들과 제휴하여 다가올 욕실문화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노디자인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개발한 로얄비니(Royal Vini)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브랜드이다. 9월에는 일본작가 마츠오 타이치의 작품전이 열렸다. 작품 가격이 1000만원이 훌쩍 넘지만 화투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프린트는 욕실은 백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하였으며, 제품전시와 문화의 접점을 찾으려는 로얄토토의 행보를 잘 드러내는 전시였다.

현재 로얄토토는 1, 2층 공간에 북카페, 커피숍, 갤러리 등 다채로운 시설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을 기획 중이다. 앤틱이나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로 채워질 이 공간은 10월 오픈 예정이며, 지하의 갤러리 목간과 따로 또 함께 다양한 활동을 아우르는 변화무쌍한 공간이 될 것이다. 로얄토토 관계자는 6층 회의실과 옥상정원은 예약을 통해 둘러볼 수 있으며, 회의실은 욕실문화나 디자인산업 관련 행사라면 개방할 수도 있다고 귀뜸한다. 사옥이란 기업 내부의 폐쇄적 공간이 아니라 문화의 저변 확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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