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리뷰

광화문에서 영제교까지

2013-02-15


풍수지리(風水地理)는 글자 그대로 바람(풍)과 물(수)로 땅(지)의 이치(리)를 아는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살기 좋은 집터나 마을터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그게 바로 바람과 물이 관련된 경험지식, 곧 풍수지리다. 풍수의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 `배산임수(背山臨水)`다. 사람이 사는 집터인 양택이든, 아니면 죽은 뒤에 묻히는 무덤자리인 음택이든 간에, 뒤쪽에는 산(배산)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바람을 막아줘야 아늑하고, 좋은 명당기운을 모을 수 있다. 또한 앞쪽 가까이에는 물이 흐르며(임수) 안쪽의 좋은 명당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바깥쪽의 나쁜 기운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궁궐 안에 흐르는 금천수(禁川水)는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수` 물길이다. 풍수지리의 원리는 궁궐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었다. 경복궁의 명당수는 서류동입(西流東入: 명당수는 서쪽에서 흘러들어와 동쪽으로 들어가야 좋다)을 원칙으로, 서쪽인 경회루에서 들어와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같은 원리를 적용하면, 조선의 수도 한양의 명당수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이 아니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청계천이 된다.

기사 제공 | 도서출판 담디(www.damdi.co.kr)
원작 | 최동군의 나도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 궁궐편
사진 | Rohspace, 담디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에 들어가다

모든 궁궐의 정문에는 화(化)자가 들어간다. 경복궁의 정문은 광화문, 창덕궁의 정문은 돈화문, 창경궁의 정문은 홍화문,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이고, 덕수궁의 정문도 원래 이름은 인화문이었다.
궁궐의 정문은 임금과 백성이 만나는 장소이자 소통의 광장이었기 때문에 임금님이 백성들을 `교화`한다는 의미에서 화(化)자가 들어 있다. 따라서 광화문은 임금님의 교화가 빛처럼 온 나라를 밝게 비춘다는 뜻이다. 특히 광화문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다른 궁궐의 정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석축 위에 올라 앉아있다.

광화문의 출입구는 홍예문(무지개문)이며 가운데 칸은 임금이 다니던 어칸으로 양쪽 것보다 크고 넓게 만들었다. 그 양 옆쪽은 왕세자와 신하들이 다녔다. 남쪽문인 광화문의 문 가운데의 천장에는 남쪽을 상징하는 주작이 그려져 있다.

한편, 광화문 앞 양쪽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는 돌로 만든 동물상이 있다. 해태나 해치로 불린다. 둘 다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고대 전설 속에 나오는 동물로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해치는 사자와 비슷하지만 기린처럼 머리에 뿔이 있다고 한다. 영어로는 the unicorn-lion이라고 하는데 유니콘처럼 외뿔 달린 사자란 뜻이다. 부정한 사람을 보면 그 뿔로 받는다고 한다. 궁궐 근처에 부정한 사람은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관청인 사헌부를 지켜주는 상징으로 쓰였다.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이 입는 관복의 흉배에도 해치를 새겼다. 한자로는 獬豸라고 쓰는데 뒷글자인 ‘豸’가 원래 중국음으로 치(zhi)와 태(dei) 두 개 모두로 발음이 된다. 학문적으로는 `치`로 통일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에게는 `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해태`라는 이름의 제과회사가 생겨버리면서 전 국민에게는 해태라는 말이 완전히 굳어버리게 되었다.

흥례문에 들어가 영제교를 건너다

광화문을 들어가면 흥례문(興禮門)이 보인다. 예를 부흥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유교에는 음양오행론의 오행에 대응하여, 사람이 항상 지켜야할 5가지 기본덕목이 있다고 가르친다. 그것을 오상(五常)이라고 하는데,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방향을 나타낼 때는 각각이 동,서,남,북 그리고 가운데를 상징한다. 따라서 남쪽에 해당하는 오상의 덕목은 예(禮)이다. 서울 도성에서 남대문을 숭례문이라고 하고, 경복궁의 남쪽 중문인 흥례문에도 ‘예’자를 썼다.

흥례문을 지나면 돌다리를 건너게 된다. 돌다리는 모든 궁궐의 입구에서 볼 수 있다. 궁궐의 명당수인 금천(禁川)을 지나는 다리다. 경복궁의 금천교는 영제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궁궐도 왕이 사는 집으로, 풍수원리에 따라 명당 혈자리에 터를 잡았고, 좋은 명당기운을 오랫동안 붙잡아두려고 했다. 좋은 명당기운이 한곳에 모여있게 하려면, 바람과 물로 생명의 기운인 생기를 붙잡아두어야 한다. 이것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풍수다. 그래서 풍수적으로 좋은 땅은 산을 등지고 앞쪽에는 물길을 흘러가는 곳이 많다. 이 명당수 물길을 풍수에서는 금천이라고 하며, 궁궐에도 그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어 ‘서류동입’을 원칙으로 하는데, 서쪽에서 흘러 들어와 동쪽으로 흐른다. 이는 모든 궁궐이나 왕릉뿐 아니라 청계천과 같은 도시의 물길에도 적용 되었다.

다른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근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금천(錦川)은 비단 금자를 쓰지만 흥례문쪽에서 바라보는 금천(禁川)은 금할 금자를 쓴다. 궁궐의 안쪽에서 보면 금천(錦川)은 비단과 같이 귀한 냇물이라 궁궐 안쪽의 명당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궁궐 바깥쪽에서 보면 금천(禁川)은 궁궐 밖의 나쁜 기운이 명당인 궁궐 안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금지할 금자를 쓴다. 서 있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이 금천은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궁궐의 금천교에는 사악한 기운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상서로운 동물인 서수를 세워 놓는다. 경복궁의 영제교에는 서수의 하나인 천록이 있다.
각각이 다른 방향을 보고 있으며 입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것은 물 쪽을 보고 있고, 어떤 것은 위 쪽을 보고 있다. 또 어떤 것은 입을 다물고 있고 어떤 것은 혀를 내밀고 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