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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HO SUH / 서도호 展

2003-09-17


서도호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 속에서 야기되는 개인의 동질화와 차이, 집단적 힘, 공간의 경험 등에 관해 관람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도호의 작품 중에서 특히 현대사회에서의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다루는 작업들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서도호의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미니멀한 형식적 접근, 두 번째는 집단적 힘에서 비롯되는 문제, 세 번째는 사적인 공간경험과 기억의 확대이다. 본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내포하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사적인 경험과 기억, 작가가 제시하는 공간 등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우선 서도호의 시각적으로 명료한 작품들은 형식적으로 미니멀하다. 그의 작품은 처음 대할 때 단조로우며 작품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는데, 이는 미니멀리즘적 영향에서 비롯된다. 그의 설치는 일견에 파악할 수 있기보다는 서서히 잡아 끌어당기는 잠재력을 함유하며, 관람객들은 그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놀라운 발견을 경험하게 된다. ‘Floor’, ‘Who am We?’, ‘Doormat: Welcome’과 같은 작품들은 모두 멀리 있으면 그 장소에 묻혀있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섬세한 구성 요소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두 번째로 서도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집단적 요소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작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이나 군대에서의 경험 등은 작품의 실질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Some/One’은 누구의 것인지 알수 없는 수많은 군대 인식표로 하나의 거대한 갑옷을 형상화하였다. 이는 집단의 논리로 권력을 휘두르는 하나의 체제와 이에 가리워진 개개인을 암시한다. 그는 이렇게 한국 사회 내의 집단에 관한 담론을 사적인 경험에서 시작하여 보편적인 어휘로 끌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도호의 작품에서 공간의 문제와 관련된 장소성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작품으로 끌어오는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시간과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Paratrooper - I’에서 낙하산은 낙하산병의 생존을 위해 하늘에서 지상으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기구로 작용하며, 많은 이들의 사인(signature)을 수놓은 수많은 가닥의 실이 낙하산을 지탱하고 있다. 이는 이동이 손쉬운 현대사회에서도, 어디서건 그리고 어떠한 찰나에서라도 지금은 자신을 존재하게끔 했던 보이지 않은 많은 인연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서도호가 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현대사회에서의 개인과 집단, 권력의 문제, 정체성과 익명성, 장소의 전이, 공간의 기억 등 결코 쉽게 풀릴 수 없는 근원적 문제들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편안하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미술 안과 밖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_ 글/ 아트선재센터 부관장 김선정


전시기간 2003. 6. 28 ~ 9.7
전시장소 아트선재센터
문의 02-733-8940


[인테리어 이슈]는 월간 마루와의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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